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회식 스타디움 변신 중…환경 파괴 논란 정선 가리왕산 복원 놓고 진통
알펜시아스포츠파크 내 위치한 스키점프타워.
[일요신문] 지난겨울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열렸다. 수많은 스타들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일부 종목에서는 남북 단일팀이 결성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회 폐막 이후 6개월, 갖가지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경기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1218개의 ‘드론 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개막식이 열렸던 평창올림픽 플라자는 지난 2월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후 활용방안 문제로 처음부터 철거를 염두에 두고 건설된 스타디움이기 때문이다. 스타디움이 철거된 자리에는 올림픽 기념관과 고원훈련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현장에 설치된 올림픽 기념관 안내판.
반면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등이 열린 알펜시아스포츠파크에서는 관광객들이 지난 2월을 추억하고 있었다. 스키점프타워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모노레일이 가동중이다. 대회 이전부터 영화나 각종 방송 등에 노출된 스키점프타워는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대회 이전부터 타워 내에 카페가 운영되기도 했다.
인근에 위치한 국제방송센터(IBC)는 철거 신세를 면했다. 당초 철거를 전제로 지어졌지만 국가문헌보존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는 대회물품 전시판매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회는 끝났지만 인기를 끌었던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 ‘평창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대회 기간 중 이용된 노트북 등도 올 11월까지 구매할 수 있다. 조직위는 “현재까지 총 290억 원의 물자처분 수입을 거뒀다”고 밝혔다.
기념품 판매점, 후원사 홍보관 등이 위치했던 올림픽파크,
평창 대회에서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그 누구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경기가 대부분 열렸던 관동하키센터는 가톨릭 관동대학교가 운영권을 넘겨 받을 예정이다. 학교는 ‘개방형 캠퍼스’를 지향하며 하키센터를 문화체육복합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다빈, 차준환(피겨 스케이팅) 등이 연기를 펼치고 심석희, 최민정, 임효준(쇼트트랙) 등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강릉아이스아레나는 조금 색다른 변신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10월 말 나훈아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대표적인 ‘문화 소외지역’ 강원도에서 가요계 스타의 콘서트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형 공연장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덕택이다. 주민들도 흔치않은 대형 문화 이벤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전까지 이 같은 이벤트는 객석 규모 1000석 남짓의 대학 공연장에서 주로 열려 한계가 있었다.
아이스아레나를 맡을 강릉시는 향후에도 다목적문화체육 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조직위로부터 아이스아레나를 이관 받으면 우리는 다시 강릉시로 넘겨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미 열풍’의 중심지였던 강릉컬링센터 또한 강릉시가 운영을 맡는다. 당초 컬링센터는 강릉 소유였다. 대회에 활용된 경기장 중 드물게 신축이 아닌 기존 경기장을 활용했다. 오는 11월 2018 세계컬링연맹(WCF)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상화, 김민석, 정재원(스피드스케이팅), 김기성, 맷 달튼, 조민호(아이스하키) 등이 활약한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강릉하키센터는 기존 용도 그대로 활용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일단은 기존 종목 대회 유치, 훈련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기존 용도 그대로 활용될 전망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다른 경기장에 비해 남다른 규모로 활용 방안을 놓고 대회 준비과정부터 특히나 홍역을 앓았다. 이전이나 철거 논의도 있었고, 다양한 활용방안도 나왔다. 냉동창고로 사용하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고, 대회 폐막 이후에는 대규모 실내 테니스장 활용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일었던 곳은 정선알파인경기장이다. 가리왕산의 원시림 파괴에 대한 우려가 커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산림 복원을 전제로 건설이 됐지만 현재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곤돌라와 운영도로를 남기고 복원을 하려는 강원도와 모든 시설 철거를 주장하는 중앙산지관리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전면 철거를 강행하면 대규모 공사로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8월 말 산림청이 복원 계획 심의를 확정해야 했지만 이 같은 갈등으로 심의가 미뤄졌다.
복원 시점을 놓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21년 열릴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 강원도가 공동유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회 진행을 위해서는 알파인경기장이 필요하다. 산림복원이 연기될 경우 각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5월에는 정선 지역에 내린 폭우로 알파인경기장 일대 산사태가 일어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