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데뷔 50년’ 7번째 잠실 공연…동료 후배 50명 릴레이 축하 이벤트…팬클럽들 뭉쳐 대형 외벽광고
# 조용필만 걸어온 길
조용필은 오는 5월 1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연다. 서울에는 1회 공연만 갖는데 수용 규모가 4만 명이 넘는다. 잠실종합운동장은 국내 공연장 중 가장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한번에 4만 명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국민 가수’에게만 허락된 무대다.
잠실종합운동장은 해외 가수가 문을 열었다. 1995년과 1996년 각각 스티비 원더와 마이클 잭슨의 공연이 열렸고, 국내 가수 중에서는 조용필 외에 이문세, 이승철, 서태지와 아이들, 그룹 HOT, god, JYJ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만이 이 무대에 섰다. 하지만 조용필은 이미 6번 이 무대에 섰고 5월 공연을 통해 7회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최종 리허설에서 가수 조용필이 자신의 히트곡 여행을 떠나요를 열창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조용필은 5월 공연을 앞두고 4월 초 평양 공연도 다녀왔다. 공연 준비에 전념하기에도 벅찬 스케줄이었지만 북한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용필은 대승적 차원에서 기꺼이 이번 공연에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역대 북한 공연 최다 기록을 보유한 가수는 최진희(4회)다. 하지만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건 2005년 조용필이 유일하다. 이번 공연은 조용필의 단독 콘서트 이후 13년 만에 재개된 남한 가수들의 북한 공연이었다. 공연 당일 조용필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그 겨울의 찻집’과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 그의 히트곡을 열창했다.
5년 만에 컴백하는 조용필을 붙잡기 위한 각계각층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처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조용필은 TV 출연도 결심했다. 지난 1993년 방송 중단을 선언했던 조용필은 2011년 9월 MBC ‘나는 가수다’에 잠시 모습을 비춘 후 다시금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가 7년 만에 출연을 결심한 프로그램은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다.
‘전설’이라 불리는 가수나 작곡가 등 뮤지션을 초대해 후배들이 헌정 공연을 펼치는 형식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론칭 초기부터 조용필을 섭외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왔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은 그 부름에 응답했고, 지난 4월 9일 녹화를 마쳤다. 조용필 편은 ‘불후의 명곡’ 최초로 무려 3주에 걸쳐 방송된다.
조용필 측은 “‘불후의 명곡’ 제작진은 2011년 첫 방송 이후 지난 7년간,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조용필을 전설로 모시기 위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왔다”며 “이번 출연은 수많은 팬과 대중의 요청에 감사함을 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 조용필의 사람들
조용필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의 제목은 ‘땡스 투 유’다. 이는 반세기 동안 가수로 살아 온 자신의 곁을 지키며 응원해 준 모든 이들을 향한 감사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용필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인들도 한데 뭉쳤다.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를 꾸려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5월 단발 공연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18년 내내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이 위원회는 방송 PD 출신인 이남기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위원장을 맡고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이 실무를 담당하는 등 조용필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용필은 자신의 무대에 팬들이 오를 기회도 선사한다. 직업, 성별, 국적, 나이에 제한 없이 조용필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의 노래를 부른 영상을 올리면 심사를 거쳐 선정된 팀에게 5월 열리는 조용필의 공연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부여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조용필의 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의 외벽에는 기타를 치고 있는 조용필의 사진이 등장했다. 이는 조용필을 응원하기 위해 팬클럽 연합회가 내건 대형 외벽 광고였다.
50년을 달려온 조용필을 응원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한 팬클럽은 이터널리, 미지의세계, 위대한탄생 등 3곳. 아이돌 팬클럽 못지않은 응집력과 결속력을 자랑하는 이 팬클럽들은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조용필을 좋아한다’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을 위해 힘을 합쳤다.
세 팬클럽의 각 대표는 “이번 광고가 50주년 대장정을 앞둔 오빠에게는 힘찬 출발의 원동력이, 그리고 대중에게는 가왕의 음악인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뜻 깊은 광고 이벤트가 실행될 수 있도록 성원해 준 조용필의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