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치 퍼펙트’로 스타덤 올랐지만 무용담 수준의 인생스토리 ‘거짓말’ 논란…최소한 나이·이름은 속여
호주에서 태어난 레벨 윌슨은 2003년에 호주의 연극학교를 졸업한 후 TV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다. 첫 영화는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고스트 라이더’(2007)로 단역 출연이었다. 2008년엔 직접 쓰고 제작한 뮤지컬 코미디 시리즈 ‘보건 프라이드’로 인기를 끈 윌슨은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갔고,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에서 ‘주인공의 룸메이트’로 각광받으며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올해 주목해야 할 코미디 배우 1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된다.
영화 ‘피치 퍼펙트’ 출연 당시의 레벨 윌슨. ‘건방진 뚱보’ 에이미 역할을 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무용담 수준의 스토리가 ‘가짜’라는 증언들이 속속 나와 위기를 맞고 있다.
결정타는 2012년 ‘피치 퍼펙트’였다. ‘건방진 뚱보’ 에이미 역할을 맡은 레벨 윌슨은 MTV 무비 어워드와 틴 초이스 어워드처럼 젊은이들이 주목하는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박물관이 살아 있다: 비밀의 무덤’(2014)에선 야간 경비원 틸리 역을 맡았다. 직접 프로듀싱을 하고 주연을 맡은 TV 코미디 시리즈가 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몇몇 매체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 ‘우먼스 데이’ ‘우먼스 위클리’ ‘뉴 위클리’ ‘OK!’ 등의 매거진은 윌슨의 인터뷰 내용 중 허위 사실이 많다며 그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사실 레벨 윌슨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은 유년기와 청소년기 이야기는 웬만한 영화보다 극적인, 거의 무용담 수준의 스토리였다. 일단 윌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는 1986년 시드니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애견 트레이너로, 개차반 성격의 하류층이었다. 어릴 적 대부분의 기간을 집이 아닌 캐러밴에서 보냈으며, 그곳엔 사료 깡통이 가득 차 있었다. ‘반항아’라는 뜻인 ‘레벨’(Rebel)이라는 이름은 본명이며, 동생들 이름은 ‘자유’라는 뜻의 ‘리버티’(Liberty), ‘난장판’(anarchy)과 같은 음인 ‘아나키’(Annachi) 그리고 ‘폭동’(riot)과 발음이 같은 ‘라이엇’(Ryot)이라고 했다.
적잖은 수업료가 들어가는 타라 앵글리칸 여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경마에서 거의 로또 수준으로 우연히 큰돈을 벌어 그 돈으로 다닐 수 있었다. 어릴 적 수학에 비상한 능력이 있어서 호주 올림피아드에 나갈 정도였지만, 경계성 사회 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았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는데, 14살 때 만난 책 한 권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15살이 될 때까지 성격 장애를 고치지 않으면 평생 고생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이었고, 윌슨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학생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학교의 ‘퀸카’들을 관찰하며 모방했고, 반에선 활달한 분위기 메이커가 되었고, 농구 팀 주장 자리에 올랐으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윌슨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바우어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졸업 후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이 시기 ‘청년 대사’가 돼 아프리카 지역을 다니며 삶을 고취시키는 연설을 했다. 짐바브웨에선 반군과 정부군의 총격전에 휘말리기도 했고, 모험 삼아 표범이 있는 우리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모잠비크에선 말라리아에 걸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병원 중환자실에 2주 동안 입원하며 사경을 헤맸다. 이때 그녀는 마치 계시처럼 어떤 환영을 보았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뒤 랩으로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지도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버리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고, 호주로 돌아와 연극 교실을 다닌 후 TV 시리즈에 단역으로 데뷔한 후 노력 끝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거짓말을 밝혀 낸 결정적인 증거인 졸업 앨범
이런 문제 제기에 윌슨의 주가는 떨어졌고, 몇 개의 역할이 취소되었다. 이에 윌슨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잡지들의 발행처인 호주에 있는 바우어 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배심원들은 윌슨의 손을 들어주었고, 법원은 바우어 미디어에 450만 호주달러(약 36억 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항소를 했고, 2심에선 바우어 미디어가 이겨 배상금은 약 5억 원으로 줄었다. 현재 레벨 윌슨은 다시 항소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최소한 나이와 이름을 속였다는 건 확실하게 밝혀진 상황이며, 나머지 이야기도 상당 부분 신빙성을 잃은 레벨 윌슨이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