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 교통정리 역할론 솔솔…정작 비문계는 “3철이 어딨나, 친문 비문 구분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이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에서 이들이 영향력을 미쳐온 만큼 이번 전대에서도 3철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내에서 비문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3철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연합뉴스
‘3철’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3인을 일컫는 말이다. 셋 모두 친노(친노무현) 출신으로 이제는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3철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정치 세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정권 출범 후 이들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거리를 두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다. 역할은 이제 끝났다. 2선으로 후퇴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퇴장을 계기로 ‘친문 패권주의’나 ‘3철’ 등 문 대통령을 향한 낡은 정치 언어를 거두어 달라”고 당부했다.
전해철 의원도 “(3철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핵심적인 일을 했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곁에서 보좌하며 많은 일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3철은 공통점이 있고 여기에 긍지를 느낀다”면서 “문제는 일적으로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배제해야 할 측근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대상으로 3철이라는 프레임이 쓰였다는 것이다. 이제 3철을 묶어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 처한 상항과 여건이 다르지 않는가”라고 호소했다.
3철은 지난 3월 경기도지사에 도전한 전해철 의원 북콘서트(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해단’을 선언했다. 3철은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거의 1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고, 이 자리에서 양 전 비서관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불륜도 아닌데 프레임이 부담스럽고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대선 이후 오늘 처음 모였다. 술자리를 가진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호철 전 수석도 “지난번 양비(양 전 비서관)가 북 콘서트를 할 때도 얼굴만 비치려 했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일부러 빠졌다”고 설명했다. 언론의 3철 보도에 부담감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 이 전 수석과 양 전 기획관은 “더 이상 3철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3철 가운데 정치권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은 전해철 의원뿐이다. 그는 오는 8월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도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아 안정적인 당·청 관계 유지와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친문 핵심 인사를 당 대표로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팽배하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해외로 나갔으나 지방선거 직후 일본에서 귀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는 “지난 16일 건강이 안 좋아 검진과 치료를 위해 방문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에 맞춰 귀국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의 개각과 당·정·청 화합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그리고 전당대회 출마의지를 밝힌 친문계 인사들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 귀국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양 전 비서관은 연일 선을 그으며 ‘백의종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3철이 다시 회자되는 것엔 그만한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철 전 수석은 지방선거 다음 날인 14일 중동으로 떠났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끼쳤다는 후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과 동시에 부산시 경제부시장 자리에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내정됐는데, 그는 2004년 이 전 수석이 참여정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행정관으로 같이 근무한 바 있다.
또한 박상준 ㈜팬스타테크솔루션 대표이사가 부산시 정무특보로 내정됐는데, 그는 이 전 수석과 부산대 77학번 동기로 남다른 친분을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호철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이 전 수석이 내정에 큰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3철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은 3철의 존재를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비문, 친문이 대체 어디 있느냐. 지방선거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지역과 색을 가지고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자고 당부했다”며 “친문과 비문, 586 등으로 나눠선 안 된다. 지금 민생문제를 해결할 유능한 지도부가 필요하지 왜 친문과 비문, 3철이 나오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3철 중 이 전 수석은 비문인 나를 지지해줬고, 양 전 비서관은 비문인 내가 지금의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직접 영입해준 사람”이라며 “(3철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억측이다. 전당대회에서 친문 교통정리를 한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냐”라고 말했다.
다른 비문계 의원도 3철의 영향력에 대해 “추측이나 예단만으로 이야기해서 되겠느냐”며 “세 분 모두 정권교체에 기여했던 분들이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 우려나 억측, 의심은 없다. 그들 셋을 3철로 묶어서 선입견을 갖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비문계 의원 역시 “계파를 구별하고 나누려면 (그 성격이)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나눠봤자 지금 우리에겐 현실적인 실익이 없다. 친문과 비문 구별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 “3철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을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그런 소문이 있다 해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3철이 움직임을 보인다 해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없는 상태에서 3철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부작용이 크고,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결정을 문 대통령이 쉽게 하진 못할 것이다.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개입하면 비문계가 반발하고 당청 수직관계가 더욱 가속화될 뿐 아니라 여론이 대통령에게 비판적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평론가는 이어 “대통령이 (3철을 통해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대통령하고 적극적으로 교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