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하는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일요신문]김성영 기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소환 통보를 받은 재선 권영진 대구시장이 6·13지방선거 두 달여만인 31일, 대구지검에 출두했다.
권 시장에 대한 정식재판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정치권이 앞으로 나올 검찰과 재판부의 형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경북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자유한국당이 지킨 지역이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이번 권 시장의 선거법 위반은 지난해 말 시장직을 잃은 김생기 전 정읍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례와 매우 닮아 있다”고 귀띔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를 받게 되면 그 직을 잃게 된다. 김 전 시장은 벌금 200만원으로 시장직을 상실했다.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에 나선 권 시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시민들께 걱정 끼쳐 죄송하다. 조사를 잘 받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고발된 사안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아느냐” 등 계속된 질문에는 “들어가서 얘기하겠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권 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5일 현역 시장 신분으로 같은 당 조성제 당시 달성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면서 자신과 조 후보 업적을 홍보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앞서 4월 22일에는 대구시 동구 한 초등학교 동창회 체육대회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 시장은 앞서 선거법 위반과 관련 “선거를 앞두고 시장직과 예비후보, 후보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 보니 저도 캠프도 헷갈렸다. 법 위반인지 몰랐고, 이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위반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선거사무소를 방문하거나 선거구민에게 특정정당이나 후보자 업적을 홍보할 수 없다.
권 시장이 이날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권 시장을 고발한 대구시선관위의 조사자료가 상당부분 확보돼 있고, 권 시장 자신도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위반 사실 여부를 두고서는 다툼의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다만 고의성 여부에 따른 검찰과 재판부의 처벌 수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일요신문과의 만남에서 권 시장의 처벌 수위를 두고 최근 김생기 전 정읍시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많이 닮아 있다”며 “검찰과 재판부가 김 전 시장의 판결 사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시장은 지난 4·13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13일 정읍지역 유권자로 구성된 산악회의 등반대회에 참석해 정읍고창 선거구에 출마한 하정열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시장은 또 이튿날인 14일에도 정읍의 한 식당에서 산악회 회원 등 35명을 상대로 하 후보의 지지를 당부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당시 1·2심은 “지자체장인 피고인이 선거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정당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해 선거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윈심 판결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고 봐 벌금 200만원을 확정하면서 김 전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됐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권 시장의 경우 선거법상 약식기소가 불가능해 정식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권 시장이 위법성을 몰랐다 해도 위법성을 조각(阻却-면책사유)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변호사도 “대법원 판례와 비교하면 권 시장의 해명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不知)’에 해당해 그런 이유만으로 면책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선무효형 여부는 미지수란 법조계 관측도 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0년 김선교 경기도 양평군수 사건이다. 김 군수는 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둔 4월 10일쯤 현직 군수 신분으로 같은 당 소속 군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 방문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김 군수 또한 토요일 휴무라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김 군수에게 100만원을 구형했지만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김 군수에게 검찰 구형보다 낮은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하면서 김 군수는 직을 유지했다. 다만, 권시장의 경우 선거법 위반 사례가 두건으로 가중처벌 가능성도 대두된다.
권 시장의 이번 검찰소환에 앞서 일부 시민단체는 “검찰이 선거직후 수사방침에도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넘도록 소환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늑장수사와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나섰던 임대윤 전 동구청장과 김형기 경북대 교수도 지난 TV토론에서 “공항, 물문제, 신청사 건립 등 시급한 현안에 맞닥뜨려 있는 권 후보가 재선이 되더라도 이같은 이유로 임기 내내 검찰과 법원에 불려 다닌다면 식물시장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대구지검 공안부(김성동 부장검사)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권 시장을 상대로 불법 행위를 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처벌 여부와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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