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부부와 세 자녀가 시골 마을의 식료품점에서 생필품을 찾고 있다. 이들은 조그만 소리라도 나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한다. 맨발로 움직이고 대화조차 거의 나누지 않는다. 수화를 하거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속삭인다. 그러다보니 영화에서는 바람소리만 약하게 들릴 뿐,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덩달아 극장 내부도 숨죽인 듯 고요하다. 관객들이 팝콘 먹는 소리, 콜라 마시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뒤늦게 상영관 안에 들어간 기자는 가방을 벗어놓기도 민망한 상황.
가족이 식료품점을 나오고, 음악이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관객들은 그동안 미뤄뒀던 팝콘을 먹고, 고정됐던 자세를 한번 바꿀 수 있었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상영관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인류가 종말한 것으로 보이는 가까운 미래, 소리를 내는 순간 괴생명체에 공격받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가족의 숨 막히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호러 장르에서 부여하는 극한 조건 중 소리에 주목했다. 그리고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리 내면 죽는다’는 영화적 설정으로 러닝타임 상당부분이 최소한의 음향만을 사용하다보니, 앞서 묘사했듯이 극장 안에서는 조그마한 움직임도 크게 울린다.
따라서 관객들도 영화를 보는 내내 몸이 굳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긴장하게 만든다. 극장 안에서의 체험까지도 고려한 영리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SNS 등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본 관객들이 “사람들이 배경음악 나올 때만 팝콘, 콜라 몰아서 먹음” “절대 먹을 것 사가면 안 되는 영화” “폭포 씬에서 많이 드셔야 해요” “마지막에 철컥 하자마자 영화관 사람들 일제히 호흡 터짐” 등 긴장감 넘치는 후기를 올리고 있다.
실제 부부인 존 크래신스키와 에밀리 블런트, 아역배우들도 호연을 펼치며 공포감을 섬세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존 크래신스키는 그동안 배우로 이름을 좀 더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연출작인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통해 그는 감독으로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