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에 책임전가 등 ‘악몽’은 이어져
총장비리 의혹으로 학내 분규가 지속되고 있는 총신대학교에서 이번에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총여학생회가 게재한 성명서. 박혜리 기자
사건은 6월 1일 총신대학교 총여학생회가 미투 성명서를 발표하며 알려졌다. 총여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A 씨는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늦게 끝나자 함께 자리에 참석했던 B 씨에게 ‘숙박업소에서 잠깐 쉬어만 가자’고 설득했다. 자택이 멀었던 B 씨는 ‘나는 혼후관계주의자다‘ ‘절대 성관계를 시도하지 말라’ 등의 말로 선을 분명히 그었고, A 씨는 ‘절대 그럴 일 없다. 자신만 믿으라’며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숙박업소에 들어가자 A 씨의 태도가 달라졌다.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는 A 씨를 향해 B 씨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강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힘에 의해 제압당했다. 총여학생회 비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그날은 A 씨가 사역하는 교회의 예배를 마친 저녁이었다”며 “피해자에 따르면 강하게 저항하면 더 큰 위해를 당할까봐 가해자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범죄를 당하는 내내 불안함에 떨었다”고 전했다.
악몽은 하루에 끝나지 않았다. A 씨는 최근까지 학교에 출석했고 학교가 넓지 않은 탓에 B 씨는 오고가며 그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총여학생회에 따르면 A 씨는 사건 이후에도 “결혼 전제로 만나자”며 B 씨에게 접근했고 괴로움에 시달렸던 B 씨는 그에게 학교에 나오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의 비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A 씨는 자신이 B 씨와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B 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건 이후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피해여성을 향해 가해자는 ‘오빠랑 같이 병원 가자’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달 전 피해 여성은 경찰에 A 씨를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고 학교 성폭력 센터에도 피해사실을 알렸다. A 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강제성은 없었으며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정확한 수사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는 끝났고 5월 말에 검찰에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비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 여성은 외부 상담센터에 도움을 청했지만 그곳에서 마치 피해 여성이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신 것이 잘못이라는 식의 말을 들었다”며 “교내에서도 ‘피해 여성이 합의 하에 관계를 해 놓고 가해자가 소개팅을 나가려고 하니 샘이 나 신고를 한 것이다’ ‘피해자가 정신병이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강제성이 없었다는 A 씨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단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을 엄연한 성폭력 사건으로 보고 있다. 총신대에 따르면 6월 1일 A 씨는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총신대 성폭력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피해자의 신고로 지난달 성폭력 대책위원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 3회에 걸쳐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면담자리에서 충분히 본인들의 입장을 소명했다”며 ”사건 이후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입수했는데 피해자가 가해자가 가한 강제적인 행동에 대해 추궁하니 가해자가 부인하지 않았고 이 점에서 강제성을 확인했다. 학교에서 명확한 증거자료를 입수했기 때문에 수사 결과와 별개로 징계 내용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 이후 A 씨는 교회 전도사 일과 총학생회 임원직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총신대 한 교수는 ”신학과, 기독교학과 학생들은 본인이 원한다면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할 수 있다”며 ”교회마다 방침이 다르지만 심각한 범죄행위가 발생한 만큼 계속해서 전도사로 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기독교 단체도 연대 성명서를 게재했다. 6월 1일 게시된 ‘WITH YOU’란 제목의 성명서에는 ”우리는 유언비어와 왜곡된 소문 사이에 위축되지 않고 용기 있게 사건을 공론화한 피해 학생을 지지한다”며 ”피해 학생이 연락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는 것은 가해 학생이 자신이 저지른 성폭력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