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강서경찰서에 출석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최준필 기자
9일 정부부처 및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김현미 장관 주재로 비공개 대책 회의를 갖고, 조현민 전 전무의 위법한 진에어 등기이사 등록과 관련해 제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태 이후, 그가 미국 국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의 등기이사를 맡아 논란이 됐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을 등기임원으로 선임했을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항공사를 대상으로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실제 국토부는 조현민 전 전무의 등기이사 건이 항공 면허 결격 사유가 된다고 보고, 법무법인 세 곳에 면허 취소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 취소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진에어에 대한 청문 절차가 열릴 수 있다.
또한 국토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항공법 위반 시 면허 취소 등을 명할 수 있다는 참고자료를 게재했다. 내부적으로는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위법여부를 묵과한 부분은 없는지 자체감사도 실시 중이다.
다만 국토부는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방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측은 위법 이사직에 대한 규제방안으로 여러 대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부라며 법적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따져봐야 하는 만큼 추진여부가 결정된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진에어 면허 취소가 실현될 경우 항공사 직원들의 고용문제 등 법적·사회적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08년 1월 대한항공 자회사 격으로 출범해 분리된 진에어는 지난달 기준 근로자가 1929명에 달한다.
특히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직을 수행한 것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관련 부서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