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준 것보다 훨씬 더 퍼줬다”
화성시청 건물.
지난 4월 전국적으로 재활용 업체들의 플라스틱 수거 거부가 잇따르자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에 용역을 맡겨 이를 수거한다. 화성시도 관내 9개 업체와 계약을 맺고 폐기물 수거에 나선다.
한 달이 지난 5월 화성시는 9개 업체에 집게차를 준비하라는 공문을 보낸다. 공문에는 집게차의 구체적인 규격까지 정해져 있었다. 플라스틱 수거 거부사태도 드문 일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업체에 집게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업체가 군말 없이 구매하는 방식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시의 요청에 업체들은 집게차를 구매한다. 몇몇 업체는 캐피탈을 통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 집게차의 통상적인 가격은 1억 3000만 원을 웃도는데 이들은 기꺼이 한 대 혹은 두 대씩 집게차를 마련했다. 이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은 화성시가 구매 비용을 예산으로 뒷받침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화성시는 4월 한 달간 4억 3000여 만 원을 이들에게 지급했다. 5월부터 12월까지는 총 21억 300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상당한 액수지만 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담당 공무원은 “집게차를 구매하게 해서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언론담당 부서는 “실무자에게 물어보니 인근 수원이나 용인도 같은 방법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고 들었다”는 답을 했다.
하지만 수원시와 용인시의 업무처리 방식은 화성시의 주장과는 전혀 달랐다.
인구 124만의 수원시와 100만의 용인시는 업체에 집게차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더구나 인구 67만의 화성시보다 적은 비용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폐기물의 배출량은 일반적으로 인구수와 비례하기 마련이다. 인구 67만의 화성시보다 인구 124만의 수원시와 100만의 용인시에서 보다 많은 폐기물과 비용이 발생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화성시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수원시는 “13개 업체에 연간 15억 원 정도에서 20억 원 이내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100만 인구의 용인시는 “6억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어느 곳도 화성시만큼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화성시는 4월 한 달간 9개 업체에 ‘연장근무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총 4억 3000만 원을 지급하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연장 근무가 많아 근로자들의 노무비가 많이 지급된 것” 이라고 해명했지만 같은 기간 수원시가 지급한 금액은 1억 5000만 원에 불과했다. 인구는 두 배에 달하지만 비용은 3분에 1 수준으로 처리한 것이다. 심지어 용인시는 “4월에는 기존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 비용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화성시와 계약을 맺은 모 업체의 경우 4월 한 달간의 수거 대가로 총 6400여 만 원을 지급받았다. 시는 이 비용에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 이윤이 모두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통상적으로 3명이 작업하는 압축진개차나 일반트럭을 생각하면 팀을 나눠 추가 근무가 있었다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액수다. 더구나 절반가량이 노무비라면 실제로 근로자에게 임금이 지급됐거나 근로자에 대한 채용이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다.
취재를 위해 화성시와 계약을 맺은 9개 업체에 연락했으나 어느 곳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왜 말해줘야 하냐”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곳도 여럿이었다.
한편 이번 일의 주무 부서장인 자원순환과장은 현재 퇴직 절차를 밟고 있어 머지않아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예산의 최종 결재권자인 채인석 전 시장도 6월 말 퇴임한 상태여서 이 건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시는 시민의 예산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그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명확한 해명도 구체적인 자료 요청에도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어 시민들의 궁금증만 커져가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