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BIFF 위해 1000억 육성기금 만들 것”…정부에 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도
지난 6월 20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과 영화인들의 간담회 모습.
BIFF는 지난 4년간 파행을 거듭하며 아시아 최고 영화제란 수식어를 부끄럽도록 만들었다. 다이빙벨 상영 논란으로 촉발된 부산시와 영화계의 갈등은 지역 최대의 문화 아이콘인 BIFF의 숨통을 옥좼다. 오거돈 당선인이 인수위를 꾸리자마자 BIFF 회생에 본격 나선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은 지난 20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재도약을 위한 영화인 간담회’에 참석해 BIFF의 정상화와 재도약을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영화계 측과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훼손된 BIFF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통해 BIFF가 새롭게 도약하길 바라는 오 당선인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협약식에는 오 당선인과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내정자, 전재수 국회의원 등 인수위 측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영화계 측 인사 15명이 함께했다. 이날 오 당선인은 먼저 지난 4년간의 BIFF 위상 추락에 대해 사과했다. BIFF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 당선인은 “BIFF의 자체 개혁과 쇄신에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지와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BIFF의 재도약을 천명하며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시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협약 내용은 더욱 주목된다. 먼저 시민, 영화인, 부산시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정책 발굴 협의체인 부산영화영상진흥위원회(가칭)를 설립하고, BIFF와 함께하는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월드시네마 랜드마크’를 조성키로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지원조례’(가칭)를 제정해 BIFF의 독립성·자율성 보장과 행·재정 지원 강화를 명문화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BIFF와 부산 영화·영상 부문에 대한 재정적 지원 방안으로는 해마다 250억 원, 민선 7기 임기 내 1000억 원을 조성해 부산영화·영상 장기발전 기금을 확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부에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특별법’ 제정을 건의해 세계 3대 영화제 규모로 국비 지원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이번 협약 체결만으로 당장 BIFF의 위상이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 섣부르다.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까지는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 마련과 제도적·법적 장벽 극복, 지역 문화계와 실질적 소통 강화 등 난관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오거돈 당선인의 이번 행보가 지난 4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를 느낄 정도로 의미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