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놓고 행안부-시도의회 공방…행안부 준비한 개정안 박근혜 정부 ‘재탕’ ‘후퇴’ 비난 일어
이날 정기회에서는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법 개정 등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질의안’을 내놓았고,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은 ‘공기업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위한 제도개선 촉구 건의안’, 이용범 인천시의회의장은 ‘정책지원 보좌관제 도입 등을 위한 지방의회법 조속 제정 촉구 건의안’, 장경식 경상북도의회 의장은 ‘자치입법권 확대 촉구 건의안’ 등을 제시했다.
제출된 안건들 가운데 신 의장의 안건은 협의회 명의로 특정 정당에만 질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일부 의견에 따라 상정이 제외됐고, 나머지 안건은 원안 가결됐다. 전국시도의회 의장들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관련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원안 가결이라는 모습으로 표출했다.
같은날 서울시의회는 신 의장 명의로 ‘행안부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은 반분권적·반의회적 지방의회 경시한 반민주주의 전략’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행정안전부가 발표 준비 중인 ‘자치분권 종합계획’ 및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 담긴 지방의회 관련 내용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발표했던 ‘종합계획’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일부 항목은 현저히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자치분권 종합계획(안) 및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 관련보고’ 자료를 서울시의회를 통해 입수해서 확인해 본 결과, 2015년 3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시행계획’은 자치입법권확대와 관련해 조례제정 법위를 확대하고 조례위임사항에 대한 행정입법을 금지한 반면 2018년 8월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해당사항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방의회 인사 독립권 강화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 시행계획’은 지방의회에 인사권 부여와 전문위원의 임기제공무원 전환 추진과 함께 지방의회 의회직렬 신설이 담겨져 있었지만, 현 정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시도의회사무직원 임용권을 시도의회의장에게 부여하는 내용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의회 입법지원 강화(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의 경우도 박근혜 정부는 입법활동 전문인력 또는 재정지원과 함께 예산정책담당 부서 확대와 기초의회 전문위원(임기제) 증원을 계획한 반면, 현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지방의원 의원 정수 3분의 1 범위 이내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하는 것으로 표기됐다.
이를 액면 그대로 보면, 서울시의회가 신 의장 명의로 내놓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시의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언론을 통해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 초안을 보고 박근혜 정부의 계획보다 후퇴했다고 말한 것 같은데 아직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과 관련, “지방의원정수 3분의 1 범위 내에서 전문인력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확히 숫자로 나온 것은 없을뿐더러 입법과정을 통해 변경될 여지가 있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전문인력을 계획했을 뿐 숫자로 표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정수 1:1로 당장 도입하는데 문제가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을뿐더러 국회에서도 일대일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의회직렬의 경우도 검토단계이기 때문에 후퇴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계획만 있었지 실현되지 못했지만 이번 정부는 마련되고 있다”고 강조한 뒤 “각 단체 간의 의견을 수렴해 당장 중요한 것부터 실현시킨 뒤 나머지 부분들도 내년 등을 통해 차차 입법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를 위한 제도나 법이 언제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 조문화될지는 모르지만 행안부는 행안부대로, 시도의회는 시도의회대로 주판알을 굴리는 모양새다.
특히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재정당국이나 기획재정부 등 돈줄을 잡고 있는 곳의 이유 있는 항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조짐이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지방분권의 기본안이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거치면서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으로 확정됐지만 재정분권과 관련해 부처 간 이견조율이 되지 않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방분권 3개 과제(국세의 지방세 전환, 국고보조금 개편, 지방교부세 제도개선)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의견조율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서울시의회 등 일각에선 대통령이 나서서 힘센 부처의 이유 있는 방해(?)를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