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원로•지도자 “지금 문제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 실언
15일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손혜원 의원실이 주최한 ‘대한빙상경기연맹 개혁 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젊은빙상인연대 회원을 주축으로 빙상 선수 학부모와 문체부,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가 모여 토론을 벌였다.
빙속 선수 노선영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선수를 지원해야 할 연맹이 지탄의 대상이 됐다”라며 “수면 위로 드러난 적폐 청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선수 노선영도 힘을 보탰다. 그는 “그 동안 대표팀 훈련 환경은 특정 선수 위주로만 돌아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 전체가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빙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토론에 참여했던 허정훈 중앙대 교수는 “빙상계 구성원은 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현재 연맹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원적인 방법은 관리단체지정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빙상연맹의 반응이었다. 김인수 대한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은 빙상발전TF(Task Force•특별임시조직) 회의 주요 결과를 이날 발표하며 “빙상발전TF 위원 12명 가운데 4명이 관리단체를 지정하지 말고 자체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며 “빙상연맹 대의원 12명, 빙상지도자 147명, 빙상원로 19명이 관리단체 지정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빙상발전TF 위원은 고석봉 전 국가대표 쇼트 트랙 코치, 권복희 강원도빙상경기연맹 회장, 김현기 스포츠서울 기자, 쇼트 트랙 선수 노아름, 박선예 대한체육회 법무팀장, 쇼트 트랙 선수 안현수 부친 안기원 씨, 여준형 전 국가대표 쇼트 트랙 코치, 이명실 빙상 원로 대표, 정용철 서강대 교수, 전 쇼트 트랙 선수 조해리, 허정훈 중앙대 교수로 이뤄졌다. 이들은 8월 2일 8월 13일, 지난 6일 세 차례에 걸쳐 빙상발전TF 회의를 가진 바 있었다.
빙상발전TF 회의록이 공개되자 실언 논란이 불거졌다. 회의록에 빙상연맹 대의원과 지도자, 원로는 “일부 빙상인이 제기하는 현 연맹 문제점에 대해서 그렇게 느끼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선수는 다수의 국제대회 참가 등 선수 생활에 있어 연맹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해지돼도 관리단체 오점은 남게 되므로 관리단체 지정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연맹이 관리단체가 되면 자율성이 상실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빙상연맹의 진짜 주인은 누군가 고민해 봐야 한다. 선수 아니겠는가. 대한체육회 등록된 빙상 선수만 1542명이다. 대한체육회가 생각이 있었다면 빙상발전TF 때 저런 의견이 나오자마자 170여 명밖에 안 되는 빙상연맹 대의원이나 지도자, 원로의 의견만 달랑 받아 적을 게 아니라 실제 고통 받는 선수를 폭넓게 조사해서 진짜 선수가 원하는 바를 적었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빙상발전TF는 회의록에는 빙상 선수 의견이 단 한 줄도 적히지 않았다.
토론 도중 관리단체 지정되면 국제대회를 나갈 수 없고 선수 지원도 끊긴다는 빙상계의 유언비어 관련 문체부의 공식 입장도 나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금껏 관리단체로 지정된 모든 단체 소속 선수는 정상적으로 대한체육회 지원을 받았다. 국제대회출전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빙상연맹은 아예 토론회에 불참했다. 토론회에 초청 받은 안소영 빙상연맹 회장직무대행은 이 자리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안 회장직무대행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불참 이유를 내놓지 않았다.
이달 안에 빙상연맹 관리단체 지정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