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뉴스] 팔색조 매력 뽐내며 K리그-MBC 흥보대사 등극...김병지·김신욱·이근호·박문성 등과 어깨동무
인기몰이 중인 감스트는 이제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구에서 ‘월드클래스’ 방송인을 꿈꾸고 있다. 도대체 감스트의 매력은 뭘까? ‘일요신문i‘가 감스트의 인기비결을 공개한다.
BJ 감스트(좌)와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 연합뉴스
위 사진 속에는 ‘봉동이장’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 눈길을 끈다. 반면 최 감독과 함께 서 있는 안경낀 청년은 누구일까? 이 청년이 바로 감스트다. 프로축구연맹은 2월 27일 열린 2018 K리그 공식 미디어 데이에서 감스트를 2018시즌 K리그의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감스트는 인터넷 1인 미디어 ‘아프리카TV’에서 축구 게임 방송으로 유명세를 끌고 있는 BJ로 최근 축구 방송으로 확장해 유럽 축구 중계를 해왔다. 아프리카TV 내에서 최고 동시 시청자가 평균 4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그런데 K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여론이 “10~20대 팬층을 확보한 감스트가 홍보대사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감스트를 누가 알까. 비속어를 일상처럼 쓰는데 K리그 이미지와 맞지 않다”라는 비관론으로 엇갈렸기 때문이다.
감스트(좌)와 최승호 MBC 사장. 감스트 유튜브 영상 캡처
약 두 달이 흐른 지금, 감스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감스트가 홍보대사 역할을 잘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K리그의 모든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감스트를 홍보대사로 임명한 이후 접속자가 약 3배 늘었다”며 “아프리카 TV에서도 조회 수가 증가했다. 감스트의 홍보활동 덕분이다”고 밝혔다.
감스트의 K리그 데뷔전이 연착륙에 이어 최근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축구팬들을 강타했다. MBC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감스트와 협엽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MBC는 감스트를 러시아 월드컵 MBC 홍보대사와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임명했다.
MBC 사장실에 들어선 감스트. 감스트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이와 관련 감스트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감스트는 2018년 4월 25일 게시한 방송 영상에서 “‘MBC 광고 기획본부’라면서 저한테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며 “장난전화인 줄 알고 ‘XX하지마라’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진짜 MBC였다”고 밝혔다.
감스트는 이어 “제가 공중파에 나가는 모습은 단 한 번도 안 해봤는데...MBC 측이 저를 정말 높이 평가해줘서 제안에 응했다”고 감격했다. 애청자들은 “감스트, 이제는 진짜 월드클래스다”라고 열광했다. ‘방구석’ 스타였던 감스트가 K리그는 물론 러시아 월드컵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승호 MBC 사장이 감스트에게 홍보대사 위촉장을 전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감스트는 영상 속에서 최승호 사장과 임원진을 향해 “S사와 K사가 있는데 MBC가 월드컵 1등을 해야 한다. 한 분씩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해달라”고 묻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최승호 사장은 “감스트는 MBC에 차별화된 월드컵 비밀 병기다. 10~20대 팬층을 잡는 부분에 대해 우리보다 아이디어가 뛰어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감스트는 책상을 ‘탁’ 손으로 내리치면서 “예상 시청률은 51%가 괜찮지 않을까요”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MBC 관계자는 “감스트의 애청자인 광고국의 한 직원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며 “초기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최승호 사장과 함께 찍은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MBC가 예전에 비해 젊은 이미지가 축소된 상황이다. 감스트가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TV 방송 화면. 김병지 선수(좌측부터 시계방향), 아들 김산, 감스트. 감스트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일반적으로 감스트와 같은 인기 BJ들은 ‘마이너’ 이미지가 강하다. 아프리카 TV 방송 특성상 자유로운 욕설와 선정적인 화면 연출이 방송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스트 역시 방송을 하면서 거친 막말과 욕설을 보일 때가 많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시청자들이 보는 지상파 방송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BJ는 섭외가 어려눈 인물들이다. 하지만 감스트는 그 아찔한 ‘경계선’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감스트의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막강한 섭외력’이다. 감스트는 김병지, 이근호, 김신욱 등 전․현직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과 방송을 함께하면서 다른 BJ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방송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TV 방송 화면. 김병지 선수(좌측부터 시계방향), 아들 김산, 감스트. 감스트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포병지’ 사건은 아프리카 TV 애청자들 사이에서 전설로 남아있을 정도다. 2015년 7월 25일 당시 감스트는 피파온라인3 게임을 하면서 한국 전설 카드를 개봉했다. 하지만 몸값이 비싼 선수 대신 김병지 선수 카드가 4번 연속으로 나오자 감스트는 김병지 선수를 향해 욕설을 하면서 고성을 내질렀다.
