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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노풍’의 기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대선 승 리 불안감이 커지자 민주당 일각을 중심으로 ‘대안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 ||
민주당을 바꾼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제 지역 정당으로 떨어져 호남 외엔 어디에서도 행세하지 못한다.”“당 이름만 바꿔서는 아무도 오지 않고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없다.” 5월 하순 민주당 의원들의 워크숍에서 나온 이 얘기는 이제는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새천년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당이고 호남당이다. 이 이미지에서 탈출해야 사는 길이 열린다는 공감대 말이다. 그렇지만 탈DJ가 어디 쉬운가. 진짜 탈DJ로 가는 길은 ‘헤쳐 모여’ 수준의 변화라야 한다. ‘헤쳐 모여’라면 후보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변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지금 민주당에선 후보 교체론도 나오고 있다. 후보를 바꾼다는 얘기가 떠돈다는 건 놀랄 일이다. 도대체 지명된 후보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바꿀 수 있나. 세상 어느 정당에서도 그런 전례는 없었던 일일 게다. 더욱이 민주당의 경우 어떻게 등장시킨 노 후보인가. 민주당은 국민경선이란 이름 아래 근 7주간에 걸친 비싼 후보지명대회를 했다. 그런데 교체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민주당의 목표는 대통령 자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회창 후보를 이길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 사람들의 생각이다. 강력한 희망이 아니고 절체절명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민주당 중진 아무개 의원이 이회창 총재가 집권하면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한 일이 있다.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실세라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불안심리를 안고 있다는 것.
이회창 후보가 정치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건 이런 민주당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그러나 민주당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설혹 정치보복을 할 생각이 없다해도 이전의 집권세력을 다스릴 수밖에 없는 정치환경이 만들어질 테고 그러면 결국 칼을 뽑게 되리라는 풀이도 있다. 이래서 민주당 실세들에게 후보 선정은 정치가 아니라 생존게임이라는 얘기다.
그럼 노 후보는 승산이 낮아진 것일까. 어느날 갑자기 몰아친 노무현 강풍은 그러나 너무 쉽게 빠져나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 후보를 지지했다가 마음을 바꾼 표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그럼 왜 바람은 그리 쉽게 빠져나간 것일까.
노 후보 스스로는 그 원인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간 데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게 정치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것으로 비친 것 같다. 충분한 사전설명 없이 조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나 싶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지만 김 전 대통령의 협조를 구한 그의 걸음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노 후보는 지난 5월24일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로부터 “YS와 손잡고 전국정당을 만들겠다는 노 후보 노선에 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후 15년 동안 가슴에 못박혀 있던 것이 양김 분열”이라며 “김 후보의 충고와 지적은 옳으나 노무현은 노무현의 길을 간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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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말 YS를 방문한 노 후보의 선택은 득보다 실이 었다는 분석이다. | ||
그의 말대로 풀이하면 양김이 열어주어야 할 ‘마당’이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연합이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연합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설혹 의미가 있다 해도 그게 양김이 나서서 이루어낼 성질의 일인가.
우선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연합이란 아무 의미도 없다. YS의 상도동계란 이미 없다. YS가 정치를 재개하면 혹 다시 모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치에 초연한 위치에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선 상도동계를 다시 모으거나 지도할 입장이 아니다. 그런 걸 모를 노 후보가 아니다. 그럼 노 후보는 YS에게 뭘 기대하는 것일까.
대체로 세 가지를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그 첫째는 ‘스몰 DJ’‘DJ의 정치적 양자’ 딱지를 떼는 것이다. DJ를 가장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는 YS가 DJ 양자의 손을 들어줄 리가 없다는 인식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호남당 후보에서 벗어나는 것. YS가 손을 들어준다면 그건 부산사람들에게 역시 노무현은 부산사람이라는 YS선언으로 비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음직하다.
셋째는 반미 친북 성향,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빨갱이가 아니라는 보증을 받는 것. YS는 보수야당을 대표했다. DJ의 이른바 햇볕정책도 단호하게 반대해 왔다. 그런 YS가 급진좌파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계산했음직하다.
