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는 홍준표 김진태…새로운 비박주자 없어 ‘해볼만’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차례일까. 숨죽이고 있던 김무성 전 대표가 움직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다음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고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지난 6월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밝히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 전 대표는 흔히 ‘김무성 대장’의 준말인 ‘무대’로 통한다. 김 전 대표가 덩치가 크고 리더십을 발휘해 주변을 이끄는 모습을 반영한 별명이다. 갈팡질팡하는 면모를 보여 타이밍을 놓친 적도 있지만 대체로 당의 좌장으로 활동했고 관리형 지도부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6월 15일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행사에서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열린 첫 자유한국당 비상총회였다. 사실상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도 김 전 대표가 앞장서 자기성찰과 반성을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오늘 이 사태에 대해서 누구를 탓하기보다 각자가 자기성찰부터 하는 반성의 시간이 돼야 한다. 새로운 보수정당의 재건을 위해서 저부터 내려놓고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분열된 보수 통합을 위해, 새로운 보수당 재건을 위해 바닥부터 헌신하도록 하겠다. 한국당은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했다. 이제 처절한 자기반성과 자기희생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사과 중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좌중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약 2개월의 시간이 흐른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김 대표 움직임의 소문이 파다하다. 차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레 당 내부에는 찬반 여론이 엇갈린다. 그럼에도 대체로 반대 여론이 많다.
친박으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친박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도 공천을 두고 엄청난 잡음이 있었는데 또 김무성 전 대표라면 곤란하다. 총선 공천권만 연속으로 행사하는 셈이다”라며 “차기 당권은 공천권이 걸린 만큼 김 전 대표는 예외로 뒀으면 하는 게 친박의 생각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자유한국당 비박계 의원 보좌진은 “김 전 대표가 돌아와서 당 대표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당 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시선부터 ‘도로 자유한국당’이란 눈초리가 쏟아질 거다. 지금까지 작게나마 혁신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도로 김 전 대표라면 누가 납득하겠나”라며 “비박이면서도 젊고 새로운 이미지의 정치인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달라졌다는 걸 국민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지방선거 참패 수준은 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비박 성향의 한국당 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를 적임자로 꼽았다. 그는 “김 전 대표가 미래를 만들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이 아닌 현재 계파 갈등으로 수습도 안 되고 너무나 어질러진 당을 정리하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어 보인다”며 “대단히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친박 청산만큼은 가능하리라 본다. 그것만 해도 김 전 대표가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의 의견처럼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가 불출마를 천명한 만큼 소위 ‘살생부’를 작성하는 데 적합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찌됐건 나온다면 전당대회에서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경쟁자로 꼽히는 인물은 홍준표 전 대표, 김진태 의원 등이 있다. 이들도 출마가 유력하다는 게 한국당 내 기류다. 당 내에서는 홍 전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를, 김진태 의원은 색깔이 너무 강하다는 점을 들어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 상황이다.
변수는 새로운 비박 주자가 나서는 그림 정도다. 하지만 현재 3명 이외에 뚜렷이 보이는 주자는 없다. 비박계에서 누군가 나선다 해도 김 전 대표를 앞설 만한 인물도 찾기 힘들어 보인다. 결정적으로 그렇다고 또 다른 인물이 나오는 것도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당대회에서 누구든 비박이 단일로 나서 압도적으로 당선돼 친박을 출당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며 “만약 비박이 분열로 친박계에 당권을 내놓기라도 한다면 6·13 지방선거 참패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현재 김 전 대표는 “아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비상대책위도 끝나지 않았다. 전대는 빨라야 내년 초로 점쳐진다. 김 전 대표가 어떤 아젠다를 들고 어떤 타이밍에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