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이어폰 독점공급 계약 맺은 뒤 유통망 확장 없는 재고 처리로 중소기업 유망 제품 ‘사장’ 의혹
모비프렌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 파는 제품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허주원 모비프렌 대표는 “생산 중단은 회사 문을 닫으라는 말”이라고 했다. 특히 CJ ENM이 시장 수요 저하에 따른 판매량 저조로 모비프렌에 생산 중단을 요청한 지난 7월,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모비프렌을 국내 유일 ‘아시아 프로모션’ 기업으로 선정해 온라인몰 입점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CJ ENM이 생산 중단을 요청한 때, 미국 아마존은 입점을 요청한 것이다.
아마존이 직접 입점 요청한 모비프렌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마존 초이스’로 선정됐다. 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코리아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10월 1일부터 미국시장(Amazon.com)에서 진행한 ‘아시아 프로모션’을 위해 지난 5월 모비프렌을 사전조사, 지난 8월 모비프렌 블루투스 이어폰 입점을 최종 확정했다. 국내 판매 독점 공급 권한을 가진 CJ ENM이 생산 중단을 요구해온 지 1개월여 만이다. 아마존은 미국시장 아시아 프로모션의 달로 지정한 10월 한국서 1개 업체를 할당할 계획이었고, 모비프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모비프렌 관계자는 “아마존에서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높게 봤다”고 말했다. 모비프렌 외 아마존의 아시아 프로모션에 선정된 업체는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 있는 약 100개로, 국내는 모비프렌이 유일하다.
아마존과 달리 CJ ENM은 모비프렌 블루투스 이어폰 국내 판매를 사실상 접은 상태다. CJ ENM은 생산 중단 요구 후 모비프렌과 격주로 진행했던 마케팅 회의도 중단했다. 실제 CJ ENM은 국내에 판매되는 모비프렌 제품 약 100억 원어치를 2016년 8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독점 공급받겠다는 계약을 맺었지만, 판매 없이 75억 원 규모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CJ ENM 측은 “에어팟 출시 후 블루투스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재고가 많이 쌓였다”면서 “영업손실 30억 원, 재고로 인한 손실 75억 원 등 총 1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같은 기간 아마존은 모비프렌 블루투스 이어폰 입점을 직접 요청해 초도 물량으로만 5개 모델 2000개 이어폰을 선적해 갔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 재고가 쌓였다는 CJ ENM 해명과 대조된다. 10월 5일 기준 아마존은 모비프렌 블루투스 이어폰 ‘MFB-C7200’에 아마존 초이스(Amazon’s Choice)를 붙였다. 아마존 초이스는 아마존이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에 대해 고객만족도를 직접 반영해 선정하는 일종의 ‘추천상품’이다. 아마존 초이스가 붙은 제품은 온라인몰 내 노출이 늘어 판매 호조로 이어진다.
CJ디지털뮤직 뮤직디바이스팀이 CJ ENM 홈페이지에서 모비프렌 공식 판매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CJ ENM 홈페이지
법조계에선 CJ ENM이 진행한 판매 중단 요청이 유망 중소기업을 죽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한다. 모비프렌은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강소기업’으로 꼽혔지만, CJ ENM의 생산 중단 요청을 받았다. CJ ENM은 이 과정에서 “이대로 올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보상을 받고 길을 찾으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 전문 한 변호사는 “국내 독점 공급 지위를 가진 CJ ENM이 거래상 우월지위를 활용해 생산 중단을 요청한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 2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3항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CJ ENM이 중소기업 모비프렌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모비프렌 블루투스 이어폰 국내 판매 독점 공급 계약으로 총판권을 가져간 CJ ENM은 계약 이행 2년여간 기존 판매망을 넓히지 못했다. 이에 국회 차원 관심도 높아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CJ 이재현 회장과 CJ ENM 경영진에 대한 ‘2018년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출석요구 건’을 상정해둔 상태다.
CJ ENM 관계자는 “애플 에어팟이 16만 원에 판매되는데 모비프렌 제품은 20만 원이 넘는다. 광고 운영, 온라인 기획전 등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기대했던 판매 증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아마존 입점 여부를 떠나 CJ ENM은 계약서에 명기된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 CJ ENM 손실은 11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유통망 붕괴’ 법정 다툼으로 확산…“150여 곳 확보”vs“기존의 15% 불과” 모비프렌이 제기한 CJ ENM의 ‘유통망 붕괴’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모비프렌은 CJ ENM이 지난 9월 언론을 통해 낸 “유통망 150곳 확보” 반박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명예훼손 형사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비프렌은 또 공정거래법 위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예정했다. 앞서 CJ ENM은 “모비프렌이 우리와 상품거래 계약 후 도산 위기에 빠지고 보유했던 유통망이 붕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9월 말 기준 157곳 판매 점포를 확보했고, 지속적인 유통망 추가 확장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비프렌은 판매 점포 150곳은 기존의 15%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모비프렌은 CJ ENM에 총판권을 넘긴 후 모비프렌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27개 유통채널을 통해 하이마트, 면세점 등 1000여 곳에 들어갔던 모비프렌 제품 유통망이 붕괴돼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쟁점은 총판권 계약 전 점포 수다. 현재 모비프렌은 과거 27개 유통채널을 통해 상품이 판매된 매장 수를 검토하고 있다. CJ ENM은 27개 유통채널을 갖췄던 것은 알고 있으나 1000여 개 판매 점포를 갖추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가격경쟁력 저하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유통망 확보가 어렵다”면서 “점포가 1000여 곳에 달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