YS한테서 얻을 수 있는 이 세 가지는 노 후보 스스로의 이미지나 색깔로 확보해 있는 지지기반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노 후보가 그의 색깔이나 이미지로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리라는 것, 그런 기대가 YS에게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그럼 YS에 대한 공들이기는 성과가 있는 것일까. YS를 향한 공들이기엔 노 후보만 나선 게 아니다. 노 후보 사람들 중 상도동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상도동을 다녀갔다.
87년의 대선 전야,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나서기 위해 평민당을 창당해 떨어져나가던 때 따라가기를 거부하고 통일민주당에 남았던 김상현씨, 상도동과 동교동이 정당을 함께 하고 있던 때 동교동계이면서 상도동에도 우호적이었던 김원기 의원이 모두 김 전 대통령을 찾아 노 후보 지원을 부탁했다. 상도동계였던 사람들 중 한나라당과 소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줄줄이 상도동을 찾아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탐색하거나 지지하는 얘기들을 했다.
그러나 YS는 어떤 언질도 주지 않았고 부산시장 후보 추천은 거절했다. 노 후보는 그래도 YS 시절에 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씨를 부산시장 후보로 추천했다. 내락을 기대한 추천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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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때만해도 김 전 대통령은 노 후보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노 후보도 그런 호의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가 시작되고 노 후보가 후보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노 후보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북한과 통일문제, 미국에 대한 인식, 그리고 언론에 대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남북대화만 성공하면 다른 건 깽판 쳐도 좋다”는 얘기. DJ의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DJ의 사상도 의심스럽다고 말한 YS에게 햇볕정책 이상으로 기운 친북 발언은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사진 찍으러 가지 않는다는 식의 대미인식 역시 대통령 후보로서가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도 엉뚱하다고 할 발언이다. <조선일보>를 향해 쏘아대는 노 후보의 발언들, 역시 YS가 지지선언을 하려할 때 발목을 잡을 부담스런 발언에 속한다.
상도동 소식통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YS의 인식에서 노 후보는 상대적으론 더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면서 “YS 지지자 중 95%는 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실은 YS도 알고 있다”고 했다.
노풍은 사라지고 YS의 지지도 불확실하고…. 이런 게 후보 교체설의 배경이다. 그렇지만 후보 교체가 그리 쉬운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 힘이 실리고 사람들이 그 앞에 줄을 서는 게 한국의 정치문화다. 누구도 대통령 후보를 바꿀 힘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노 후보 교체설은 힘이 실려 떠돈다. 왜인가.
노 후보의 후보 자리는 쟁취했다기보다 주어진 것이라는 평가다. 민주당의 경선은 광주의 선택을 분수령으로 했다. 광주가 영남후보로 노무현을 선택하면서 노무현 드라마가 연출된 것. 그래서 노 후보의 기반은 노 후보의 것이 아니다.
둘째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이미지 선거다. 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대쪽이라는 이미지 하나로 어느 날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올라섰다가 아들의 병역문제로 그 이미지가 흔들리면서 지지도는 추락했었다.
요즘 뜨고 있는 ‘노풍’도 새로워 보인다는 이미지였다. 이회창 대세론이 ‘반김대중 정서’였듯이 노풍은 ‘정치불신의 반사이득’이다. 대통령 선거까지는 6개월, 이 시간은 다시 번쩍 눈에 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다.
셋째는 정계에 유동세력 그리고 떠돌고 있는 별이 있다는 것 때문이다. 유동세력이란 자민련 그리고 제3의 창당에 나선 사람들이다. 떠도는 별 중 주목받는 별은 박근혜 의원이다. 그녀는 최근 평양을 방문, 김정일도 만났다. 김정일은 유별나게 박 의원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누가 그녀의 북한행을 주선한 것인가, 왜 김정일은 박 의원을 마치 남한 보수세력의 대표인양 맞이하고 대우하고 메시지도 전달한 것인가. 이런 것들이 주목하게 되는 배경이다. 이래저래 정가의 새판 짜기, 선수 교체 등 뜨거운 쟁점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굴 모양이다.
홍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