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갑질·특혜채용 의혹 등 관련…해수부는 7건 중 1건만 처리, 금감원은 “감사요청 받은 적 없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김임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박은숙 기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임권 회장은 2017년 9월 6일 기존 사택으로 사용하던 광진구 자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나와 사위 박 아무개 씨(40) 소유의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 아파트에 입주했다. 수협중앙회는 2017년 10월 13일 사택지정 절차를 거쳐 4일 뒤인 10월 17일 임차보증금 18억 원을 지급했다.
김임권 회장이 사위의 갭 투자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위 박 씨는 2016년 분양 받을 때 약 18억 원을 대출 받아 22억 원가량에 이 집을 구입했다. 이 집의 시세는 현재 30억 원 안팎이다. 직전 사택의 보증금은 7억 원이었다. 사택으로 2배 넘게 비용을 집행하며 사위의 집에 전세로 들어간 셈이 됐다.
해양수산부는 수협중앙회 내부의 감사 요청에 따라 5월 24일부터 6월 5일까지 특정 감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 사건의 위법성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 사택 지정이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수행 금지 등 청탁금지법의 위반 가능성이 있어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협중앙회 내부에서 제기했던 문제가 이것뿐만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6건이나 더 있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수협중앙회 감사위원회는 지난 4월 위원회를 열고 수협중앙회 내부의 문제 총 7건을 감독기관 감사요청사항으로 만들었다. 허나 이 가운데 김임권 회장의 사위 갭 투자 돕기 의혹만 해양수산부 감사에서 다뤄졌을 뿐이었다.
수협중앙회에서 제기한 내부 문제점은 김임권 회장의 사위 갭 투자 돕기 의혹 외에 임직원 특별채용 의혹과 사적인 이익 추구 의혹 등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김 회장의 사업체 관련 문제가 주를 이뤘다. 김 회장은 수산물 관련 2017년 매출 138억 원을 올린 자본금 20억 원짜리 업체와 매출 133억 원을 기록한 자본금 2억 원짜리 업체를 부산 중구 동광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수협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김임권 회장의 사업체 전무 출신이다. 김 회장 소유 사업체의 한 직원이 수협은행 부산지역 금융본부 소속으로 일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한 지인이 수협중앙회 소속의 특정 프로젝트 전문역으로 고용됐다는 점도 포함됐다. 김 회장이 두 업체를 운영하며 수협은행에서 신용대출 23억 원을 포함해 총 21건의 대출로 191억 원가량 받기도 했다는 점도 부각됐다.
특별채용 의혹에는 한 거물급 전 국회의원도 연결됐다. 이 국회의원은 수협중앙회와 직접 닿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의원으로 활동했다. 이 국회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인사는 수협중앙회 소속 노량진수산의 이사로 등재됐다.
김임권 회장은 부산의 한 교회 장로로 2013년 부산의 지역언론 운영이사장 자리에 오른 적 있었는데 이 국회의원은 김 회장 취임식 때 자리를 채우기도 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 국회의원의 정치 행사에 임직원 10여 명을 대동하고 참석한 바 있었다.
서울 송파구 소재 ‘수협중앙회’ 건물. 박은숙 기자
인사 관련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감사위원 후보자 면접 때 김임권 회장이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발을 방해했고 수협은행 부장 승진 관련 압력도 행사했다는 의혹이었다. 업적이 낮아 승진이 어려운 특정 직원을 챙겼다는 점도 포함됐다.
그 외 김임권 회장이 취임 이후 3년 동안 수협은행 제주지역 금융본부의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평일 근무시간과 휴일에 직원을 시켜 부인, 딸, 사위와 동행해 골프장과 식당, 관광지를 돌았다는 의혹이 담겼다.
수협중앙회를 관리하는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 가운데 우리가 감사할 수 있었던 김임권 회장의 사위 집 갭 투자 돕기 의혹은 이미 경찰로 고발해 다 처리했다. 수협중앙회에서 10월에서 11월쯤 금융감독원이 나머지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부인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5월에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일반검사만 시행했을 뿐 추가적인 계획은 없다”며 “일요신문이 제기하는 감사요청은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고 접수된 것도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와 금융감독원에 5월 모든 내용을 넘겼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수협중앙회 내부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허나 아무리 안에서 소리쳐도 제대로 해결된 적 없었다. 외부에 손을 뻗어도 정부 차원에서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며 “수협중앙회가 제대로 서려면 정부 차원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힘으로 개혁을 꿈꾸는 임직원을 옥죄려는 수협중앙회의 잘못된 기업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