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강서경찰서에 출석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최준필 기자
2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조현민 전 전무는 지난 1일 이뤄진 경찰조사에서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 것이 아니다”라며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컵을) 손등으로 밀쳤는데 음료수가 튀어서 피해자들이 맞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업무방해 혐의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전무는 사건 당시 회의가 중단된 것에 대해 “본인이 해당 업무에 대한 결정권한이 있는 총괄 책임자로서, 당일 회의는 본인의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업무방해 혐의는 타인의 업무를 방해해야 성립한다.
앞서 강서경찰서는 조현민 전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15시간 동안 폭행 및 특수폭행,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조 전 전무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이다.
조현민 전 전무는 지난 3월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A광고대행사와의 회의에서 대행사 직원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전 전무 조사에 앞서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항공과 광고대행사 직원들로부터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리컵을 던졌다” “종이컵의 음료수를 (사람에게) 뿌렸다” “테이블 위의 유리컵을 팔로 밀쳤다” 등의 진술을 청취한 바 있다.
또한 경찰이 확보한 당시 회의 녹음파일에는 조 전 전무가 내지르는 고성과 유리컵이 떨어지는 소리가 녹음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현민 전 전무에게 일단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지만,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졌다면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이에 경찰은 조 전 전무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조현민 전 전무에게 증거인멸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회유 협박이 있었는지도 집중 캐물었다. 하지만 조현민 전 전무는 “대한항공 관계자와 수습대책에 대해 상의는 했지만,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댓글을 달도록 하는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현민 전 전무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함에 따라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