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14개 노조 와해…심종두 전 대표 새 법인 만들고 가상화폐거래소 대표도 맡아
검찰 조사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무관리 ‘마스터플랜’ 등 노조 대응을 위한 문건을 작성했다. 또 ‘노조파괴 전문가’를 고용해 자문을 받았으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출신 A 변호사가 종합상황실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창조컨설팅은 과거 다수 기업의 노조 파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곳으로서 2012년 사상 처음으로 노무법인 인가가 취소됐다. 검찰은 지난 12일 A 변호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는 현재 새로 설립한 노무법인 글로벌원의 대표로 있으며 최근에는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뱅크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사진은 글로벌원 홈페이지.
창조컨설팅은 노동계에서 노조 파괴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이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수미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은 전 의원은 당시 “창조컨설팅이 최근 7년간 14개 민주노조를 무너뜨리는 데 관여했다”며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때에는 별도의 ‘성공보수’를 받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은 전 의원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이 2011년 4월 작성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상신브레이크 ▲대림자동차 ▲캡스 ▲성애병원 ▲영남대의료원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등 노조가 파괴된 12개 사업장의 명단이 들어 있다.
2012년 10월 19일 고용노동부는 창조컨설팅의 설립인가를 취소했다.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의 노무사 등록도 취소됐다. 그러나 심 대표는 노무사 등록 취소 기한(3년)이 끝나자 2016년 7월 새 노무법인 ‘글로벌원’을 설립했다. 창조컨설팅의 개입으로 피해를 본 유성기업 노조와 시민단체는 글로벌원이 입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실에 노조 파괴를 규탄하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7월 ‘창조컨설팅 부활방지법’(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이용득 의원실 관계자는 “발의를 했으나 다른 이슈가 많다 보니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관련 법안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법안심사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 대표는 현재 새로 설립한 노무법인 글로벌원의 대표로 있으며 최근에는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뱅크의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9월 코인뱅크가 낸 모집공고를 보면 법인등기부상 코인뱅크의 소재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임에도 모집공고상 근무지는 글로벌원이 있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으로 돼 있다. ‘글로벌원’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다른 노무법인과 달리 법인 구성원과 그들의 실적, 법인 연혁 등에 대한 소개를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글로벌원 소개서’에 법인명과 CI, 심종두 대표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누군가 과거 창조컨설팅과 관련된 사항을 지우려 한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대중 참여형 정보 사이트 ‘나무위키’가 대표적이다. 나무위키에서 창조컨설팅 게시물을 확인하면 지난 1월 31일 한 이용자가 다량의 정보를 삭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가 삭제한 내용에는 심 대표와 김 아무개 전 창조컨설팅 전무의 이름을 비롯해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회사들의 목록과 성공보수 등이 포함돼 있다. 나무위키에서 창조컨설팅 관련 정보를 삭제한 이용자는 또 지난 2월 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정보에서도 심 대표와 창조컨설팅에 대한 내용을 삭제했다. 해당 이용자의 아이피를 추적한 결과, 이용자의 위치는 심 전 대표가 설립한 새 노무법인 글로벌원이 위치한 서울 금천구 독산동으로 확인됐다.
창조컨설팅과 심종두 대표의 복귀에 대한 논란은 이미 2016년 7월 글로벌원이 설립될 당시 불거졌다. 2년이 지난 지금,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 의혹과 관련해 또 다시 등장한 심 대표는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는 “심 전 대표와 같은 이들이 노무법인을 다시 운영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심 대표는 충남 아산 유성기업과 경북 경주 발레오전장과 컨설팅을 체결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자문(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한 혐의로 2015년 6월 기소됐다. 심 대표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유성기업 재판 결과를 이유로 재판이 미뤄져 오는 5월 7일에야 겨우 6번째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여다정 기자 yros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