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5월 한화 박종석 부회장이 대생 인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
공자위 결정에 따라 한화컨소시엄은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예금보험공사와 대생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이로써 지난 98년 최순영 전 대생그룹 회장의 재산 해외도피로 침몰하기 시작한 대생그룹은 경영표류 4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그러나 순조로울 것으로 보이던 이 문제는 매각과정을 둘러싼 정치권과 업계, 노조, 공자위 내부 등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한생명 노조에서는 헐값시비를 제기했고, 매각 작업을 주도한 공자위 산하 매각심사소위원회에서도 반대표를 던지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여권 로비설’을 제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생 매각과정에서 불거진 쟁점 사안을 정밀 추적해본다.
1. 공자위 내부 논란
대생 매각을 둘러싼 의혹의 발화점은 인수자 선정작업을 사실 상 주도한 공자위 산하 매각심사소위원회(매각소위)의 결정 내용. 매각소위는 한화컨소시엄이 대생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당연히 매각소위 어윤대 위원장도 공자위 전체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왜 반대했는지’에 대해 어 위원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주변 정황을 살펴보면 반대사유는 매각 가격 때문으로 파악된다. 강금식 공자위 위원장도 “매각 가격이 최종 걸림돌로 작용해 표결로 처리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대생 노조도 “소위에서 한화의 인수자격보다는 대생의 매각 가액 문제에 더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윤대 위원장도 <일요신문>과의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매각소위가 한화의 인수가액을 7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9천억원이나 올렸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이 폭로한 한화 내부 관계자들의 대화 녹취록에는 한화 관계자가 “대생 인수를 방해한 어윤대 위원장을 매장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고하는 대목이 들어있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대생 인수와 관련, 한화의 '여권 로비설'을 주장한 정형근 의원 | ||
대생 매각가격이 당초의 7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배나 높아졌지만 ‘헐값 매각’ 시비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쏟아넣은 공적자금 때문. 최순영 전 회장 구속 이후 대생에 들어간 공적자금은 총 3조5천억원이다. 또 지난해 대생은 8천6백84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3조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음에도 1년 순이익에도 못미치는 8천억원을 받고 대생을 넘기는 것은 헐값매각의 전형이라는 것. 이에 대해 강금식 위원장은 매각자문사인 메릴린치가 향후 4~5년간 대생이 매년 7천억~8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지속하는 것을 전제로 산정한 기업가치가 1조2천억~1조6천억원대였다고 주장했다.
1조6천억원이라는 액수가 매각 상한선이었다는 것. 때문에 헐값 시비는 속사정을 모르는 얘기라는 주장이다. 강 위원장은 메트라이프의 경우 대생의 기업가치를 마이너스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지금과 같은 대생의 상품 포트폴리오는 향후 엄청난 손실 발생 소지가 있고 부실계약이 많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마이너스로 평가했다는 것.
실제로 지난 99년과 2001년 대생은 8천1백44억원, 2천9백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에 대한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한화가 대생 인수로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 한화 인수자격 시비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선 인수가액보다는 한화의 인수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이번 결정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점, 또 한화가 계열사이던 한화종금 충청은행 등 금융기관을 부실화시켰고, 최근에는 한화파이낸스의 경영 부실로 대주주인 한화증권이 잠재적 부실마저 안고 있어 경영능력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또 올 초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분식회계로 제재를 받았고, 지난해 7천3백2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해 대생 인수를 위한 자체자금동원능력마저 의심스러워 현행법규상 보험업에 진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강금식 위원장은 “(자격 시비가 공자위 회의에서) 제기되지 않았다. 다만 부채비율이 232%에 달하는 그룹이 보험사를 인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고 밝히며 “이 문제는 2005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했기 때문에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금지, 3년 내 부채비율 200% 이하로 감축 등의 조건으로 재벌의 금융계열사 악용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거나 현실을 은폐하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렇듯 매각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정형근 의원이 한화의 정치권 로비설을 폭로해 진상은 더욱 오리무중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