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화 깨는 파격 인사 가능성 높아…청와대가 인사 주도
문무일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는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교감을 나누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연합뉴스
올해 검사장 승진 예정자는 약 8~9명. 지난해 12명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는 예정된 흐름이었다. 현재 검사장 자리 중 공석은 2곳.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차장검사 자리뿐이다. 8~9명의 승진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검장 승진 대상인 19·20기 검사장들 6명 이상의 용퇴가 전제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검사장들이 용퇴를 결정하지 않으면, 검사장 승진자 수가 6~7명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현재까지 사직을 표한 검사장은 3명뿐이다. 김강욱 대전고검장(사법연수원 19기)이 12일 가장 먼저 사의를 밝혔다. 그는 검찰 내부통신망 ‘e프로스’에 사직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리며 “오늘 제 청춘의 전부를 쏟아부은 정든 검찰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상훈 인천지검장(19기)과 안상돈 서울북부지검장(20기)은 14일 오전 e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방침도 검사장 자리 축소 전망에 힘을 보탠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사장 자리는 검찰총장을 제외하면 모두 48자리다. 하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검사장급들이 차지했던 법무부 실·국·본부장 자리 가운데 검찰국장을 제외하고는 검사가 아니어도 취임이 가능하도록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후속조치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이용구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차규근 변호사(24기), 인권국장에 황희석 변호사(31기)를 임용했다. 게다가 올해 인사에서는 검사가 맡고 있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도 일반직공무원 또는 비검사 출신 법조인이 임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조남관 국정원 감찰실장. 연합뉴스
사실 조남관 실장의 검사장 영전은 예상된 흐름이었다. 전북 전주 출신인 조 실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2008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근무자를 선호하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조남관 검사를 1급에 해당하는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임명해 국정원 개혁을 주도했다. 국정원 감찰실장은 국정원의 내부 조직 감찰과 직원 징계, 공직기강 확립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국정원 ‘빅5’ 요직 중 하나다.
그런 조 실장을 이번에는 검찰국장에 앉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통해 검찰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계획으로 풀이된다. 검사들은 ‘파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검찰국장을 맡고 있는 이는 박균택 검사장(사법연수원 21기)으로, 조남관 감찰실장이 임명될 경우 두 기수를 건너뛰게 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검찰국장으로 임명된다면, 기수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를 완전히 깨버리는 결정일 것”이라며 “초임 검사장이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검찰국장이 되는 것은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엄청난 파격”이라고 설명했다.
조남관 실장을 포함, 24기가 검사장 주 승진 연수원 기수로 예정된 가운데 사법연수원 25기도 2명가량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4기에서는 대검찰청 대변인 등을 역임했던 여환섭 수원지검 성남지청장과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등이 유력한 검사장 승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5기에서는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이현철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김후곤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등이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검사장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이 중 윤대진 1차장검사는 ‘99.9% 검사장 승진 확정’이라는 게 검찰 내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 차장검사는 “윤 차장검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그렇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챙기고 있다고 들었다”며 “규모만 봐서는 25기에서 1명만 승진시켜주는 게 맞는데 한 기수에서 한 명만 승진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냐, 윤 차장검사를 위해 일부러 2명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앞선 청와대 정통 검찰 관계자 역시 “윤 차장검사 외에 1명을 더 승진시킬 것”이라며 “이현철 차장검사도 25기 승진 후보로 거론됐지만 여성 검사장을 더 확대하려는 결정으로 노정연 천안지청장(25기)이 승진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한 노정연 천안지청장이 승진할 경우, 남편인 조성옥 전 검사장(사법연수원 17기, 대전지검장·대전고검장 역임)에 이어 부부가 나란히 검사장을 역임한 첫 사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양부남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장. 연합뉴스
항명 파동을 일으킨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장 양부남 검사장은 오히려 중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대검찰청 측에서는 양 검사장에 대한 징계 및 인사조치로 분위기를 다잡으려고 하는 반면 청와대는 수사단의 수사 의지를 높게 사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사장 인사안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아직 어떤 교감도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은 주변에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과 인사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검사장 승진 및 인사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꼐 파격 중용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지검장을 유임하고, 그를 보좌하고 있는 박찬호 2차장검사(26기)와 한동훈 3차장검사(27기)도 함께 유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 2월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신설과 함께 자리를 맡은 이두봉 차장검사 역시 유임이 확실시된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