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강민호 대형 FA부터 정성훈·최준석 등 알짜 영입까지
지난 5월 23일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홈런을 기록한 강민호(오른쪽). 연합뉴스
[일요신문]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2018 KBO 리그가 어느덧 반환점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올스타전 투표를 시작한 데 이어 각 팀들은 시즌 전체 일정(144경기)의 4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특히 올 시즌 팀을 옮긴 많은 선수들로 야구팬들의 관심과 흥미는 어느때보다 뜨겁다. 지난해 이대호, 최형우, 차우찬 등이 FA 계약 100억 시대를 연 것과는 규모면에선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강민호, 민병헌, 김현수 등 한 팀을 상징하던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파급력은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2018 KBO 리그 반환점을 앞두고 이적생들의 중간 성적표를 살펴봤다.
# 유니폼 갈아입은 대형 FA 선수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팬들을 가장 놀라게 한 이적은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의 삼성행이었다. 2004년 롯데에서 데뷔해 14년간 활약한 그는 이대호와 함께 롯데를 상징하는 선수였다. 프로야구팬들이라면 ‘롯데의 강민호’로 시작하는 그의 응원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4년 80억의 계약서에 사인한 강민호는 타율 0.275, 52안타, 13홈런을 기록 중이다. 주전 포수이자 팀내 홈런 1위로 삼성을 이끌고 있지만 강민호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FA시장에서는 또 한 명의 국가대표가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강민호를 놓친 롯데는 민병헌을 잡았다. 민병헌은 초반 적응기를 거쳐 4월부터 맹타를 휘둘렀지만 5월 초 부상으로 1개월째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복귀가 임박한 민병헌은 ‘순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롯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생활을 마치고 KT로 복귀한 황재균. 사진=KT wiz
# 팀성적에 희비 엇갈리는 ‘전직 메이저리거’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거 2명이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주인공은 황재균과 김현수다. 이들은 이전까지 각각 롯데와 두산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FA 자격이 있던 이들은 나란히 이적을 결정했다. 황재균은 KT, 김현수는 LG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국내 무대에서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인 만큼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KT와 4년 88억 규모의 계약을 맺은 황재균은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 중이다. 6월 8일 현재 팀내 가장 많은 경기(61경기)에 출전해 가장 많은 안타(74개)와 2루타(23개)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9위로 처져 있는 팀 성적이 아쉽다. KT는 황재균 영입으로 수년간 이어진 하위권 탈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지만 또 다시 시즌 초반에만 상위권 맛을 봤다. 이에 황재균에 대해서도 홈런(6개)과 득점권 타율(0.250)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타격 기계’ 김현수는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LG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타율(3위, 0.372), 안타(1위, 92개), 타점(공동 1위, 56개), OPS(5위, 1.041) 등 홈런을 제외한 각종 타격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에는 국내 적응에 애를 먹는 듯했다. 개막 첫 일주일간 타율 0.241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4월부터 타율 4할에 가까운 매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위권에 위치하던 팀 순위도 플레이오프 진출권으로 끌어 올렸다. 리그 초반 2번과 5번 타순을 소화하는데 이어 부상으로 빠져있는 LG의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 대신 4번 타자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 시련 겪고 가치 인정받은 동기 채태인-최준석
2017 시즌 이후 나란히 FA를 신청한 동기 채태인(1982년 생)과 최준석(1983년 2월 생)은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37세라는 고령에 원소속팀이 계약을 꺼린 것이다. 비교적 고액연봉자였기에 다른 구단에서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계약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채태인은 롯데, 최준석은 NC로 각각 이적했다.
채태인은 방출된 최준석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최준석과는 달리 수비 능력으로 정평이 난 만큼 1루 수비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롯데가 치른 59경기 중 57경기에 나서 팀내 내야수 중 이대호에 이어 타율 0.309로 2위를 달리고 있다.
5500만 원이라는 연봉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영입된 최준석은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냈다. 시즌 네 번째 출장에서 대타로 나서 홈런을 기록하는 등 은퇴한 이호준의 공백을 메우는 듯했다. 다만 5월 들어 부진을 겪었다. 5월 말부터는 부상을 당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선수 방출에 반발하는 LG 팬들.
# LG를 떠난 선수들
지난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강민호, 김현수, 손아섭 등 대형 FA 외에 LG에서 벌어진 리빌딩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LG는 내야수 정성훈을 방출시키고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내야수 손주인, 외야수 이병규를 제외시켰다. 오랜 기간 활약했던 선수들이 팀을 떠나자 팬들은 구단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은퇴 기로에서 KIA에 입단한 정성훈은 고감도 타격감을 선보이며 방출 설움을 씻어내고 있다. 다만 5월 한 달간 4할 타율을 자랑한 것과 달리 6월 들어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 시절 잠재력은 보였지만 부상으로 신음했던 이병규는 롯데에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며 롯데의 백업 야수로 활약중이다. 특별히 부진한 기간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타율은 0.314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한 손주인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 달의 공백을 가진 후 33경기에 나서 타율 0.273을 기록하고 있다.
유니폼을 바꿔입은 이적생들의 구슬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KBO 리그 순위경쟁과 맞물려 프로야구의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