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종합검사 부활, 근로자 추천이사제 등 전임들보다 개혁의지 강해…“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났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금융위와 금감원의 엇박자가 표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9일 윤 원장이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를 하면서다. 이날 윤 원장은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과 키코 사태 재조사를 언급했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에 두 사안을 권고했으나 금융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으며, 키코 사태 재조사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있었고 대법원 판결이 끝났다”며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두 기관의 온도 차를 내심 예의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장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1일 최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대한 제 생각은 이전에 말씀드렸던 것이 있다”고 언급하자 두 기관 간 갈등설이 심화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9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을 얘기하는 분들이 많지만 결국 한 식구”라며 “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외부로 이견을 나타내기보다는 두 기관이 의견을 조정해 나가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윤 원장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시중 금융사들은 방향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윤 원장이 “검사 주기마다 관행적으로 종합검사를 하던 과거 관행과 달리 금융회사의 경영이 감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를 선별해 실시하겠다”며 종합검사 부활을 알리자 금융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종합검사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금융사의 자율성 강화와 부담 완화를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금감원에서 일부 금융사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실시한다고 알린 만큼 그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다”며 “금감원이 그간 여러 사건 등을 통해 위상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권위를 세우려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현업에서는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라며 “금융사 기강을 다시 잡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그 방법이 종합검사 부활 등이라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문재인정부 세 번째 금감원장인 윤 원장은 현 정권 금융개혁 기조에 부합하는 인물로서 두 명의 전임 금감원장보다 오히려 개혁 의지와 성향이 더 센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최흥식·김기식 전 금감원장 역시 문재인정부 금융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으나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이 취임 두 달 만에 내놓은 금융감독혁신안이 더 강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원장 취임 직후 일부에서 “늑대(김기식) 피하려다 호랑이(윤석헌) 만난 격”이란 말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채용 비리 의혹과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두 명의 수장을 잇달아 잃은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심상찮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모두 은행권과 연루된 문제가 불거져 두 수장을 잃은 금감원이 자신들의 수장의 목을 친 모양새가 된 은행들을 가만 놔둘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취임 후 가진 첫 간담회에서 “금융회사들과 전쟁을 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극명한 예가 보험사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구제를 천명한 것이다. 윤 원장은 “더는 묵과할 수 없다”. “마지막 경고”라는 표현까지 하면서 보험사들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이전 금감원장들도 금융개혁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는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만큼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지라도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불공정 관행 등을 과감하게 시정해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삼바, 상장폐지 위기 논란 불구 “저가매수 기회” 시각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콜옵션 공시 누락을 고의로 판단하고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 등 제재를 결정했다. 다음날 금융감독원 또한 금융위 요청에 따라 재감리에 착수할 계획을 밝혔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 의결은 상장폐지 심사 대상 요건이 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바의 상장폐지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본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산업 등도 분식회계 사건에도 불구하고 상장폐지되지 않았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에 대한 차후 계획은 정해진 바 없어 불확실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며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과거 사례들의 경중 및 형평성을 고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질적으로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이번 콜옵션 공시 누락은 위반 내용이 당기순이익이나 자기자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상장 폐지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 보는 시각도 나온다. 삼바는 증선위 발표 당일부터 급락했지만 지난 16일 2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 전 거래일보다 1.99% 오른 41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반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에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한다. 개인투자자 A 씨는 “삼바 영향으로 제약·바이오가 떨어지고 있지만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아 삼바를 매수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