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자체 작년보다 하락…경기도 40% 미만 시군 11곳, 서울시 50% 넘는 곳 4곳뿐
서울시는 본청 예산(일반+특별회계)이 26조 8000억 원으로 경기도 본청의 20조 7000억 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꾸렸다. 하지만 서울시 25개 기초단체의 총예산은 5조 1000억 원 수준이었던 것에 반해 경기도 31개 기초단체의 총예산은 22조 5000억 원으로 광역·기초단체를 더하면 전국에서 경기도 권역에 가장 많은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2018년도 당초예산 세출 순계기준)됐다.
시도별 재정자립도
경기도 기초단체 중 성남, 수원, 용인, 화성, 고양, 안산, 부천, 평택, 남양주, 안양 등 10개 시가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반면 서울시 기초단체들은 1조 원대의 예산을 운영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재정자립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는 9곳의 기초단체가 재정자립도 50% 이상을 상회하는 결과를 보였지만 서울시 기초단체 중 재정자립도 50%를 넘는 곳은 강남구, 서초구, 중구, 종로구에 불과했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세입 중에서 자체 재원(자주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즉 지방정부가 재정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나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재정운영의 자립능력이 우수함을 의미한다.
경기도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화성(64.21%), 성남(63.53%), 용인(62.07%), 안산(57.78%), 수원(55.73%), 하남(53.56%), 이천(52.87%), 의왕(51.48%), 시흥(50.54%), 안양(49.19%), 평택(49.05%), 고양(48.88%), 광주(48.45%), 과천(48.29%), 오산(46.17%), 김포(46.08%), 군포(45.25%), 광명(44.72%), 파주(43.61%), 부천(40.37%), 구리(38.93%), 양주(35.3%), 여주(34.59%), 남양주(34.17%), 안성(33.99%), 의정부(30.73%), 동두천(29.28%), 포천(27.28%), 가평(25.65%), 양평(24.26%), 연천(20.95%) 순으로 나타났다.
자치단체 예산 규모(공기업 특별회계, 기타 특별회계, 기금 제외)로는 성남시가 2조 500억 원, 수원시가 2조 200억 원으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어 용인(1조 8655억 원), 화성(1조 7693억 원), 고양(1조 5779억 원), 안산(1조 3527억 원), 부천(1조 2768억 원), 평택(1조 1653억 원), 남양주(1조 1365억 원), 안양시(1조 388억 원)가 뒤를 이었다. 예산 규모 하위권으로는 과천(2296억 원), 연천(3222억 원), 가평(3363억 원), 의왕시(3373억 원)가 가장 적은 예산으로 지방정부를 운영했다.
도내 기초단체 중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한 화성시의 경우 1조 7693억의 예산 중 1조 1360억 원을 자체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수원, 성남, 용인 등을 제치고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 화성시 예상총괄팀장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비롯해 많은 공장, 사업체에서 나오는 법인세와 택지 개발, 주택 건설 등으로 인한 취득세, 재산세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의 의존도가 낮다는 것은 지방분권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지방정부의 자립수준을 확인시켜주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반면 재정자립도 30%를 기록한 의정부시의 경우는 낮은 재정자립도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 미군반환기지 보상비 등 국가 지원사업에 영향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정부시는 2016년, 2017년 34% 정도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하다 올해 4%p 낮아진 30%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의정부시 기획예산팀장은 “의정부는 미군반환기지 보상비 등을 국고로 지원받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필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재정자립도를 계산하는) 지방세(분자)는 정해져 있는데 국토 보전 사업비(분모)가 늘어나다 보니 부득이하게 재정자립도가 낮게 계상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최하위인 20%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한 연천군의 경우는 앞선 경우와 조금 달랐다.
연천군 예산팀장은 “연천군의 경우 인구가 적고 법인세를 거둘 만한 사업체가 부족하다. 대규모 공단이나 산업단지도 없고 사실 농촌이 대부분이라 자체 재원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연천군의 인구는 4만 5000명에 불과하다. 인구 124만 명의 수원이나 100만 명 수준인 성남, 용인, 고양시와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3200억 원 규모의 예산 중 2500억 원가량인 80%를 매년 국가로부터 끌어다 쓰는 것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연천군 측은 이에 대해 “DMZ 국제음악제, 구석기 축제 등 관광 분야 개발을 통해 재원 확보를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재정운영 능력, 즉 자립수준을 나타내는 데 흔히 활용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에 지방교부세율 인상, 지방 세원 확대, 국고보조금 차등보조율제 등의 정책을 수립해 지방정부의 재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재정자립도가 특별회계 등의 수입을 제외하는 부분과 세출을 고려하지 않는 부분에서 재정자립의 정확한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재정자립도는 지방정부의 자치 능력을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 중 하나라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경기도 권역의 경우 타 지방자치단체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1개 시군에서 채 40%가 안 되는 재정자립도를 기록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본격적으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재정 건전성과 자립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