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승우 케미에 기대감 상승…수비 불안은 여전
보스니아전 직후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월드컵 개막 이전 국내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제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로 떠난다. 이들은 마지막 국내 일정에서 온두라스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했다. 온두라스에 2-0 승리, 보스니아에 1-3 패배를 거뒀다. 2연전에서 약간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러시아로 향했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테스트
대회 개막까지 10여 일, 대표팀의 첫 경기가 약 2주 남짓 남은 시점. 통상적으로 대회에서 사용할 가장 날카로운 무기(전술)을 확인하고 가다듬어야 할 순간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또다시 ‘테스트’를 치러야 했다. 현재의 28인 엔트리를 전후로 핵심 자원에서 부상이 발생했다. 이들의 부재를 인지하고 평가전에 돌입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5월 28일 온두라스전에서는 ‘플랜A’로 간주되던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된 선수 외에도 기성용, 장현수, 이재성, 김진수 등 주전급 선수들이 휴식을 취했다. 새롭게 대표팀에 선발되거나 대표팀 공백이 있는 등 다양한 자원들이 경기를 소화했다.
6월 1일 보스니아전에서는 3백이 가동됐다. 신태용 감독은 중앙 수비 3명 중 가운데에 미드필더 기성용을 배치했다. 이는 신 감독이 2014년 슈틸리케 전 감독 부임 직전 임시감독을 맡아 우루과이전에서 이 같은 형태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8월 신태용 감독이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처음 가동된 전술이다.
신태용 감독 28인 엔트리 발표 당시 6명의 센터백 자원이 선발했다. 많은 이들이 3백 전술 사용을 예측했다. 친선 2연전에 이어 본선에서도 3백 가동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러시아에 4명의 센터백 자원을 데려갔다.
#왜 3백인가
신 감독은 경기중 화려한 전술 변화를 즐기고 특히 플랜B로 3백을 즐겨 사용한다. 감독으로 나선 지난 2개 대회(올림픽, U-20 월드컵)에서 모두 대회 중 3백을 가동시켰다.
한국은 여전히 국제 대회에서 도전자의 입장이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을 상대할 이번 대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본적으로 3백은 중앙수비 숫자를 늘려 수비시 안정감을 가져올 수 있다. 강력한 공격은 점수를 가져올 수 있지만 강력한 수비는 승점을 가져온다.
신 감독의 3백은 다소 다른 면도 있었다. 3백의 중앙에 미드필더이자 대표팀의 기둥 기성용을 세웠다. 기성용은 후방에서부터 볼을 전방으로 연결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수비수로 내려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미드필드에서보다 상대방의 압박이 덜해 수월하게 패스를 전방으로 보낼 수 있었다. 이날 기성용의 탄성을 자아내는 전방 패스들은 우연이 아니었다.
윙어의 부재가 보스니아전과 같은 전술을 불러오기도 했다. 대표팀은 염기훈, 권창훈, 이근호 등 기존 4-4-2 포메이션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부상으로 잃었다. 보스니아전에서 활용된 3-5-2(또는 3-4-1-2)에서는 측면 공격수나 측면 미드필더가 배치되지 않았다. 이번 평가전에 소집된 선수들 중 유일한 오른쪽 측면 자원인 이청용은 결국 최종 명단 23인에서 제외됐다. 신 감독은 윙어가 없는 전술을 고려하고 있다.
#이승우 발견과 이재성 확인
이번 2연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이 발표한 28인 명단에는 의외의 이름이 있었다. 1998년생 공격수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베로나에서 성인 1군 무대에 데뷔했으나 리그 14경기에만 나섰다. 한 시즌 동안 343분만을 소화한 선수가 월드컵 직전 대표팀에 합류하자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선 “월드컵 ‘붐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타성 있는 이승우를 발탁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을 잠재우기까지 1경기면 족했다. 5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전에 선발출장한 그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0-0 상황이 이어지며 다소 답답하게 진행될 수도 있던 전반에 공격의 활로를 뚫은 선수는 만 20세의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자신만의 기술로 좁은 공간에서 볼을 지켜내고 동료들에게 연결했다.
그동안 공격수 포지션에서 주로 뛰어왔던 이승우는 이날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향후 미드필더 기용 가능성이 있는 그에게 수비력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도움을 기록하는 장면에서 적극적 수비 끝에 상대로부터 볼을 뺏어내고 득점자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오히려 도움장면보다는 앞선 수비 장면이 돋보였다.
보스니아전에서 대표팀의 유일한 골을 기록한 이재성. 사진=대한축구협회
6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전에서는 이전 경기에서 휴식을 취한 이재성이 복귀했다. 그간 대표팀 공격진에서 손발을 맞추던 동료들이 부상 낙마한 가운데 그는 홀로 남아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날 대표팀의 유일한 득점을 기록한 이재성은 골장면 외에도 자신이 지난해 K리그 MVP임을 플레이로 보여줬다. 특유의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냈고 수비시에도 끊임 없는 압박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아쉬웠던 부상 공백
이승우가 새롭게 떠올랐고 이재성의 가치를 재확인했지만 부상자들의 공백은 여실히 드러났다.
신 감독은 오른쪽 주전 윙어 권창훈이 부상으로 빠지자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이청용을 이자리에 기용했다. 그는 온두라스전에서 이따금씩 안정적인 컨트롤을 선보이긴 했지만 기대하던 모습을 연출해내지는 못했다.
대표팀은 이번 2연전에 손흥민과 황희찬이 2톱으로 연속 선발출장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한민국 최고 공격수 2인이지만 둘의 호흡 면에서는 아쉬운 장면을 여럿 연출했다. 손흥민과 좋은 궁합을 보이며 플랜 A인 4-4-2 전술이 잡는 데 공헌한 이근호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지 못한 세트피스에서는 전담 키커 염기훈, 불안한 수비장면에서는 중앙 수비수 김민재의 부재가 아쉬웠다.
#여전한 수비 불안
수비진의 불안함은 계속됐다. 전력이 약했던 온두라스를 상대로는 무실점을 달성했지만 보스니아에게 3방을 얻어 맞았다. 측면에서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전환 패스에 수비진 전체가 무너졌다. 실점 장면 외에 수비 뒷공간 불안도 여전했다.
고민이 깊어질 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선수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기성용, 손흥민 등 핵심 선수들은 개개인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기성용은 “3백, 4백의 문제가 아니다. 그 부분은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다. 압박하는 타이밍과 위치가 미흡했다”며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꼬집었다.
모든 면에서 향상이 요구되는 대표팀이지만 가장 시급한 부분은 수비 안정이다. 대표팀은 유럽으로 넘어가 2차례의 평가전을 가진다. 이 시점에는 오랜기간 대표팀 수비의 주축으로 활용돼 온 장현수가 부상에서 복귀하며 짐을 던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수비진 구상에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