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신지 ‘엄브로’ 페페 ‘뉴밸런스’ 마네 ‘언더아머’ 샤카…“내 신발은 내가 골라”
유명 축구선수의 축구화를 조사하는 풋볼부츠디비에 따르면 2018 러시아월드컵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 96%가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축구화를 신는다고 조사됐다. 나이키가 64%, 아디다스가 27%다. 푸마는 5%를 조금 넘는 수준일 뿐이지만 기타 브랜드에 비해서는 그래도 준수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98년 챔피언스 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베컴을 제치는 히바우두. 그는 미즈노를 신었던 선수 가운데 가장 탁월했던 테크니션이었다. 사진=피파 홈페이지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를 제외하고 1%를 넘긴 유일한 브랜드가 일본산 미즈노다. 한국과 일본 대표팀 선수가 나란히 4명씩 미즈노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참가할 예정이다. 과거 박주영이 미즈노를 신으며 한국 선수 사이에서도 미즈노의 저변이 확대됐다. 고요한과 김신욱, 윤영선, 주세종이 미즈노 파다. 일본 대표팀에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오카자키 신지와 요시다 마야, 에이스 혼다 케이스케, 미드필더 오시마 료타가 미즈노를 신는다.
한국과 일본은 거리상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미즈노는 유럽과 남미 유명 선수에게 왕왕 사랑 받았다. 비야레알에서 뛰는 세르비아 수비수 안토니오 루카비나가 미즈노를 신고 월드컵에 나설 예정이다. 안타깝게 월드컵에 탈락했지만 이탈리아에도 미즈노를 애용하는 선수가 하나 있다. 파리 생 제르맹에서 중앙을 책임지는 이탈리아 미드필더 티아고 모타가 미즈노를 신는다. 리버풀에서 사라진 마르코비치, 브라질의 헐크도 미즈노를 신고 경기에 나선다. 과거 아르헨티나 천재 파블로 아이마르와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루스, 히바우두, 파라과이의 로케 산타 크루즈, 네덜란드 헤딩 천재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등이 미즈노 축구화를 주로 이용했다. 카카는 나이키 모델이었지만 미즈노를 애용했던 축구선수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의 블랙번 시절 모습. 사진=피파 홈페이지
뉴 밸런스 약진도 눈을 사로잡는다. 리버풀의 후원사가 됐던 뉴 밸런스는 이번 월드컵 때 선수 약간 명에게 브랜드 홍보를 맡겼다. 세네갈과 리버풀의 특급 해결사 사디오 마네가 뉴 밸런스를 신는 대표적인 선수다. 코스타 리카의 켄달 와스톤, 파나마의 제이미 페네도, 호주의 팀 케이힐과 마시모 루옹고가 뉴 밸런스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뉴 밸런스가 축구에 손을 뻗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현역 시절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뉴 밸런스를 신었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의 당시 출전 모습은 매우 낯설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아식스를 신은 토니 아담스와 뉴 밸런스를 신은 사우스게이트. 사진=피파 홈페이지
10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브랜드의 틈바구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신흥 브랜드가 언더 아머다. 운동복이 대부분 면으로 돼 있다 보니 땀이 나면 옷이 무거워지는 게 짜증났던 미국인 케빈 플랭크는 23살 때 땀 배출이 용이한 운동복 브랜드를 만들었다. 언더 아머는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운동복 안에 입는 기능성 속옷으로 유명세를 탔다. 곧 축구화 시장까지 진출했다.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이 언더 아머 유니폼을 입는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양대 산맥을 무너뜨릴 유일한 대항마로 언더 아머를 꼽는다.
언더 아머 축구화를 신고 월드컵에 나서게 될 선수는 이제까지 파악된 바로 4명이다. 리버풀 수비수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속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언더 아머 축구화를 신는다. 레버쿠젠 소속 독일 국가대표 수비수 조나단 타 역시 언더 아머를 애용하는 선수다. 아스널의 중심이자 스위스 대표팀 미드필더 그라니트 샤카와 분데스 리가 상 파울리 주전 공격수이자 모로코 공격을 책임질 아지즈 부하두즈가 이번 월드컵 때 언더 아머를 착용할 예정이다. 월드컵에 나서진 못하지만 저주 받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이었던 멤피스 데파이와 과거 맨체스터 시티의 엔진이었던 헤수스 나바스가 언더 아머를 신었다.
로또 모델이었던 루드 굴리트. 사진=로또 홈페이지
2002년 일본 나라하에서 월드컵 경기를 대비해 훈련하는 베론. 사진=연합
자국 브랜드를 사용하는 선수들 때문에 일부 브랜드는 자신을 널리 알릴 좋은 기회를 맞기도 한다. 멕시코 대표팀 후보 골키퍼 알프레도 탈라베라는 자국 브랜드 피르마(Pirma) 축구화를 신을 예정이다. 아약스 소속 덴마크 축구선수 ‘바람의 아들’ 데니스 롬메달이 떠오른다. 롬메달은 자국 브랜드인 험멜 축구화를 애용하던 선수였다. 롬메달 이후 덴마크는 더 이상 험멜을 착용하는 선수를 찾아 보기 힘들어졌다. 이번 월드컵 때 덴마크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를 신는 선수로 꽉 차있다.
1994년 월드컵 때 켈미 축구화를 신고 쓰러진 루이스 엔리케. 사진=SBS 캡처
지금은 자취를 거의 감췄지만 스페인 브랜드 켈미(Kelme)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브랜드였다. 한국으로 치자면 키카 같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한국과 2 대 2로 비겼던 스페인 대표팀에는 알파벳 K가 새겨진 축구화를 신은 선수가 꽤 있었다. 19번을 달고 한국전에서 후반 6분 골을 넣었던 훌리오 살리나스가 켈미를 신었다. 바르셀로나 감독이었던 루이스 엔리케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켈미는 조용히 사라져 현재는 중저가 의류 브랜드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에서 페널티 킥 실패 직전인 로베르토 바조. 디아도라 축구화가 유난히 눈에 띤다. 사진=피파 홈페이지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