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법무부 전속고발권 폐지 합의...리니언시-시장 자율성 위축 우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가 주요담합사건 조사 우선권을 검찰에 넘기기로 법무부와 합의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상당부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양 기관은 상대적으로 증거가 확고할 경우 위법 판단을 내리기 쉬운 경성 담합(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공정위의 고발 요청이 없더라도 검찰이 별도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리니언시(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 정보도 검찰과 공정위가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된다.
당초 검찰은 리니언시를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가 기존처럼 일원화해서 신고를 받되 관련 정보는 검찰에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양측이 동시에 수사를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 우선 순위는 검찰에 주기로 했다.
공정위는 검찰 수사 이후 추후 별도조사를 진행해 과징금 등 행정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늑장 고발 우려에 대해선 원칙대로 13개월내 조사 뒤 관련자료를 검찰에 송부하기로 했다.
리니언시 형사면책 판단도 검찰이 최종적으로 하기로 했다. 1순위 자진신고자는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2순위 자진신고자는 형사처벌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는 방식에다 형벌감면 요건으로 ‘검찰의 수사 및 재판에 협조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편, 이번 조치로 리니언시 제도와 시장 자율성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및 리니언시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대효과 등이 미지수인 상태에다 검찰 개입이 빈번할 경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란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 장관은 “전속고발제가 폐지됨에 따라 기업 활동과 시장의 자율성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인식한다”면서 “경제분석, 자진신고 등을 담당할 전문 부서와 인력을 확충하여,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더라도 시장에 대한 형벌권 발동은 적정하고도 합리적인 선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자진신고제도가 위축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담합억제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현재의 과징금 등 행정처분의 면제와 함께 형사면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제도적 보완이나 장기적인 공정거래문화 구축보다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면서 성급한 조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