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kg 넘는 장비로 고군분투 강동원·정우성 “제작비 없어서 군소리 못했다” 투정도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인랑’ 언론시사회에 배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 한예리와 김지운 감독이 참석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오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인랑’의 언론 시사회가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등 주연배우와 악역을 맡은 김무열, 짧은 등장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민호, 한예리가 참석했다.
‘인랑’은 일본 사이버펑크 SF 애니메이션의 대가 오시이 마모루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특수기동대(특기대), 공안부, 반정부 무장단체(섹트) 등 세 집단이 서로를 견제하고 이용하는 줄거리의 큰 틀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기에 한국적인 색채(?)가 담겼다. 원작에서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승전국의 통치로부터 벗어나 고성장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부 문제(섹트)를 해결하기 위해 특기대를 창설한다. 영화에서는 통일 한국을 목전에 둔 남한 내의 ‘반 통일 기류’를 배경으로 삼았다. 여기서 섹트는 통일을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로 등장한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 ‘인랑’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새로운 해석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원작에서 펼친 세계관은 상당히 일본적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으로 갖고 왔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고, ‘암울한 미래’를 그리기 위한 테마 중 가장 국가적이고, 한국적인 게 바로 통일 이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인랑’ 시사회. 강동원, 한효주 사진=박정훈 기자
‘인랑’은 주인공인 임중경(강동원 분)의 행로를 따라가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기대 소속 최정예 대원인 그는 임무 중 발생한 사고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 특기대라는 집단과 임중경 개인 사이의 고뇌로 갈등하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았지만 그런 것을 많이 내려놓으려고 했다. 이 영화는 어쨌든 제가 극을 끌고 나가기 때문에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도 “그런데 오늘 시사회 오면서 느낀건데, 촬영은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남은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가면을 계속 쓰고 촬영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강동원은 극중에서 붉은 라이트가 달린 가면을 착용한 채로 수많은 액션씬을 소화해 냈다. 더욱이 이 가면을 포함해 특기대 수트의 전체 무게는 약 40kg에 달한다.
강동원은 “사실 복장이 너무 무거워서 제작해 주신 분께 하소연을 했다. ‘이거 가볍게는 안될까요’ ‘헐리우드에서는 진짜 배우들이 다들 이렇게 무거운 걸 입고 연기하나요’ 라고 물었더니 그분이 정말 진지하게 ‘더 가볍게는 할 수 있는데 돈을 더 내면 된다’고 하셨다. 우리는 제작비가 얼마 없는 걸 알고 그냥 ‘아, 몸으로 때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영화 ‘인랑’ 시사회. 김지운 감독 사진=박정훈 기자
이제 어엿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샤이니의 최민호가 보여준 액션씬도 놓칠 수 없다. 최민호는 극중 임중경의 후배이자 특기대 대원인 김철진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영화의 중반부에서 반대 세력인 섹트의 대원 구미경(한예리 분)과의 파이트씬이 백미다.
최민호는 “촬영하면서 감독님께서 디테일하게 연기 주문을 해주셨고 그 완벽함을 보여 드리기 위해 현장에서 감독님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라며 “제 연기는 100퍼센트 다 감독님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와 맞붙었던 한예리는 “민호 씨가 영화에서 첫 액션 씬을 찍은 것이고, 상대가 저여서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 그런데 저 대신에 스턴트 배우와 함께 찍을 때는 정말 과격하기 그지 없이 넘겨 버리는 걸 봤다”며 “그걸 보고 ‘아, 영화가 잘 나오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경을 한국식으로 비틀었다지만 영화의 큰 줄기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따라간다. 그러다 보니 다소 작위적인 대사나 조화롭지 못한 설정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단점들은 여주인공인 이윤희를 중심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이윤희 역을 맡은 한효주는 자신의 배역을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라고 답했다. 그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 않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부담이 컸다”라면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깊이, 그것이 얼만큼 깊은지 상상하면서 매 씬을 찍을 때마다 감독님과 계속 상의했다”고 촬영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작중 강동원과 대치를 이어가는 ‘악역’ 캐릭터로는 김무열이 활약한다. 특기대와 대척점에 선 공안부 차장 한상우 역할을 맡은 그는 임중경의 친구이자 특기대의 적이라는 두 가지 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김무열은 이날 시사회에서 “액션 연기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보고 제가 총 들고 ‘빵빵’ 쏘는 건 거기에 견줄 바가 못 된다고 생각했다”며 “사실은 한국 사람이 총을 들고 총 싸움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SF라는 장르가 그 완충제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인랑’ 속에서의 총 싸움 씬은 처음으로 거부감 없이 멋있다는 생각으로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영화 ‘인랑’은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져 혼란한 상황에 빠진 2029년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사회 속 혼란을 틈타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와 이를 진압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경찰조직 ‘특기대’, 그리고 이로 인해 입지가 줄어든 ‘공안부’가 특기대 말살 음모를 펼치면서 전개되는 3파전을 그렸다.
특기대 소속 정예대원이자 ‘인간병기’ 임중경 역에 강동원, 자폭해서 죽은 소녀 섹트대원의 언니 이윤희 역에 한효주, 특기대 훈련소장이자 임중경의 스승인 장진태 역에 정우성, 임중경의 친구이면서 특기대의 해체 계획을 주도하는 공안부 차장 한상우 역에 김무열이 열연을 펼친다. 또 특기대 핵심대원 김진철 역에 최민호, 섹트 대원 구미경 역에 한예리가 연기했다. 25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