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8년 6월 세간의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진 이 상무보의 결혼식 장면. | ||
1967년 4월 부친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 커플의 결혼은 세간의 최대 화제거리였다. 이-홍 커플의 결혼은 최고 재벌총수와 관계 출신 명문 집안이 사돈을 맺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상무보는 부친의 유학 생활이 끝난 뒤 귀국해서는 조부모와 함께 서울 장충동 집에서 살았다. 장충체육관 건너편 주택가에 위치한 이병철 회장의 자택에는 이병철 회장, 박두을 여사, 그리고 이 상무보 가족이 함께 지냈다. 당시 이 상무보의 백부(이맹희씨)와 둘째 숙부(이창희씨)는 분가한 상태였다. 다행히 백부가 선대 회장의 장충동 자택 바로 옆에 살았기 때문에, 이 상무보는 사촌 누나인 이미경씨와 이재현씨(제일제당 회장)와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다.
이 상무보는 조부와 함께 살면서 어려서부터 경영인으로서 갖춰야 할 산교육을 받았다. 이 상무보는 방학 때는 사촌들과 함께 삼성그룹 계열사 공장을 견학하기도 했다. 그가 기업경영자의 자질을 닦은 것은 그 때부터였던 셈이다.이 상무보를 잘 아는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의 얘기. “이 상무보는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의 3대 기업이념과 이건희 회장의 질중시 경영에 대해 수십년간 배워온 우리보다 더 깊게 말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가 평소 어느 정도로 집안에서 철저하게 경영자 교육을 받았는지 느낄 수 있다.”
지금도 이 상무보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로 이병철 회장을 꼽는다. 이 상무보를 잘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이병철 회장에 대한 그의 존경심은 종교에 가깝다”는 것이다.이 상무보는 1984년 서울 청운중을 졸업했다. 청운중은 당시 명문가 자제들이 많이 다니던 곳이었다. 지금은 매제가 된 김재열 제일기획 상무보(이 상무보의 둘째 여동생 서현씨 남편)도 이 상무보의 청운중학교 동창이다. 김 이사와 서현씨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도 이 상무보였다. 이 상무보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경복고에 진학했다. 경복고는 남다른 인연이 있던 학교였다. 사촌형인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이 이 상무보의 경복고 8년 선배다.
이 상무보의 중, 고교 학업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다. 특히 그는 영어와 수학 과목의 성적이 우수했다. 그의 고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성격이 ‘명랑하고 쾌활하며,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적혀 있다. 고교 시절 친구가 전하는 이 상무보에 대한 기억. “이 상무보의 집안이 삼성가라는 사실을 생일날 초대받고 가서 알았다. 평소 이 상무보는 명문가 자제라는 걸 전혀 티내지 않았다. 이 상무보는 평소 별로 말이 없었고, 친구들이 얘기를 하면 가만히 듣기만 하는 편이었다.”
이 상무보의 고교 시절 선생님이 전하는 기억. “차분한 성격이었지만, 무슨 일을 시작하면 마무리를 지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었다. 학과는 수학 과목을 유난히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조부 이병철 회장이 이 상무보의 인생에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지금도 이 상무보의 좌우명 중 하나가 ‘경청(傾聽)’인 것도 조부의 가르침이었다.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남의 말을 먼저 들으라는 것이 조부의 당부였다.
이 상무보가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조부의 조언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대학에 진학할 무렵, 전공 선택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이병철 회장은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이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교양을 쌓는 학부 과정에서는 사학이나 문학과 같은 인문과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은 외국 유학을 가서 배우면 좋을 듯하다”
이 상무보는 조부의 조언을 받아들여 서울대 인문대 동양사학과로 진학했다. 이 상무보의 외국 유학은 부친 이건희 회장과 유사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이 상무보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로 진학해 MBA를 취득했다. 부친 이건희 회장은 와세다대를 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공부했다.이 상무보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던 추세였음에도 일본에서 MBA를 마친 것은 이건희 회장의 조언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대학 졸업을 앞둔 이 상무보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우리가 앞으로 배워야 하고 사업을 많이 해야 하는 나라는 일본과 미국이다. 미국을 먼저 보고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 사회의 특성, 일본 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지 못한다. 유학을 가려면 일본에 먼저 가라.” 이 상무보는 일본 유학을 떠나기 직전인 1991년 12월 공채 32기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때부터 이 상무보는 경영자 수업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 상무보는 일본 게이오대 유학 시절 기업경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본 유학 시절 이 상무보는 이병철 회장의 ‘무한탐구’ 정신과 이건희 회장의 ‘기술중시’ 정신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R&D(연구개발)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방학 때가 되면 미국과 일본의 첨단 R&D센터를 방문, 그 곳 기술진과 열띤 토론을 벌일 정도였다. 이때 이 상무보를 가까이서 도와준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인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윤우, 이기태, 진대제 사장 등이었다.
▲ 이 상무보와 부인 임세령씨가 결혼식을 올리기 반년 전인 98년 1월 어느날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 ||
이 상무보는 5년동안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 당시 이 상무보와 함께 유학을 했던 이현승 메릴린치 서울지점 이사(재경부 서기관 출신)의 회고. “이 상무보는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할 정도로 검소하고 성실했다. 예의가 무척 바르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이 상무보는 미국 유학 시절 세계 저명인사들과도 얼굴을 익혔다. 당시 그가 만난 사람 중에는 데이비드 코만스키 메릴린치 회장, 잭 웰치 GE그룹 전 회장 등도 있었다. 그는 특히 시간이 날 때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미국 월스트리트를 자주 찾아 금융시장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았다.
이 상무보의 외국어 구사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다. 일본과 미국을 유학한 덕분에 영어와 일본어 구사능력은 수준급에 올라 있다. 한자에도 능통해 중국과 한국의 고문을 독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 상무보는 1998년 6월 자신보다 아홉살 아래인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맏딸 임세령씨와 결혼을 했다. 이 상무보가 부인을 만난 것은 일본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1997년 초였다. 그후 두 사람은 1998년 1월 세간의 관심 속에 약혼식을 올렸고, 6개월 후 결혼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이 상무보의 모친 홍라희 여사와 장모 박현주 여사가 불교도 모임인 ‘불이회’ 멤버로 서로 친하게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임세령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하고 있던 재원으로, 명문가에서는 ‘최고의 며느리감’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혼사는 홍라희 여사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상무보와 임세령씨의 결혼은 영호남 재벌가의 혼인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화제를 뿌렸다.
이 상무보는 운동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그는 성격이 차분하고 집중력이 높은 탓인지 골프를 유난히 좋아한다고 한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시작한 골프는 핸디캡이 싱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