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유지비 1억 6300만원으로 시장 연봉보다 높아…지자체장들 공관 폐지 분위기 속 서울시는 과연?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가회동 공관을 방문한 어린이와 시민들에게 내부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박 시장은 지난 2015년 2월 아파트형인 은평구 공관을 떠나 종로구 가회동 소재 단독주택으로 공관을 이전했다. 가회동 공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방 5개, 회의실 1개, 화장실 4개가 있다. 전세가는 28억 원이었다. 은평구 공관(2억 8200만 원) 전세금의 약 10배다. 가회동 공관 전세금은 전국 최고가 아파트인 타워팰리스 전세금(23억 원)보다도 더 비싸 논란이 됐다.
특히 서울시는 2년 전세 계약이 끝난 후 2017년부터는 전세금이었던 28억 원을 그대로 보증금으로 돌리고 월세 208만 원을 추가로 내고 있다. 서울시가 가회동 공관을 유지하기 위해 월세로 내는 돈만 1년에 2400만 원이 넘는다.
서울시 측은 공관 임대 계약을 월세로 전환한 것에 대해 “집주인이 주변 시세가 올랐다고 월세를 추가로 내줄 것을 요구해 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주변 부동산에 문의한 결과 당시 가회동 전월세 시세가 크게 오를 만한 요인은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가회동 공관에 입주하면서 리모델링 비용으로 8000만 원가량을 사용해 쉽게 공관을 이전할 수 없기 때문에 재계약 과정에서 불리한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공관 규모로 볼 때 보증금 28억 원에 월세 208만 원은 비싼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이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가회동 공관에 입주하면서 리모델링 비용으로만 8864만 원을 사용했다. 경비실 조성 및 내부정비, 녹지대 정비 공사로 5000만 원가량을 사용했고, 광통신 및 구내통신, 케이블 티비 설비 공사에 1200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커튼 수선 및 설치비로만 486만 원을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공관이 큰 만큼 각종 공과금도 일반 주택과는 차이가 있었다. 가회동 공관에서 최근 1년간 사용한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은 모두 953만 원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가스요금으로만 100만 원을 사용했다. 한겨울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도 두꺼운 옷을 껴입는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반 공무원들은 관사에 살아도 공과금은 개인이 부담하지만 가회동 공관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돈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공관을 경비하는 청원경찰 3명의 인건비도 시 예산으로 지급된다.
지난해 서울시는 청원경찰 인건비로 약 1억 3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를 포함해 공관을 1년 유지하는 데 드는 예산은 약 1억 6300만 원으로 박 시장의 연봉(1억 2800만 원)보다 많았다. 반면 서울시보다 인구가 많은 경기도 수장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으며 자택 주변에 경비인력도 배치하지 않고 있다.
단체장들이 개인적으로 생활하는 데 쓰는 돈을 주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은 오래 전부터 끊이질 않았다. 관선 시절에는 공관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됐지만 출마지역에 주소지가 있어야 하는 민선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민선 체제 전환 이후 전국적으로 기존 공관을 시민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바람이 불었다. 김영록 신임 전남도지사도 기존 공관 폐기를 검토 중이다. 행정안전부도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해 여러 차례 공관 폐지를 권고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12월에 가회동 공관 임대 계약을 2019년 1월까지 연장했다.
박 시장이 공관에서 열고 있는 각종 행사도 논란거리다. 박 시장은 취임 후 혜화동 공관에서 2년간 77차례나 만찬행사를 열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 기간 공관에 초대된 사람은 2753명이었다. 전임 시장들도 종종 공관에서 만찬행사를 열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주, 또 대규모로 행사를 연 것은 박 시장이 처음이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지자체장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공관 만찬행사가 직무상 행위라며 박 시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측은 “공관 만찬을 직무상 행위로 보는 것은 공직선거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박 시장은 가회동 공관으로 이전한 후에도 이런 만찬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에만 32차례 행사를 열었다. 한 달에 2~3번꼴이다. 이 기간 초대된 인원은 642명이었고, 식사제공에 사용된 돈은 1909만 원이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행사 참가자들에게 3만 원이 넘는 식사가 제공됐었는데 최근에는 1인당 2만 9000원가량의 식사가 제공됐다. 시 예산으로 만찬 비용이 처리되고 있지만 서울시 측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으로 행사 참가자 명단은 물론이고 참가 단체명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행사 참석자 수는 공개했는데 지난 2017년 6월 21일에는 시정 정책 추진 자문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박 시장이 어떤 인물과 독대를 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장이자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 시장이 만찬행사를 열어 특정 인물과 독대를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보수 진영에선 박 시장이 서울 시민의 혈세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일례로 박 시장은 가회동 공관으로 이주한 후 약 10개월 동안 언론인 초청 만찬행사를 9번이나 열었다. 2015년 10월 재보선을 앞두고는 언론인 초청 만찬행사를 4번이나 집중적으로 열기도 했다.
서울시 측은 끊이지 않는 호화공관 논란에도 공관이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태풍이나 비상상황일 때는 근무시간 외에도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럴 때 담당자들과 공관에서 회의를 하기도 한다. 외빈과 소통을 하는 데에도 공관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판여론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관을 유지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여러 가지 우려를 시장님께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