김병지 선수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웃으면서 봤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내 아들도 봤을 텐데 어떻게 할 거냐”면서 “용서받을 방법은 딱 하나, 나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김병지 선수가 감스트를 용서하자 감스트는 방송에서 무릎을 꿇고 김병지 선수에게 사과를 했다.
2016년 12월, 믿기 힘든일이 벌어졌다. 김병지 선수가 감스트와 함께 아프리카TV에 등장한 것이다. 감스트는 방송에서 “‘윙병지’ 사건, 왜 하셨나”라며 김병지 선수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윙병지’는 골키퍼인 김병지 선수가 2002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 하프라인 쪽으로 드리블을 하다가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긴 사건이다.
박문성 SBS 축구 해설위원(좌)와 감스트. 감스트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김병지 선수는 “공하고 몸이 균형을 잃어서 드리블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히딩크 감독, 핌 베어백, 박항서 코치가 차례로 쓰러졌다. 내 심정은 오죽했겠나”라고 밝혔다. 당시 김병지 선수의 솔직한 발언 때문에 감스트 방송에 대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 감스트가 함께한 축구계 스타만 이근호 김신욱 선수, 박문성 이상윤 해설위원 등 그야말로 축구계의 ‘셀럽’들이다. 감스트는 이들과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뒷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내며 자신만의 고유한 방송 ‘영역’을 만들어냈다.
택시기사 상황극을 하는 감스트. 아프리카 TV 방송 화면. 감스트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두 번째 인기비결은 ‘색다른 콘텐츠’이다. 감스트는 일명 ‘상황극’의 달인이다. 1인 2역을 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감스트가 의자 다리를 운전대 삼아, 택시 운전사를 따라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최근 감스트는 “내가 만약 토트넘 감독이 된다면”이라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감스트가 마우리시노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을 연기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감스트가 영상에서 손흥민 선수를 향해 “너는 무조건 선발이야”라고 외치고 에릭 라멜라 선수를 향해 “이번 경기는 쉬어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국내 축구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화제를 모았다.
토트넘 감독 상황극을 하는 감스트. 감스트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당시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선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에서 라멜라 선수를 편애하기 때문에 손흥민 선수를 중요한 경기에서 빼는 것”이라는 음모론마저 돌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출연한 감스트. 감스트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그렇다면 감스트를 과감하게 ‘선택’한 이들이 꼽는 인기비결은 뭘까.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제가 감스트를 따라 사인회를 갔었다.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웬만한 선수보다 길어서 인기를 체감했다”며 “감스트는 주로 게임을 통해 축구를 접한 10대 팬들에게 K리그를 알릴 수 있는 적임자다”고 전했다. 독보적인 ‘팬층’이 감스트의 장점이라는 분석이다.
아프리카 TV 관계자는 “감스트는 다른 BJ들에 비해 건전하다”며 “감스트의 평소 이미지가 깨끗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키우려고 많은 부분을 지원했다. 우리가 부담 없이 프로축구연맹에 홍보대사 임명을 제안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 TV 측은 감스트의 ‘건전한 방송’에 주목했습니다. 감스트가 일베, 여혐 논란을 일으키는 다른 ‘사고뭉치’ BJ들과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MBC 측은 감스트의 ‘유연성’에 주목했습니다. MBC 관계자는 “감스트는 지상파 방송에 맞는 친구다”며 “처음엔 감스트가 ‘지상파 방송에 맞춰 자기 색깔을 낼 수 있을까’라며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방송을 해보니 달랐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지상파 방송을 넘나들면서 자신의 색깔을 맞춰가는 방송감이 있었다. 우리도 의외였던 부분이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축구팬들의 열기는 이미 축제 분위기다. 축구 게임부터 월드컵 경기중계를 넘어서, ‘최고의 성덕(성공한 덕후)’ 반열에 오른 감스트, 그의 도전과 열정이 있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감스트의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