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트럼프 경제 제재에 미국 전자제품 불매운동 시사 및 보복 관세 맞대응...이란-중국-러시아 등 반미 공조 움직임도
“애플 아이폰 대신 삼성 갤럭시” 터키 사태로 삼성전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제재조치에 맞서 아이폰 불매운동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갤럭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애플 아이폰 등 미국 전자제품을 불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인 목사의 신병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격렬하게 대립 중인 터키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가 하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이는 등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터키와 미국 간 제재 전쟁이 격해질 조짐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때 아닌 조명을 받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 창당 17주년 기념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 전자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행할 것”이라며 “만일 그들(미국)이 아이폰을 갖고 있다면 또한 삼성이 있다”고 말했다.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2배 인상 등 미국의 경제제재에 맞서 시작한 반미 캠페인을 일환으로 애플 아이폰 대신 경쟁제품인 삼성 갤럭시를 구매하는 등 미국산 전자제품 불매운동도 벌이겠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동맹국인 터키와 미국은 최근 터키에 장기 구금 중인 브런스 목사의 석방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미국과 터키의 이런 조짐은 예견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터키가 미국의 이란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시리아 사태 관련 양국이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압박하며 터키 장관 2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지난 10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리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애플 대신 삼성전자’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 경제제재에 결사항쟁을 선포했다. 연합뉴스.
GDP(국내총생산)의 55%에 달하는 막대한 대외부채 등으로 위태로웠던 터키의 리라화는 미국과의 갈등 고조 이후 폭락세를 보였다. 터키의 경제위기가 유럽이나 신흥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터키 정부는 15일 관보를 인용해 터키 정부가 미국산 승용차, 술, 담배, 화장품, 쌀, 석탄 등에 관세를 2배로 올리는 보복 조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자동차 관세는 120%로 급등했고, 주류(140%)와 잎담배(60%) 등의 관세도 크게 올랐다.
푸아트 옥타이 부통령은 트위터에서 “관세 인상은 미국 행정부가 우리 경제를 공격한 것에 상호성 원칙에 따라 보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시리아 사태와 연계해 러시아와의 공조를 사실상 공식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하지만, 미국은 터키의 맞대응에 오히려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목사가 여전히 풀려나지 않는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며칠내 또한 한주내 (브런슨 목사 석방)조치를 보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경제제재)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터키 내 미국산 전자제품의 대표주자인 애플 아이폰에 대한 불매운동이 현실화될 경우 애플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애플은 2분기 기준으로 터키 스마트폰시장의 13%를 점유하는 등 지난해에만 160만대에 판매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로선 때 아닌 유럽시장 점유율과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눈치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