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vs 박일남 비대위 vs 남진 비대위 제각각 목소리 내기 바빠
지난 5월 10일 열린 대한가수협회 원로 가수 초청 간담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박일남 고문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이종현 기자
지난 5월 30일 대한가수협회 집행부는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거를 7월 3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거인 명부를 6월 5일까지 확정하고, 6일부터 12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5월 1일 임시 총회에서 긴급하게 통과됐던 임원 선거 관련 개정안은 이번 선거에 적용되지 않았다. 집행부 측은 “임원 후보자 자격 규정은 특별한 요건이 없으며 선관위 규정에 맞게 자유경선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 65세 미만 임원 피선거권 박탈과 회장 후보자 자격 제한 등의 개정안이 전면 무효화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이 회장 선거 일정을 놓고 비대위 측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지난 5월 10일 발족한 대한가수협회의 첫 번째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원로가수 박일남이 직접 김흥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이 비대위는 협회 정상화와 함께 김흥국과 갈등을 빚어오다 제명된 박일서 전 대한가수협회 수석부회장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대한가수협회 원로회 고문이기도 한 박일남은 지난 5월 30일 일문일답 형식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불법으로 선출된 (집행부) 이사들이 모여 무엇을 하려는지 목적을 모르겠다”라며 “김흥국 회장은 전화 연락도 받지 않고 연락 한 번 하지 않는데, 진정 이 현실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아직 사건이 해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 응원이, 콘서트가, 연예계 복귀가 무슨 말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집행부가 결정한 선거 일정은 협회의 의사결정 기구가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결정한 것”이라며 “협회 최고 의결 기구는 회원 총회인데 총회 승인을 얻지 않고 결정한 사항이라면 효력이 없을 것이며 그것을 무시하고 신임 회장을 선출한다면 그 다음에 올 후폭풍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협회에 제기됐던 각종 고소·고발이 정관을 무시한 협회의 결정으로 인한 것이었으며, 이 때문에 이번 선거도 제대로 정관을 지키지 않으면 또 다시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5월 10일 간담회에 참석한 박일서 전 수석부회장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그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도 “내가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후배인 남진과 싸워야 할 일인가. 나는 위원장 자리를 남진에게 넘기겠다고,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연락을 취했는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일남은 이어 “누군가가 남진의 이름을 팔아서 비대위를 또 만들었고, 남진은 거기에 묻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협회 내에서 편 가르기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부화뇌동하고 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꼴인가 싶다. 후배들 보기 부끄럽다”고도 말했다.
남진을 비대위원장으로 한 이 ‘제3세력 비대위’ 측은 박일남을 위원장으로 한 비대위와의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은 상황. 대한가수협회의 정상화라는 공통 목표를 두고도 갈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제3세력 비대위 측은 “박일남이 주축이 된 비대위가 박일서와 결별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절대 같이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바 있다.
제3세력 비대위는 ①협회의 정상화 ②김흥국의 퇴진 ③협회 비정상화를 초래한 임원들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3항의 임원들이 박일서 전 수석부회장과 이혜민 현 상임부회장이라는 것.
제3세력 비대위 관계자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김흥국과 이혜민, 그리고 박일서도 협회 운영 전반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협회를 이 지경까지 무너뜨린 데에는 박일서의 책임도 크다”라며 “박일남 측 비대위는 박일서의 제명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철회 뒤 복권된다면 박일서에게도 회장 선거에 출마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나. 그렇다면 당초 목적인 협회의 정상화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비대위는 김흥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괘씸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앞선 관계자는 “선거에 앞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 집행부의 완전한 해산, 또 하나는 김흥국이 남진에게 ‘회장 권한을 넘기겠다’고 한 대로 행동하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김흥국이 비대위와 집행부에 다른 말을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5일 ‘보험설계사 성폭력 사건’으로 경찰서에 출두한 김흥국 대한가수협회 회장.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박은숙 기자
그는 “지난 5월 23일 집행부는 ‘(남진의) 비대위 위임 수락 발언은 협회 이사회와는 전혀 무관한 개인의 발언에 불과하다’며 김흥국이 남진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을 부정했다”며 “김흥국이 우리에겐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하고, 집행부에 가서는 이를 부정하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비대위는 김흥국이 남진에게 직접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작성한 문서를 가지고 있다. 이 문서에 명시된 대로 김흥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선거 일정의 결정에 있어서도 현 집행부는 전면 배제돼야 한다. 만일 이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비대위도 이제까지 협회에 거론됐었던 각종 비리 의혹을 공개하는 등 강경한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