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팬덤 “콘서트 전에 퇴출하라”…YG도 입 열까
이달 8~9일 예정됐던 강성훈의 대만 팬미팅. 취소 후 대만 회사와 강성훈 간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먼저 첫 번째 쟁점에서 이미 강성훈 측을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한 대만 회사는 이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대만 회사의 한국 대리인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기 위해 개런티 액수를 줄인 이면계약서가 있고, 개런티 총액이 명시된 실제 계약서가 별도로 있다”고 말했다.
먼저 이면계약서는 후니월드의 공동 대표 가운데 한 명인 박 아무개 씨의 계좌로 개런티의 절반을 입금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개런티 총액이 명시된 실제 계약서에는 나머지 반절을 다른 이에게 입금하도록 별개의 계좌가 적시됐다. 이 돈을 입금 받은 사람은 대만 팬미팅을 진두지휘했던 또 다른 박 아무개 씨(34). 강성훈의 여자친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자 후니월드 박 대표의 친동생이다.
앞선 대리인은 “대만에서 외국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20% 이상으로 높다. 이걸 피하기 위해서 우리 쪽에서 먼저 이면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상대방이 이를 거절한 적도 없고, 이 계약서가 뭘 뜻하는지 모르고 동참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성훈 여자친구로 알려진 박 씨는 대만 회사 측에 “정식 계약서에는 제 꺼(계좌번호)고 이면계약서에는 후니월드 계좌다. 제 계좌는 후니월드랑 상관없다” “일부러 안 쓰는 계좌로 해둔 상태라 입금 후 연락을 부탁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강성훈 측은 이를 “이면계약서가 아니라 계약 주체가 다른 별건의 계약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강성훈의 소송 대리인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각 계약서에 명시된 ‘후니월드’의 계약 상대방은 ‘우리엔터테인먼트’ ‘CH인터내셔널(우리엔터테인먼트의 한국 대리인 회사)’이다. 대상자가 다르니 동일 계약이 아닌데 이걸 어떻게 이면계약서로 주장하나”라고 주장했다. 강성훈 측의 주장대로 두 계약에서 후니월드의 계약 상대방은 우리엔터테인먼트와 CH인터내셔널 두 곳으로 각각 명시돼 있다.
지난 3월 17일 대만에서 진행된 강성훈의 팬미팅. YG엔터테인먼트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웨이보 캡처
두 번째 쟁점인 대만 노동부의 추가 서류 제출 요구를 살펴보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8월 15일 대만 노동부는 강성훈의 대만 팬미팅을 주관하는 우리엔터테인먼트 측에 전화를 걸어 “이중 소속사 소명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성훈은 지난 3월에도 대만에서 개인 팬미팅을 진행했는데, 이 때 강성훈의 소속사는 YG로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 팬미팅에서는 YG가 아닌 후니월드로 돼 있으니 이 부분을 정확히 밝혀야 비자 발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강성훈은 2016년 6월부터 개인 활동까지 YG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건은 세 번째 쟁점인 강성훈 측의 YG 명의 도용과도 맞물린다. 8월 15일 이후 비자 발급 문제로 팬미팅 취소를 놓고 다투던 중, 강성훈 측은 “우리 쪽에서 YG로부터 (대만 노동부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직접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 직후인 8월 22일 후니월드는 대만 회사 측에 한 통의 메일을 보낸다.
강성훈의 개인 팬클럽이자 소속사인 ‘후니월드’ 측이 대만 회사에 전달한 YG의 입장. YG는 이에 대해 “전혀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YG 측 문의 결과 아래의 요청이 들어와 전달 드린다”는 이 메일에는 YG 측이 직접 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성훈의 대만 팬미팅 관련 문제점에 대해 YG에 모든 내용 및 자료를 전달 받았다” “원만한 해결이 안 될 시 모든 것을 위임 받아 피해 상황에 같이 대처하겠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메일은 강성훈 측이 “YG의 공식 답변은 아니지만 직접 통화해서 들은 내용을 정리해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YG는 이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YG는 ‘일요신문’에 “뒤늦게 상황을 보고 받고 정확한 사태를 파악 중에 있다. 대만 팬미팅과 관련해서 자료 요청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애초에 통화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YG 측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후니월드는 대만 팬미팅 진행을 위해 YG의 이름을 도용해 허위로 대만 회사를 압박한 것이 된다.
현재 YG 법무팀이 해당 메일을 입수해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후니월드의 YG 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 고소라는 강수로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도 밝힌 상황이다. 대만 측 대리인 역시 “사문서 위조로 추가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런 가운데 분노에 찬 젝스키스의 팬덤은 오는 10월 13~14일 젝스키스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강성훈의 퇴출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혹이 풀리기 전까지 강성훈과 함께할 수 없으니 콘서트 전 YG와 강성훈이 직접 입장을 밝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강성훈은 기부금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1일 “오해를 풀어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이후 광고 모금액 횡령, YG 명의 도용 등의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소송대리인을 통해서만 연락을 받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