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산물 지도에 ‘깃발’ 꽂는 중
떵구에 있는 굳엘 가공공장.
[일요신문] 농산물 지도. 어릴 적 세계지도를 펴놓고 각 나라 식량과 주요 곡물을 적어나가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농지가 적어서 언젠가는 땅이 넓은 나라와 기술과 자원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생산되는 곡물과 열매와 야채들이 기후와 토양에 따라 다른데, 우리나라는 생산되는 것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농업기술이 최고인 나라로 거듭났습니다. 우리의 KOPIA(Korea Program on International Agriculture)가 세계 20개국에 나가 개발도상국의 농업기술을 지원합니다. 아시아 9개국, 아프리카 6개국, 중남미 5개국입니다. 이곳 미얀마에도 센터가 있지요. 어릴 적 ‘농산물 지도’가 곧 ‘글로벌 네트워킹’이란 것을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향해서 농산물의 유통, 가공, 생산의 지혜를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굳엘 스토리를 만든 박윤근 회장.
양곤 인세인 로드에는 이 회사의 미얀마 본부건물이 있습니다. 경영팀들이 일하는 이곳에 대표이사인 박윤근 회장도 일합니다. 평생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늦은 나이에 미얀마로 왔습니다. 공학도였으며 농산물을 시작한 이력이 좀 특이합니다. 그는 현재 취급하는 품목이 콩과 잡곡 등의 곡물류, 커피, 견과류, 전분, 건강식 건조야채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농산물의 가공과 세계시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지만 점차 영농을 통해 직접 농산물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합니다. 미얀마 남부 해안지역에 캐슈넛 농장, 서부 샨주와 북부 카친주에 커피와 카사바 농장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캐슈커널 생산라인.
동부콩 생산 모습.
굳엘의 가공공장은 수도 네피도 가기 전 떵구에 있습니다. 넓은 대지에 세운 12동의 공장에는 200여 명의 미얀마 작업자들이 일합니다. 콩(동부, 병아리, 렌틸)과 커피, 캐슈넛, 전분, 노니와 삼채 등 건조야채 등을 생산합니다. 연간 생산규모는 콩 1200톤, 커피 500톤, 전분 300톤, 캐슈넛 1500톤, 건조야채 300톤입니다. 농산물은 농장에서 시장까지의 유통과정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서 수입하거나 재배할 것인가, 어디서 가공할 것인가, 어느 나라에 팔 것인가. 모두 고심해야 할 문제입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농산물은 나라마다 생산, 가공, 시장이 각각 다릅니다. 최적의 사업거점을 확보하여 네트워킹하면 유통단계의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구축되면 나라별로 공급처가 시장이 되고, 시장이 공급처가 됩니다. 하나의 예로 미국은 아몬드의 최대 수출국가이지만 캐슈넛의 최대 수입국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각 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잘 살펴보고 농산물 시장에 다가가야 합니다. 인도는 농산물 정책이 계속 바뀌어 미얀마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국민의 60% 이상이 농사를 짓는 농업국가에서 농산물에 주력하여 일군 굳엘의 이야기는 이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농산물의 1, 2차 수입가공, 소비자 유통에 멈추지 않고 재배생산까지의 3박자를 준비하니까요. 전 과정을 갖추고 미얀마를 발판으로 세계로 향한 그들만의 리그. 굳엘의 벽에 붙어 있는 ‘세계 농산물 지도’에 내일은 점 하나가 더 찍히길 기대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
커피 가공공장.
가공공장에서 완성품이 진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