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전해철 후보 비방 등 막말트윗…일부 네티즌 아내 김혜경씨 의심해 논란 확산
경기도지사 민주당 예비후보인 이 전 시장의 발목을 ‘혜경궁김씨’가 잡았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찾으 몇몇의 단서들은 혜경궁김씨의 정체를 이 전 시장의 아내라고 가리키고 있다. 사진= (위)이재명 전 성남시장 (아래)트위터 캡쳐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바로 ‘혜경궁 김씨’로 불리는 한 트위터 이용자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그는 2013년부터 사용했던 해당 계정을 폭파(삭제)했는데, 삭제 직전의 트위터 아이디가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08__hkkim의 트윗이었다. 그는 “자한당(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08__hkkim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지난날 작성한 트윗들 때문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그리고 문재인 지지자들을 향해 비방성 트윗을 올려 왔다. 그는 지난해 4월 ‘최성(고양시장) 문돗개(문 대통령)가 사퇴하면 되겠네’, 지난해 1월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등의 트윗을 업로드했다.
더 나아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 후보가 대결을 벌이는 것을 두고선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홧팅 ㅋ’라고 글을 올리고,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꺼니까 그 꼴 꼬옥 보자고요. 대통령병 걸린 놈보다는 나으니까 ㅋ’라는 글로 고인을 비방했다.
이 계정이 이 전 시장의 아내 김혜경 씨로 의심받는 근거는 이니셜(hkkim)의 유사성과 생일과 연결지어지는 숫자(08) 때문만은 아니다. @08__hkkim 계정이 삭제되기 전 시점에 이 계정 로그인으로 접근해 ‘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를 선택하면 ‘44로 끝나는 휴대폰으로 코드 보내기’라는 메시지가 뜨는데, 공교롭게도 이 전 시장의 아내인 김혜경 씨의 휴대전화 번호 끝자리도 44라는 것이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사진= 트위터 캡쳐
이 같은 논란에 이 전 시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아내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춰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저의 아내는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계정이 없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아내는 자기 이니셜을 넣은 익명계정을 만들어 누군가를 험하게 비방할 만큼 바보도, 나쁜사람도 아니다. 익명의 공간에서 아무 관련 없는 계정에 ‘혜경궁 김씨’라는 없던 이름까지 붙여가며 공격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이 시장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 없이 지방선거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 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은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08__hkkim을 고발했다. @08__hkkim의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이라는 글에 언급된 전 의원은 “아주 악의적으로 저에 대해 비난하는 트위터 계정을 확인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패륜적인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또한, 전 의원은 “그 계정이 이재명 후보 아내의 계정이냐 아니냐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저도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렇게 논란이 지속되는 것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확인을 제대로 해보자는 주장이다.
전해철 의원이 의뢰한 사건에 대해 경기도선관위는 비교적 빨리 검찰로 이첩했다. 본사가 미국에 있는 트위터를 선관위 차원에서 실체 규명에 나서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사건의 실체가 규명된다 하더라도 오는 18~20일로 예정된 경선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웹사이트가 아닌 트위터라는 미국 사이트에서 사건이 벌어져 수사 협조가 쉽지 않다는 점, 미국에선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미미하고, 처벌 사례가 드문 점 등에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도 “미국에서 명예훼손은 중범죄가 아니라서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선거기간이 맞물려 있어 검찰 조사도 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건에 대한 결론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 누가 이득을 볼까. 확실한 건 ‘혜경궁 김씨’ 논란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에게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어쩌면 이것이 처음 공세를 편 쪽의 진정한 노림수일지도 모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