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업무 마비로 환불 요청 줄이어…원장 대출 200억 넘어 사재 해결 어려울 듯
수만 명의 환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투명치과는 올해 초부터 환불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자를 관리하는 실장들이 연락이 두절되는 등 병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의료진과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등 병원 인력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환자들은 병원이 새로운 환자는 계속 받으면서도 기존 환자 관리를 하지 않고 이대로 문을 닫을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한치과교정학회의 압박도 한몫을 했다. 학회는 최근 ‘이벤트성 치과에서 일을 계속하는 경우 학회회원 자격 박탈 등 조치를 취할 것이다’는 공지를 전 회원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협회 차원의 압박이 트리거가 되어 병원을 그만둔 의사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의료진이 퇴사하며 업무가 마비되고 병원운영의 악순환은 가중됐다. 전현직 임직원에 따르면 일부는 퇴직금을 못 받았고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남아있는 의료진은 “책임감 때문에 나와서 환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 혼자서 많은 환자를 보는 게 역부족이고 성난 환자들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 가로수길에 있는 투명치과의원. 박정훈 기자
# 이전에도 치과 폐업 전적…스타 의사가 번 돈 다 어디로 갔나?
강 원장은 투명교정으로 유명해지기 전 다른 분야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2001년 강 원장은 라미네이트와 치아미백 전문으로 홍보를 하며 W 치과를 열었다. 사세가 점점 확장되자 양악수술 전문으로 활약하며 국내 양악수술 붐을 일으킨 곳도 W 치과다. 환자는 나날이 늘어갔지만 W 치과는 수십억 원을 탈세해 결국 2012년 6월 폐업에 이르렀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수십억 원 이상 탈세가 이뤄진 것은 개인 병원 급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의 탈세 규모다.
장기치료나 관리가 요구되는 양악수술, 교정 등 환자들은 초기에 선불로 비용을 전부 지불한다. 강 원장 대신 W 치과를 인수한 김 아무개 원장은 6000여 명의 환자를 떠안으며 병원문을 다시 열었다.
강 원장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성수동의 고급 아파트는 시세가 42억 원을 호가하지만, 매매가격만큼 근저당이 잡혀있어 사실상 빚으로 지은 집이나 다름없다. 신사동 요지에 있는 투명치과 건물은 2011년 11월 강 원장이 92억 원에 사들였지만 2개월 뒤인 2012년 1월 강 원장은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144억 원을 빌리고, 5월에 추가로 6억 원을 대출 받았다.
건물은 경매로 넘어가 현재 주인이 바뀐 상태로, 투명치과는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투명치과 본관 부근에 있는 별관 역시 임차로 병원을 사용하고 있다. 건물주인 A 사무소 측은 “임대차계약은 개인 간의 거래라 그 금액과 임대 기간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원장 개인 집과 병원 건물 등에서 환자에게 환불로 나갈 수 있는 현금 마련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강 원장이 세운 외곽 회사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업가적 역량을 발휘해 종합치과기업을 세우고자 했던 강 씨는 본업인 병원 경영에 위기가 닥칠 때에도 투자와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강 씨는 2005년 치아미백 제품 생산을 주로 하는 화이트생활건강을 자본금 1억 원을 들여 설립했다. 2016년에는 투명교정기 생산 관련 회사인 클리어라인 주식회사도 세웠다. 자본금 5억 원을 들여 시작한 클리어라인은 2016년 매출이 1억 5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 37억 원, 영업이익 12억 원을 내며 빠르게 성장했다. 또 강 원장은 올해 초 플라스틱 투명교정기를 개발한 이클리어를 인수했다.
설립된 법인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면 강 원장의 가족으로 알려진 홍 아무개 씨와 강 아무개 씨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화이트생활건강, 클리어라인, 이클리어 등 회사는 강 씨와 그 가족들이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사내이사와 감사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교정 중인 환자가 2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며 환자들은 추가치료와 환불 등을 위해 강 원장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 원장은 그동안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돈만 해도 2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그가 큰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왜 목돈이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강 원장의 과거 주식투자도 현금성자산 보유와 관련에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강 원장은 2007년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아이리소스 주식을 70여 억 원을 들여 장외매집해 최대주주가 된다. 당시 에스아이리소스 매입과 관련해 시세조종 및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졌었다. 에스아이리소스가 자본잠식률이 50%가 넘어 경영악화로 거래정지 상태였기 때문이다. 거래정지 조치는 거래소가 상장폐지 여부 등을 따져보기 위해 취하는데, 이런 기업의 주식을 70여 억 원의 거금을 들여 장외에서 거래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매매라는 것. 공교롭게도 경영참여를 위해 기업에 투자했던 강 원장은 거래정지가 풀린 바로 직후인 2008년 3월 지분을 모두 매각해 30% 상당의 수익률을 올렸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외국인 환자도 멘붕’ 투명치과 찾아가보니... 지난 5월 29일 오전 방문한 투명치과 병원은 불이 꺼져 있고 통유리 벽면 근처에 공고문이 붙어 있다. ‘진료 인력 충원이 원활하지 못하여 25일 투명교정과·보철과는 휴진이며 장치교정과 응급진료만 가능하다. 예약변경은 빠른 시일 내에 도와드리겠다’는 내용이다. 방문한 환자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문이 닫힌 병원 공지글을 읽고 있었다. 병원 앞에서 만난 한 중국인 환자는 “외국인 환자가 제법 있다. 친구가 여기서 교정을 했는데 내가 한국말을 더 잘해서 같이 왔다”고 말했다. 응급진료가 이뤄지는 신사동 투명치과 별관에 환자들이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대거 모여들었다. 금재은 기자 응급진료는 병원 별관에서 이뤄졌다. 병원 진료 시작 시각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계단까지 환자들이 늘어서 차례를 기다렸다. 수납을 맡는 직원 세 명과 담당 의사 한 명, 치위생사들이 환자들을 다 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남은 의료진과 직원들도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원장님과 연락을 해보지 않았다. 오셔서 환자들과 소통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성을 지르는 환자들과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등이 모여들어 병원 내부는 혼잡하고 어수선했다. 대한치과교정학회는 최근 회원 전원에게 ‘이벤트성 치과에서 근무를 계속하는 회원은 자격정지나 박탈 등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압박을 느낀 일부 의사들이 퇴사하며 진료 업무에 마비가 오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정작 투명치과의 대표원장은 교정학회 회원이 아니어서 원장이나 사업장에 학회차원의 제재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