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한 국정농단 특검 될까? 면죄부 줬던 BBK 특검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6월 8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조사할 허익범 특별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서울 강남역 J 빌딩에 차려진 특검 사무실에서 허익범 특검은 취재진에게 “새로운 자료를 완벽히 숙지하기 위해 다들 밤을 새우고 있다,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원칙론적인 수사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수사 기록을 통합·분석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자료가 나왔다”며 수사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김경수 당선인이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여론 댓글 조작과 관련, 지시를 직접 했는지 등 얼마나 구체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드루킹은 앞서 조선일보에 보낸 옥중편지에서 “김경수 당선인에게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보여줬다, 김 당선인이 텔레그램을 통해 (여론 조작) 활동을 보고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드루킹 김 씨가 김 당선인에게 지인의 ‘오사카 총영사’ 자리 채용 청탁을 하는 등 대가성으로 의심할만한 움직임도 있었기에 확인이 필요하다.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5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특히 송인백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한 소환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송 비서관은 지난 19대 대선까지 드루킹 김 씨를 4차례 만난 뒤, 김경수 당선인에게 연결시켜 준 것으로 알려졌다.
# 수사 멤버 보니 ‘무게감’ 떨어져
기간을 연장할 경우 최대 90일까지 수사할 수 있는 허익범 특검팀.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등 특검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특검팀에 합류한 검사들의 무게감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실질적으로 수사를 이끌어 나갈 수사팀장은 방봉혁 서울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1기)가 임명됐는데, 방 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부산고검, 대전고검 검사 등을 지냈다. 일선 형사 사건들에 대한 실무 경험은 많지만, 최근 수년 사이 발생한 대형 특수수사 사건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성훈 창원지검 통영지청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와 이선혁 청주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 공안 수사 경험이 있는 이정배 춘천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4기), 윤원일 서울북부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6기) 등도 수사팀에 합류하며 무게감을 더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에서 부부장검사로 근무한 바 있는 장성훈 부장검사를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예민한 정치, 특수 사건을 하기에 약한 라인업이라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파견 검사 중에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중에 간 사람이 없지 않냐”며 “특수수사는 경험을 할수록 노하우가 생기는데 이번 라인업에는 책임지고 수사를 확대해나갈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 역시 “박영수 특검 때를 생각해봐라, 박근혜 정부에 악이 바쳤던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 등 실력은 물론 수사 의지가 있던 사람들을 특검팀에 포진시켰다”며 “이번 특검팀에는 실력 여부를 떠나, 악에 바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가 성공할수록, 현 정권을 흔들 수 있도 있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박근혜 특검 때는 성공하면 인사에서 돌려받을 보상이 확실했지만 이번에는 수사를 잘해도 전혀 보상이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악에 바쳐 열심히 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허익범 특검이 파견 검사들의 수사 의지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역대 특검의 역사 또한 유사한 결말로 이어진 바 있다. 정권 핵심을 겨냥한, ‘살아 있는 권력’을 향했던 과거 특검들의 결과는 늘 대동소이했다. 조폐공사 특검은 1998년 조폐공사 노조 파업 당시 정부 개입 의혹을 수사했으나 ‘정부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2008년 1월 출범한 BBK 특검 역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BBK 차명 소유와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연관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아직 수사팀도 제대로 다 꾸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 검사는 다 확정됐지만, 수사관 35명과 파견 공무원 35명 등에 대한 인선은 아직 다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