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적어낸 금액의 2배가 진짜 집값
잠실동 한 아파트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일요신문’은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공개한 재산 숫자와 실제 매매가 차이를 비교해 봤다. 고위공직자의 실 거주지가 현재 얼마에 거래되는지 파악해 봤다.
먼저 ‘청와대 재산 1위’로 꼽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아시아선수촌아파트 134㎡형에 산다. 재산공개에 기록해둔 이 아파트의 가격은 본인과 배우자 합쳐 12억 5600만 원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11월 같은 평형대 아파트가 팔렸는데 당시 매매가는 23억 7000만 원이었다. 신고가와 비교하면 약 두 배다.
청와대 재산 2위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아파트 151㎡형에 산다. 조 수석은 이 집을 공시지가 기준 7억 7400만 원으로 공개했다. 2018년 1월 말 이 집은 15억 원에 거래됐다. 역시 공시지가와 두 배 가까운 차이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본인 명의로 아파트가 두 채 있다. 그 중 하나인 8억에 신고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151㎡형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 중 하나다. 박 비서관이 보유한 아파트와 평수가 같은 매물이 지난 2월 16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특이한 건 박 비서관이 보유한 또 다른 한 채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차아파트의 경우 137㎡ 중 22.86㎡의 재산만 신고했다는 점이다. 박 비서관은 이 집을 2억 2657만 원에 신고했다. 현재 이 아파트 137㎡형 아파트는 지난 1월 24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현재가로 22.86㎡을 계산해보면 약 4억 원이다.
청와대 내 상대적으로 거주지의 공시지가와 매매가 차이가 적은 인사 중 한 명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임 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진관동 은평뉴타운 마고정 단지 101㎡형을 4억 4400만 원으로 신고했다. 정확히 몇 단지인지 기재하지 않아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마고정 단지 내 같은 평형 아파트는 대체로 6억 선에서 거래됐다. 최근 집값 폭등 효과를 조금밖에 받지 못한 강북 지역에 집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84㎡형에 거주한다. 이 아파트는 2017년 1월 약 11억 원에 거래됐지만 꾸준히 오르면서 올해 3월 16억 원에서 17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약 1년 만에 무려 50% 이상 폭등한 셈이다. 이 총리는 7억 7200만 원에 신고했다.
지난 2월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이 의원에게 다주택 보유 문제를 지적받자 김 부총리는 ‘팔아달라고 부동산에 내놓은 지 좀 됐는데 안 팔린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는 김 부총리가 내놓은 가격이 25억 5000만 원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이 문제의 강남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94㎡형을 공시지가 11억 4400만 원으로 신고했다. 3월 초 이 아파트는 25억 원에 거래됐다. 현실과 2배 넘는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 이 부총리 집은 상승세가 가팔라 부른 값이 유지된다면 곧 매매도 실현될 수 있어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서울 강남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120㎡형에 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신고한 아파트 값은 7억 1200만 원이다. 이 아파트는 42세대밖에 살지 않아 거래 내역이 많지 않다. 지난 2016년 8월 10억 3800만 원에 거래된 게 마지막이다.
김 위원장 아파트의 현재 가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집이 있다. 김 위원장 집보다 3년 전에 지어진 집이지만 바로 붙어 있어 한 동처럼 여겨지는 한신오페라하우스 1차 같은 평수는 지난해 12월 13억 1000만 원에 거래됐다. 김 위원장 집도 최소한 이 정도로 가격이 올랐으리라 추정해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매매가를 알기 어려운 집에 사는 고위 공직자도 있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서초동 벽산서초블루밍에서 대형 평수인 178㎡형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단 19세대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 3년간 매매기록이 없다. 다만 최근 매물로 올라온 가격을 봤을 때 약 12억 원 이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박 장관은 이 집을 5억 2400만 원으로 신고했다. 매매 기록이 없었기 때문인지 공시지가 변화도 없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년 새 거래 기록이 있어 눈에 띈다. 보유 중이던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104㎡형을 팔고 서초동 삼풍아파트 204㎡형으로 이사했다. 지난해 14억 4600만 원으로 신고한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는 어떤 단지인지 알 수 없어서 가격을 정확하게 확인 수는 없으나 비슷한 평형이 현재 약 26억 원 이상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최근 배우자의 20억 원 주식 매매계약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윤석열 서울지방검찰청장은 배우자 명의로 집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먼저 주상복합 건물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164㎡형을 12억 원으로 신고했다. 이 건물은 올해 2월 초 19억 500만 원에 매매된 바 있다. 또 다른 집은 가락동 대련아파트 83㎡형이다. 이 집은 2008년 5월 3억 2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거래 내역 자체가 없고 현재 매물도 없어 실 거래가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행정부와 함께 국정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인 국회도 살펴봤다. 여당 대표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광진구 구의3동 현대프라임아파트 183㎡형을 7억 2900만 원에 신고했다. 같은 형 아파트는 지난 2월 초 12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현직 의원이 아니라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같은 이유로 신고 대상이 아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3채, 단독주택 1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비싼 집은 강남구 개포1동 경남아파트 149㎡형이다. 유 대표는 이곳을 9억 3600만 원에 신고했다. 똑같은 평형 아파트의 거래 내역이 없어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같은 단지에서 26㎡ 더 작은 아파트가 2017년 11월 말 17억 4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또 3억 5900만 원으로 신고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양아파트 84㎡는 지난 2월 8억 6000만 원에 거래됐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