시 “민자 조달해 건설”…지방선거 염두 선심성 공약 지적
가장 최근에 지어진 개폐식 돔구장인 미국 마이애미 말린스 스타디움. 수용 규모 3만 7000석가량으로 부산 돔구장이 지어지면 이보다는 약간 작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부산에 돔구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서울만큼이나 높고 또한 오래됐다. 특히 부산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열정적인 팬들을 보유한 도시인 만큼, 이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돔구장 건설과 관련한 주장과 논의는 지역 연고 프로구단인 롯데자이언츠가 현재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사직야구장이 점점 노후화된다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1985년 10월에 준공돼 33년이 지난 사직야구장은 광범위한 시설 노후화로 관중 불편이 가중되고, 개보수 등 유지관리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KBO 프로구단들의 홈구장이 잇달아 신설되자, 지난 10년간 연평균 100만 명 이상의 관중이 방문한 야구도시 부산의 명성에 적합한 인프라 조성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여기에 스포츠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을 대표하는 체육시설 건립의 필요성까지 보태졌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사직야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수립용역’에 들어갔다. 용역 착수와 함께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내 신축구장 및 일본 야구장 견학을 진행했다. 12월에는 시민공청회도 열었다. 이어 올해 1월과 2월에 2차 자문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용역을 완료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3월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진행된 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서 시장은 이날 “현 사직야구장은 경기장과 관람석을 제외한 공간 부족으로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하고 인접부지 협소로 인해 증축이 불가능하다”며 “사업비 3500억 원을 들여 2026년까지 개폐형 돔구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서 시장이 이날 발표한 ‘사직야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새로 건립될 개폐식 야구장은 3만 석 규모로 지어진다. 총 사업비 3500억 원 가운데 국비 650억 원과 시비 650억 원이 투입되며, 민간투자액은 2200억 원 규모다. 부산시는 사업비 확보를 위해 수익형 민자사업에 참여할 민간업체를 유치하고 50년간 운영권을 부여키로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3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개폐식돔구장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올해까지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2019년 건립 후보지를 결정하고, 설계를 거쳐 2023년 착공해 2026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새 야구장의 건립 위치는 현 사직구장 자리나 구덕운동장 부지, 그리고 강서체육공원 등이 거론된다. 시는 향후 용역 등을 거쳐 대상 부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마치 지금의 사직구장 자리에 곧 개폐식 돔구장이 들어설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새로운 야구 인프라 확충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이 표출된 결과로 읽힌다.
평소 야구 관람을 즐긴다는 이소정 씨(여·27)는 “흥분된다. 사시사철 덥지도 춥지도 않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부산교통방송에서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 강세민 씨(50)는 “국제도시를 표방하고 야구 열기도 높은 부산에 개폐식 돔구장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요인도 적지 않다. 먼저 재원 조달이 불투명하고, 그 과정에서 개폐식 돔구장 건설이란 명제 때문에 민간업체에 끌려 다닐 공산도 크다. 실제 서병수 시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돔구장 건설 프로젝트와 연계한 호텔 건립 등 민간업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건설 당위성에 대한 논란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가 제시한 용역결과의 플랜B에 담긴 1800억 원으로 개방형 구장을 짓는 계획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1년에 우천으로 연기되는 경기일수가 사실상 며칠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돔구장이 필요할 만큼의 대형콘서트도 1년에 한두 차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최가 가능하다.
발표 시점을 두고서는 더욱 논란이 거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선심성 공약이란 공격에서 비켜서기가 힘든 탓이다. 정의당 부산시당(정의당)은 서병수 시장이 ‘돔구장 건설계획’을 발표하자마자 “3500억 원이 누구 애 이름이냐. 건설계획을 즉시 철회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3월 28일 배포한 성명에서 “서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경선과정에서 공약으로 구덕운동장 리모델링을 제시하고, 2015년에는 북항 야구장 건설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협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결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돔구장을 건설하겠다는 발언을 꺼내더니, 급기야 지방선거 77일을 남겨놓고 돔구장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다”며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누구를 위한 돔구장 건축인지 묻고 싶다. 야구장의 수익을 50년간 민간자본에 돌아가게 한다는 것은 부산시민이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발 계획”이라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부산시민을 기만하는 선심성 공약 발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희망과 우려, 비판 등이 이처럼 교차하는 가운데 부산시의 계획대로 개폐식 돔구장이 건설된다면, 현재로서는 국내 유일의 관련 시설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재개발 계획에 포함된 야구장 신설안이 사실상 개방형구장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유일한 개폐식 야구장인 후쿠오카돔이 지붕을 한 번 열고 닫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사실상 폐쇄형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개폐식 돔구장이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