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 모여 미래 꿈꿔요~
태국에 푸켓이 있다면 말레이시아에는 랑카위가 있다.
[일요신문] 4월, 미얀마의 긴 연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설날입니다. 약 2주 정도 일손을 놓고,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대도시는 텅 빕니다. 이 시기에 띤잔이라는 물축제가 열립니다. 거리마다 물호스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세례를 퍼붓습니다. 외국인들도 예외는 없습니다. 물은 정화, 정결을 의미합니다. 새해를 맞는 이웃을 씻겨주고 축복하는 뜻을 담고 있는 연례행사입니다. 이 시기에 여행할 때는 반드시 스마트폰, 여권 등은 비닐에 싸서 다녀야 안전합니다.
띤잔 축제를 맞는 우리 교민들은 거의 한국을 방문하거나 이웃나라로 여행을 갑니다. 긴 연휴이기도 하거니와 이때는 모든 교통이 두절되고 시장도 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의 한복판, 저도 고민을 거듭하다 10박 11일의 긴 휴가를 떠났습니다. 그 첫 번째 도착지는 랑카위(Langkawi) 섬과 몬키아라(Mont Kiara)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평화롭다는 섬과 한국 교민이 가장 많이 산다는 교육중심 스트리트. 한적함과 복잡함이 대비되는 장소들입니다.
랑카위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평화로운 섬으로 불린다. 한국 교민이 스무 명쯤 산다.
안다만해에 태국의 푸켓이 있다면 말레이시아는 랑카위가 있습니다. 국경을 맞대고 가까이 있습니다. 보통 쿠알라룸푸르에서 국내선 항공으로 갑니다. 50분 거리로 항공료가 왕복 약 6만 원입니다. 랑카위 공항에서 차를 빌려 지도를 보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한적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태국처럼 우측 핸들입니다.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서 놀라운 경제발전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진 것이 교육제도입니다. 영국, 미국, 호주 유명대학들이 본국처럼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일찍 유학해 초중고를 다닙니다. 필리핀 영어열풍이 이 나라로 옮겨진 듯합니다. 이곳을 택하는 이유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학업 도중 영어권 나라 대학으로 언제든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계 대학의 교육환경이 이곳도 별 불만이 없고 학비가 저렴해 그냥 졸업을 하고, 칼리지에서 유니버시티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 취업이 어렵지 않아 한국학생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다국적 기업에 취업을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어느 나라에 가든 공부는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몬키아라로 온 유학생들. 왼쪽부터 이서현 양, 채연이, 서연이. 누군가의 생일날이다. 오른쪽 사진은 서점에서 학습용 교재를 고르는 두 소녀.
몬키아라는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부유층 타운이기도 하지만 한국인 자녀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높은 고층 아파트와 어딜 가도 한국 상점과 식당이 눈에 띕니다. 콘도의 숲속에서 우리 자녀들이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중에 제가 가본 곳은 ‘사라 하우스’입니다. 계절마다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홈스테이를 전문으로 하는 집입니다. 대학진학상담과 은퇴자를 위한 비자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사라 하우스에 누군가 생일이 있는지 함께 모였습니다. 남녀 대학생과 초중고생들입니다. 그중 호주계 대학을 다니는 이서현 양은 언론정보학을 하는 1학년생입니다. 지금은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하고 이 도시로 왔습니다. 영어공부를 하며 검정고시로 마쳤습니다. 그 후 칼리지로 진학했고, 3학년 때는 호주 캠퍼스로 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형쇼핑몰 안에서 벌어지는 게이머들의 게임대회(왼쪽)와 몬키아라의 고층 아파트들(오른쪽).
키가 크고 친절한 채연이는 중학 3학년입니다.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영어를 너무 잘합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그간 한국에서 영어캠프를 이용해 영어권 나라를 다녔다고 합니다. 요즘은 중국어 학원엘 다니고 있답니다. 자신의 꿈은 외교관과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두 가지 다 도전해보라고 권유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진지하게 물어옵니다. 그래서 쓰기 전에 구상을 많이 해야 한다고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쓴 후에 많이 고치는 일도 중요하다고 답변합니다. 모든 글은 집짓는 거와 똑같아서 ‘기승전결’이라는 집을 먼저 지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가르쳐줍니다. 대화가 길어집니다. 그 옆에는 초등학교 5학년인 서연이가 있습니다. 밝고 활기차고 수영을 좋아해 저녁에는 수영을 한답니다. 아직 구체적인 꿈과 목표는 아직 없는 거 같습니다. 어린 딸을 홀로 유학시킨 부모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연이도 싱가포르 등 해외캠프를 다녀서인지 적응을 잘한다고 주변 학생들이 얘기합니다. 이 학생들은 이번 여름캠프 기간에 가보지 못한 랑카위 비치를 갈 꿈에 빠져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거리에서 열리는 팝공연과 춤추는 청년들.
인도차이나와 말레이 반도. 앞으로 세계의 마지막 남은 시장이라고 말합니다. 가까운 영어권 나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교육환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경쟁과 분주함이 공존하는 몬키아라에서 고요와 평화가 숨 쉬는 랑카위 여행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우리 인생의 나날처럼.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