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재감리 명령에 금감원 수용키로...참여연대 “삼성 봐주기 판결” 원색 비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앞서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1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선위 임시회의 결과에 대한 긴급 브리핑을 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선택권)에 대한 내용을 공시의 주석에 고의로 누락한 부분만 인정해 담당 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등 제재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증선위 임시회의는 18일 정례회의를 앞두고 막판 의견조율이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임시회의에서 사실상 판결을 신속하게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회계처리 기준 위반(위반액 자기자본의 2.5% 이상)에 따른 검찰 고발 제재조치는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공시의 주석 누락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도 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심의 결과발표 직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증선위는 금감원의 조치가 정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며, 사실상 기각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에 소명하기 위해 정부청사에 들어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최준필 기자.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증선위가 판단하지 않은 고의 분식회계에 대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감리 위탁기관인 금감원은 증선위의 감리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특히, 금감원으로선 증선위가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 문제까지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감리 범위 확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금감원 감리결과가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논란 시기는 더 길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선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증선위의 재감리 명령을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금감원으로서는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을 일단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모습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까지 증선위의 추가 감리 명령에 반대 입장을 고수한데 다 금감원의 금융위 분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어 금융위와의 갈등이 재점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참여연대는 증선위의 판결을 두고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로 증선위가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콜옵션 공시 누락은 회계부정 문제뿐만 아니라 제일모직과 합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 공시를 누락해 삼성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1조 1000억~1조 3000억 원 이상 이득을 본 반면 국민연금은 1800억~2000억 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콜옵션 공시 누락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대주주로 안정적인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증선위의 감리명령 판결에 곧바로 수용입장을 밝힌 금감원이 감리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