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양효진 등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 도전…“네이션스리그-세계선수권도 포기 못해”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일요신문] 지난 3월 대한항공 점보스(남자부)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여자부)가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 일정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배구팬들의 가슴은 여전히 설렐 전망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김호철-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의 후보엔트리를 각각 발표했다. 6개월여의 V리그 여정을 마치고 이제는 국가대표 일정으로 돌입한 배구코트를 들여다봤다. 특히 ‘배구 여제’ 김연경이 활약을 약속한 여자 대표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김연경이 주축으로 활약한 여자 대표팀은 수원실내체육관에서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3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 경기장은 선수들을 보려는 관중들로 매진 행렬을 이뤘다.
이후 눈부신 성장을 기록한 V리그 여자부는 객관적 지표라 할 수 있는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0.77%, 포스트시즌에서 1.06%를 기록했다. 케이블 채널에서 시청률 1% 이상을 기록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대단한 수치다.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는 이 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리였다.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1회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한-태 올스타전’은 올해도 성황을 이뤘다. 4602명의 관중이 몰려 입장권이 매진됐다. 이 같은 한국과 태국의 ‘밀월 관계’에 일본을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올스타전 제안도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한유미도 한-태 올스타전 현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경기에 대해 “여자배구가 자랑할 만한 대회다. 국제적으로도 여자배구가 인기가 높아져 뿌듯하다”라며 “올스타전이라고 하지만 산만하지도 않고 국가대항전이다보니 적당한 승부욕도 나온다. 재미있는 경기다”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이벤트전까지 마친 여자배구는 잠깐의 휴식기 이후 곧장 국제대회를 준비한다. 대표팀은 지난해 한 차례 ‘혹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등으로 강행군을 치르며 부상선수들도 나왔다. 올해도 대표팀은 FIVB발리볼네이션스리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을 앞두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엔트리에는 김연경, 양효진, 김희진, 이효희 등 수년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선수들이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에 빠질 수 없는 선수다. 그는 중국리그 소속이지만 초청선수 자격으로 한-태 올스타전에도 참가했다.
공항에 마중나온 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김연경.
지난해 빡빡하게 이어지는 대표팀 일정속에서 선수 선발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큰 자산인 김연경에게 일부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연경은 올해 대표팀 스케줄에 대해 “개인적으로 쉴 시간이 많이 없었다. 이제는 운동선수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배려를 해주신다면 좋다”면서도 “대표팀이란 자리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회에 나선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각 대회에 임하는 자세도 밝혔다. 그는 “네이션스리그는 경험을 쌓는 대회로 보고 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번 시즌 첫 국제대회에서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8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관심도 가져주시고 기대도 높은 대회”라며 “메달 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9월에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이어진다. 한국은 태국, 베트남, 북한, 이란과 한 조에 편성돼 아시아 예선을 뚫는 것이 우선이다. 김연경은 “세계선수권은 강팀들이 참가하는 큰 대회다. 2년 남은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모의고사라고 생각하고 강팀을 상대로 우리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한번 들이받아 보겠다”고 말했다. 김연경 등 대표팀 선수들은 입버릇처럼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를 밝혀 왔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한유미는 국가대표 대장정을 앞둔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남길까. 한유미는 수년간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4강 신화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라 특별한 조언을 하지 않아도 잘하리라 믿는다”면서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날씨가 굉장히 더울 텐데 체력관리 잘하고 현지 음식에 잘 적응했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대장정을 앞둔 후배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긴 여정을 채비 중인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응원과 격려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배구협회 등의 혹사 논란과 열악한 지원 공방이 대표팀 성적과 함께 또 다시 수면위로 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슈퍼스타’ 김연경의 행선지는? 중국 내 다른 팀 제의 들어와 지난해 전격적으로 중국 진출을 선언한 김연경의 행보는 큰 화제였다. 그는 약 6년간 활약한 터키리그 페네르바체와 작별을 고하고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터키를 떠나 중국으로 향하는 행보에 ‘도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에 잠시 들러 한=태 올스타전을 치르고 다시 중국으로 떠나는 김연경. 계약 기간은 1년이었다. 1년간 새로운 환경을 경험해 보고, 그 이후를 결정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 1년 사이 김연경은 중위권이던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종전까지 이끌며 접전을 만들어 냈다. 1년의 계약기간은 끝났다. 아직 향후 계획에 대해선 정한 것이 없다. 김연경은 10일 중국으로 출국하며 “중국 내 다른 팀에서 제의가 있다. 터키 쪽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면서 “다만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적 발표 당시 김연경은 중국행 이유로 ‘국가대표’를 꼽았다. 터키에 비해 리그 일정도 짧고 거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까워 국가대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연경에게 국가대표는 각별하다. 그는 국가대표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오는 2020 도쿄 올림픽은 그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 김연경은 최근 중국 생활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럽지만 중국에 있었기에 한국을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었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잠시 한국에 들러 ‘스노발리볼’을 직접 선보였다. 축구화를 신고 눈밭에서 배구를 즐기며 자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분위기도 즐겼다. 지난 4일 챔피언결정전 종료 직후 한국에 들러 한-태 올스타전에도 참가했다. 중국리그 올스타전 일정 사이 잠시 있는 틈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김연경이지만 일부에선 김연경의 중국 잔류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1년간 활약한 상하이 이외의 팀에서도 그에게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연경은 요즘 부쩍 은퇴에 대한 생각도 많다. 오랫동안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선배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한유미를 바라보면서도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유미 언니가 전부터 은퇴한다는 말을 많이 해서 특별히 아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은퇴식 같은 행사를 치른다면 그땐 정말 실감이 날 것 같다”면서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제가 많이 따르고 좋아하던 언니다. 요즘 언니들이 줄줄이 은퇴를 하는데 ‘나도 머지 않았구나, 준비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 |
‘19년 선수생활 마무리’ 한유미가 전하는 근황은? 맛집 탐방 바빠요^^ 사진=임준선 기자 그의 소속팀 현대건설은 올 시즌 V리그서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며 팀 전력이 약화됐다. 연패를 거듭하며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IBK 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많은 이들이 2차전에서도 현대건설의 패배를 예감했다. 현대건설의 맏언니 한유미는 2차전 당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작별의 말’을 전했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하지만 한유미는 자신 스스로 은퇴경기를 뒤로 미뤘다. 플레잉 코치로 뛰며 간간히 경기에 나서던 한유미는 이날만큼은 팀의 주포로 활약, 10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지난 3일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는 베스트드레서로 뽑히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이후 약 3주, ‘백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한유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는 “선수생활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계속 바쁘게 지내고 있다. 여행도 다녀왔고 지금 아니면 안되는 것들부터 하고 있는 중이다. 거의 하루도 안쉬고 돌아 다닌다”며 웃었다.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거창한 일은 아니다. 그냥 친한 사람들 만나서 맛집 다니고 카페 다니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일 열린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에도 다녀왔다. 이제는 참가 선수가 아닌 ‘배구팬’으로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올스타전이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경기라 승부욕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는 밖에서 지켜보니 경기가 너무 재밌었다. 많은 팬분들이 찾아 오셔서 더욱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한유미는 오랫동안 한국 배구 스타로 활약하며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사진이나 동영상만을 찍어서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계정도 존재할 정도다. 그는 자신의 팬들에게 “지금까지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지금 이런 감정들을 잊지 않겠다. 팬 여러분들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며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