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윤두준 이어 ‘건강악화’ 김정현 완주 못해…“사전제작시스템 적극 도입해야” 지적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변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제작발표회 당시의 김정현, 사진 출처 = MBC ‘시간’ 공식 홈페이지
김정현의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 문제로 부득이하게 하차하게 됐다”며 “그동안 작품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는 김정현의 강한 의지로 치료를 병행하며 촬영에 임해왔으나 최근 심적, 체력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담당의의 진단에 따라 제작진과 수차례 논의한 끝에 결국 하차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프다는 사람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그래서 관련 기사에는 “빨리 건강을 회복하라”는 격려가 줄을 잇는다. 반면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그의 행보 때문이다.
김정현이 촬영 현장에서 타 출연진, 제작진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방송 전부터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급기야 제작발표회 때는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시종일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여주인공을 맡은 서현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려 팔짱을 끼기 위해 양해를 구했으나 김정현은 이를 거절했다. 역대 그 어떤 제작발표회에서도 본 적 없는 장면이었다. 무안해 하는 서현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서현이 연예계 선배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함께 작품을 하는 동료 배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김정현 측은 “작품에 몰입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김정현이 ‘시간’에서 연기하는 인물의 감정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하고, 이를 잘 소화하는 김정현의 모습을 보며 옹호 여론도 조성됐다. 하지만 ‘시간’을 완주하지 못한 채 남겨진 이들에게 짐을 안겨주는 마지막 모습을 보여줘 실망감을 느끼는 대중이 적지 않았다.
윤두준의 경우 “입대 영장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차일피일 군 입대를 미루는 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현역으로 당당히 복무하겠다는 윤두준을 비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29세로 또래들과 비교해 입대 시기가 이미 늦은 윤두준이 긴 시간을 두고 촬영을 해야 하는 드라마에 참여하기에 앞서 자신의 신변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옳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윤두준은 8월 21일 의무경찰 선발시험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후 불과 사흘 만인 24일 입대했다. 만약 의무경찰 시험에 합격했다면 그는 ‘식샤를 합시다3’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합격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고, 그 경우 입대시기를 더 이상 조율할 수 없다는 것까지 고려했어야 마땅하다.
이는 제작진의 실수이기도 하다. ‘식샤를 합시다’는 윤두준이 줄곧 출연해 온 시리즈물이다. 그가 없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면밀히 윤두준의 군 입대 일정을 체크했어야 한다. 결국 ‘식샤를 합시다3’는 2회를 줄인 14회가 축소 편성됐다. 이 시리즈를 사랑하고 지켜봤던 시청자들에게는 마뜩잖은 상황일 수밖에 없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예 활동이 군 입대 연기의 조건이 됐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매니지먼트 측과 제작사, 방송사 모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3’ 공식 홈페이지
# 사전제작시스템이 답인가?
‘리턴’의 고현정, ‘크로스’의 조재현 역시 중도 하차 과정에서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고현정과 ‘리턴’ 제작진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조재현도 결국 빠지기는 했으나 억울함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논란의 진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논란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만신창이가 됐다는 것이다. 두 드라마 모두 방송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각광받았지만 주연 배우가 빠지며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몇몇 외주 제작사 관계자들은 “사전제작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촬영을 마친 뒤 방송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런 경우 촬영 과정에서 말썽이 빚어져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고, 배우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치료 기간을 준 후 촬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두준의 경우처럼 불가피하게 입대하게 돼도, 적당한 대체 배우를 투입해 촬영을 마치면 16부작을 14부작으로 서둘러 마치는 촌극을 빚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며 사전제작시스템 전면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나마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을 때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배우와 달리 현장 스태프는 24시간 대기 체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촬영 일정이 빡빡하면 모두의 신경이 예민해져 분란의 불씨도 커진다. 결국 사전제작시스템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며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면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역시 궁극적인 대책은 아니다”는 반대 여론도 많다. 사전제작으로 작품을 완성시켜놓았는데 출연 배우가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리면 대처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촬영과 방송이 동시에 진행되면, 조재현의 사례처럼 해당 배우를 중도 하차시키고 대본을 수정하면서 대응할 수 있지만 이미 완성된 작품은 다시금 촬영하거나 특정 분량만 덜어낼 수는 없다는 의미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경우 갑자기 불거진 문제에 대응하기는 더 어렵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받은 배우 오달수가 출연한 몇몇 영화가 아예 개봉조차 못하는 것이 그 예”라며 “결국 캐스팅 전 각 배우를 둘러싼 평판 및 주변 체크를 통해 문제가 생길 소지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