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이재명 남북경협 급물살 기대…통개발 보류 박원순 ‘굳이 각 세울 필요는 없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요신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이해찬 의원이 선출되면서 수도권 광역단체장이자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지사는 탈당 요구 등 무차별적 공격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책임행정과 경기도 개혁을 추진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 내내 이재명 지사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표 의원은 TV토론, 언론,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 이재명 지사의 탈당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에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 안희정 전 지사, 서영교 의원을 거론하며 자진 탈당을 종용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부 당원들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제기한 조직폭력배 연루설과 탤런트 김부선 씨의 폭로를 근거로 이재명 지사를 압박했다. 심지어 8·25전당대회에서는 “이재명을 제명하라”라는 구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가 됨에 따라 이 같은 반발은 적잖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당대회 이후 SNS에서 이 지사를 공격하는 발언들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이재명 지사는 이해찬 당대표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 경기도지사 당선 직후 이해찬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화영 전 민주당 중앙위원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재명 도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남북협력사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고 도지사 당선 후 남북협력사업과 경기 북부 발전을 위한 실마리를 풀어줄 적임자를 찾다가 이화영 부지사에게 손을 내민 것”이라고 했다. 남북 평화협력을 위한 영입이었다고 하지만 이화영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와 이해찬 대표 사이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해찬 당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실제로 TV토론에서 김진표 의원이 이해찬 의원을 두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감싸려는 온정주의”라고 공격했을 때 이해찬 의원은 “내분이 생기고 나서 선거를 치러서 이긴 적이 없다.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이재명 지사를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예단해버리면 그때부터 내분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김경수 지사와 이재명 지사를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해찬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재명 지사가 내놓은 정책들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남북경협 사업과 경기북부 개발에는 확실시된다는 것이 공통적인 분석이다.
경기도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평화협력 기조와 이해찬 대표의 구상, 이재명 지사의 경협 사업이 일치한다”면서 “다른 정책들도 있지만 경기북부가 중심이 되는 남북 경협 관련 사업이 상당한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해찬 당대표 체제가 이재명 지사의 경기 도정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쏠리고 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는 좀 다르다. 박 시장은 지난달 9일 싱가포르에서 기자들에게 “여의도·용산을 통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깜짝 선언했다. 이 발표 이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부동산은 개발 기대감에 호가가 1억 원 이상 급등했다.
싱가포르 선언 이후 한 달여간 여의도·용산을 비롯한 서울 전역의 부동산 과열 현상이 지속되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시장이 도시계획을 발표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삼양동 옥탑방에서 거주하던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삼양동 옥탑방살이를 마치고 내려와 일주일이 지난 26일 결국 박 시장은 개발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 같은 결정은 개발 계획이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부동산 정책과 불협화음을 냈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3선의 박 시장은 지방자치법에 의해 즉시 4선에 도전할 수 없다. 즉 대통령 도전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총리로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맛본 이해찬 신임 당대표에게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악재를 안긴다는 것이 꽤나 부담이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해찬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3주택 이상 초고가 주택에 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현재 박원순 시장은 이재명 지사에 비하면 굳건한 당내 입지는 물론 청와대와도 멀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 의원과, 현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전 청와대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박원순 계로 분류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 측은 이해찬 체제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정책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꿈을 위해 진보세력만이 아닌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선 이번 부동산 정책 발표와 같은 노림수를 둘 여지가 있어 이를 당과 어떤 식으로 조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