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 의혹 구설수…경북고 출신 김태오 회장 취임 후 인적 쇄신 예고
지난달 취임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안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박인규 전 회장의 대구상고 후배인 김경룡 전 대구은행장 내정자의 중도 사퇴로 그동안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내부에서 요직을 맡아왔던 대구상업고등학교 출신 인사들의 득세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구광역시 옥산로 DGB금융지주 본사 전경. 연합뉴스.
DGB금융에서는 최근 10여 년간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의 승승장구가 돋보였다. 은행에 상고 출신이 많은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DGB금융지주는 유독 특정학교, 즉 대구상고 출신이 약진했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 내 부행장급 이상 임원은 물론 간부급 직원 대부분 대구상고 출신일 정도며, 사외이사에도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이 기용됐다.
이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나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이 그룹 안팎의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내부에서도 박인규 전 회장이 모교 출신 인사들만 챙긴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과 임환오·성무용 전 대구은행 부행장 등 그룹 임원을 대부분 교체했다. 퇴임한 임원 자리에는 6명이 승진 조치됐는데 이 6명 모두 대구상고 출신이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노성석 전 부사장의 경우 대구상고 출신이 아닌 데다 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가 박 전 회장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더구나 대구상고 출신 임원들이 박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에도 박 전 회장을 옹호하는 역할을 해 지역 안팎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DGB금융 내 간부급 직원 중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이 문제는 사실상 묻혔다. 그러다 경북고 출신인 김태오 회장이 지난 5월 새로운 회장에 취임하면서 인적 쇄신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지난 6월 12일 대구은행 상무급 이상 임원과 그룹 관계사 CEO급 임원들이 일괄 사퇴하는 과정에서 “비리 책임이 있는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도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룹 내부는 물론 지역 안팎 여론에서도 터져 나왔다. 결국 김경룡 내정자가 지난 2일 자진 사퇴를 발표하면서 대구상고 라인의 퇴진론이 본격화됐다. 대구상고 출신인 김 전 내정자는 박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로 박 전 회장의 퇴진 이후 그룹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구상고 출신의 DGB금융 임원 중 다수가 각종 비리 사건에 휘말려 그룹 신뢰도를 깎아먹었다는 점, 김 회장의 모교인 경북고 출신 인사들이 전통적으로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과 대립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인사에서 대구상고 라인이 각광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후임 행장을 놓고 은행 내부나 지역에서는 박 전 회장과 관련이 없는 인사가 행장에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임추위에서 행장 후보에 올랐던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행장 직무대행),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 임환오 전 부행장, 최민호 대경TMS 대표, 문홍수 DGB데이터시스템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박명흠 대행도 박 전 회장과 대학 과 선후배 사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석연치 않은 이유로 DGB금융을 떠났던 노성석 전 부사장이 1순위로 꼽힌다. 노 전 부사장은 대구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지낸 바 있다. 특히 노 전 부사장은 대구 청구고 출신이기에 대구지역 내 학맥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김 회장이 동문인 경북고 출신 인사를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본인이 취임 일성으로 말했던 ‘폐쇄적 조직 문화 타파’와 배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게다가 노 전 부사장이 경영기획 업무나 미래 금융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업적이 많기 때문에 노 전 부사장이 후임 은행장 후보로 꼽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노 전 부사장은 과거 박인규 전 회장과 그룹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정도로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다.
대구은행은 임추위를 이달 중 다시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한 달가량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행장 공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올 3월 말 박 전 행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3개월간 대행체제로 꾸려왔다. DGB금융 측은 신임 회장이 취임했고 은행장 대행이 업무를 맡고 있어 공백은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내부 동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당분간 은행장을 겸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금융당국이 모든 금융지주사에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두지 말라고 암묵적으로 압박한 만큼 시간을 두고 후임자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겸직 또는 차기 행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쇄신을 위해 가능한 빨리 조직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후임 행장이 부재한 상황이지만 김 회장은 이달 초 대구은행 조직개편과 함께 새 임원을 선임해 체제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