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 ‘라디오스타’ 잡아라…시청률 넘어 자존심 경쟁
# 누가 먼저 웃었나?
김구라와 윤종신, 김국진 등이 버틴 MBC ‘라디오스타’가 아성을 유지했다. 2007년 첫 방송된 이후 11년째 수요일 밤시간대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라디오스타’는 지난달 29일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백종원을 앞세운 SBS ‘골목식당’의 공세 속에서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켰다. 전국 평균 시청률 6.2%(닐슨코리아 기준)로 ‘골목식당’(5.5%)을 따돌렸다. 9월 5일 방송 역시 5.6%를 기록한 ‘라디오스타’가 5.3%로 소폭 하락한 ‘골목식당’에 근소하게 앞섰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홈페이지
‘먹방’(먹는 방송) 열풍을 불러오며 방송가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주축이 된 ‘골목식당’ 역시 “졌다”고 표현할 수만은 없다. 당초 금요일 밤에 방송되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말부터 수요일로 편성 시간대를 옮겼다. ‘골목식당’ 전까지 SBS 수요일 밤에 방송되던 프로그램인 ‘로맨스 패키지’의 시청률은 2%대였다. 결국 백종원이 오면서 시청률이 2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정통 방송인이 아닌 그가 방송가에서 ‘치트키’(파워를 강화시키는 조작 버튼을 뜻하는 게임용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골목식당’이 끌어올린 시청률은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수요일 밤이 예능 격전지가 되며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프로그램은 이경규, 강호동이 진행하는 JTBC ‘한끼줍쇼’였다. 29일 방송된 ‘한끼줍쇼’ 시청률은 3.614%. 종합편성채널 예능 중에서는 발군의 시청률이지만 한 주 전 시청률이 4.8%였던 것을 고려하면 뼈아프다. 9월 5일 방송 분의 시청률은 3.192%로 더 내려갔다.
사진=SBS ‘골목식당’ 홈페이지
그 이유는 ‘소재의 중첩’이다. 같은 시간대 편성된 ‘골목식당’은 먹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콘셉트와 진행방식은 다르지만 ‘먹는 것’을 소재로 삼는다는 측면에서 ‘한끼줍쇼’와 다소 겹친다. 결국 먹방을 선호하며 ‘한끼줍쇼’를 보던 시청자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골목식당’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 유재석, 케이블 예능 첫선
유재석이 참여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케이블 예능이다. 그동안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으로 종편에는 진출했으나 케이블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회까지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유재석 맞춤형 예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후배 방송인 조세호와 함께 길거리를 다니며 만나는 시민들에게 퀴즈를 내 맞히면 상금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며 재미를 배가시킨다.
tvN 관계자는 “정해진 대본이 없이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시민들과 즉석에서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대단한 순발력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이라며 “또한 오다가다 만나도 시민들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단박에 진행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기 때문에 유재석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홈페이지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앞서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예능인 ‘범인은 바로 너!’에도 참여했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첫 한국 예능인 만큼 가장 인기가 높고 검증된 인물을 MC로 앉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재석 입장에서는 나름의 ‘안전장치’를 고려했다. 바로 연출자다. ‘범인은 바로 너!’는 유재석과 함께 SBS ‘런닝맨’의 전성기를 열었던 조효진 PD가 연출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역시 KBS 재직 시절 ‘해피투게더’로 유재석과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은 김민석 PD가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유재석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범인은 바로 너!’의 경우 시청률과 같은 뚜렷한 지표가 없기 때문에 성패를 단정하긴 어렵다. 가입자수를 중시하는 넷플릭스지만 정작 가입자수를 공개하지는 않기 때문에 ‘범인은 바로 너!’가 어느 정도 신규 가입자를 창출시켰는지 알 수 없다.
‘
사진 출처 = JTBC ‘한끼줍쇼’ 홈페이지
# 왜 수요일로 몰리나?
내로라하는 방송인들이 수요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일 밤 예능은 ‘라디오스타’가 최강자다.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타 방송사 입장에서는 그 시간대의 파이를 온전히 MBC에 넘겨줄 수는 없다. 그래도 ‘라디오스타’를 잡을 수 있는 대항마를 계속 고민해왔다.
하지만 ‘라디오스타’가 워낙 단단한 입지를 굳히고 있어 웬만한 방송인들은 그에 맞설 엄두를 내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김구라, 김국진, 윤종신 등 입담꾼들이 모인 ‘라디오스타’와 어깨를 견줄 만한 A급 방송인들을 섭외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해볼 만한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주중 미니시리즈에 이어 방송되는 심야 예능은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시간대”라며 “당연히 광고료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그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각 방송사는 대중이 선호하는 예능인을 섭외해 끊임없이 두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