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 포크레인 불러 묻어놓고 ‘모르쇠’
강서구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근로자 A씨와 B씨에 의하면 지난 3월 강서구청 일자리경제과 도시영농팀 소속 근로자들은 오곡동의 텃밭농장에서 퇴비와 함께 비닐,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 막걸리 병, 맥주캔 등의 폐기물을 땅에 묻었다. 이때 현장에는 포크레인이 와서 땅을 판 후 폐기물을 퇴비와 함께 묻었는데 현재 이 위치에는 구민들의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퇴비장이라고 써있지만 비닐, 부패한 음식물, 캔 등이 마구 버려져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13조는 폐기물의 배출과 처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법 제13조의 규정을 어기고 무단으로 쓰레기를 매립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당시 밭에는 겨우내 남아있던 농작물도 있었는데 강서구는 그것들을 모아 며칠 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소각한다. 하지만 폐기물관리법 제8조는 허가 또는 승인을 받거나 신고한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서 폐기물을 소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조례에 의해 지정한 장소에서는 소각이 가능한데, 강서구청 청소자원과에 문의한 결과 강서구에 이를 승인하는 조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밭에서 거둔 농작물을 태우는 현장
사업장을 관할하는 도시영농팀 팀장에게 매립을 지시했는지 묻자 도시영농팀장은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 나는 묻었는지도 최근까지 몰랐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 근로자와 상의해서 했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담당 공무원은 “포크레인을 부른 것은 맞다, 다만 폐기물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고 언 땅을 정비하기 위해 부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래놓고는 “매년 퇴비를 땅에 묻어 거름으로 써왔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폐기물 매립은 당일 작업 현장에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상위부서인 기획재정국은 “현장 기간제 근로자에게 물어보니 비닐 같은 폐기물을 모두 제거하고 퇴비만 묻었다고 한다”고 잡아떼고 있다.
비닐을 비롯한 폐기물을 모두 제거하고 퇴비만 묻었다는 말이 사실일까. 현장에 있던 근로자 간 증언이 엇갈리며 진위 파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명백한 증거가 밭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매립을 목격했던 근로자는 ”파보면 안다. 땅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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