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 4일 폴란드전 관전을 위해 부산 월드컵 경 기장을 찾은 정몽준 의원이 관중들의 연호에 손 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그가 ‘성공 월드컵’을 업 고 과연 ‘대권’에 도전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별취재반 | ||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5년 만에 출판기념회 겸 후원회를 열었던 4선 출신의 정몽준 의원. 그는 자신의 책 〈일본에 말한다〉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존 정당을 ‘조직’으로 표현한 정 의원은 정치에서 조직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왜 이같이 말했을까.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가 확실시 되면서 정치권이 2002 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인 정몽준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월드컵 이후 여건이 되면 대선에 나서겠다던 정 의원의 대선행보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여러 군데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하순부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정책보좌관’을 대규모로 모집하고 나섰다.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문화, 여성, 환경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노사모’와 유사한 ‘MJ(정 의원 영문 이니셜)러브’도 정 의원 지지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물론 정 의원측은 “4선 의원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대선행보와 무관하다”며 몸조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정 의원이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은 바로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 의원은 책에서 이미 올 대선에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대선에 출마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정 의원의 활동 공간은 크게 세 축으로 나눠져 왔다. 국회와 월드컵조직위, 대한축구협회가 그에 해당된다. 월드컵 준비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그는 의정활동을 다소 소홀히 했다는 얘기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대권 꿈을 가진 정 의원이 향후 정치행보를 위한 비밀캠프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 정 의원 주변에는 4개의 비밀캠프가 운영되고 있다는 설이 제기돼 왔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후원회 사무실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내 비밀 TF팀, 현대경제사회연구원 내 별도 연구팀, 그리고 최근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 설치했다는 또다른 팀이 그것.
이에 대해 정 의원측은 비밀캠프 운영설을 극구 부인했다. 정 의원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이달희 박사는 “필요성은 제기되나 캠프운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의원측은 광화문 후원회 사무실은 인정했다. 단순히 후원회 업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석사 출신 젊은 사람 3∼4명이 상주하며 후원회원 관리와 MJ 소식지 발송 등 일을 본다는 것.
정 의원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정 의원의 월드컵 이후 행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우선 그가 지방선거 이후 있을 정치판도 변화에서 제3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벌써부터 ‘정몽준’ 변수를 계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쟁을 일삼는 기존 정당과 대선 후보와는 달리 정 의원은 국민을 하나로 묶고 있는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 월드컵이 현재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아울러 한국팀의 뛰어난 성적향상에 그의 지원이 상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은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12%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월드컵 이후 지지도가 20%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
||
| ▲ 정 의원은 자신의 책 <일본에 말한다>에서 “젊 은이들에게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많은 기회 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는 젊은이들과 함께 올 대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
허태열 기획위원장은 “(정 의원이) 이 후보와 상당부분 지지층이 겹친다”며 “울산을 바탕으로 한 영남표 일부와 현대 재벌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득권 표를 가져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향후 정 의원의 대선출마가 기정사실이 되면 그를 집중 공격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정 의원을 주목하기는 마찬가지. 당내에서는 정 의원의 출마가 영남표 분산을 가져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 의원의 출마가 박근혜 의원과 같이 노 후보 표를 더 잠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정 의원이 향후 정치판에서 범여권의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정 의원을 들어 ‘여권 대타론’을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 지방선거 후 노 후보 대안으로 거론되는 몇몇 인사들 중 정 의원도 포함돼 있다는 것.
그렇다면 정 의원의 대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치권이 ‘정몽준’ 가치를 인정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그의 뛰어난 국제감각과 인맥을 들 수 있다. FIFA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구축해 놓은 해외 정관계 인맥은 국내 어느 의원보다 뛰어나다.
또한 국제활동을 통해 익힌 자연스런 국제감각은 그를 국제적 인물로 만들어놨다. 일본언론은 월드컵 유치과정에서 정 의원이 보여준 리더십과 추진력에 대해 극찬한 적도 있다. 그는 현재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에 소속돼 있기도 하다.
대선후보로서 정 의원의 가치는 학력·경력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정 의원은 서울대를 졸업한 후 미국 MIT에서 경영학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타이틀을 위한 유학이 아니라 연구원 수준의 학업까지 마쳤다. ROTC 13기 출신인 정 의원은 군출신들에게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현대중공업 사장과 회장을 역임해 CEO 마인드도 갖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정 의원의 정치적 가치는 거품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그는 정치인으로서 제대로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 4선이라지만 현대라는 기업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번번이 당선됐고 월드컵을 이유로 의정활동도 소홀히 해 지도자로서 검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1천5백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재산도 국민들에 비치기에 따라서는 부담이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도 약점 중 하나다. 동료 의원들과 특별히 불편할 것은 없지만 정치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지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 의원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순수한 월드컵을 자신의 정치행보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후원회에서 “나도 꿈이 있다”며 출마의사를 내비친 정 의원. 그의 측근들은 사석에서 흔히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애초 우리가 월드컵 유치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월드컵을 성공리에 열고 있다. 대표팀 성적도 좋다. 대선출마도 마찬가지다. 출마하면 승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