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텔부터 영화관까지 수익기능 2배 늘어…“시민 호주머니 노리는 상업시설” 사업 중단 촉구 목소리도
인천시는 2016년 중구 내항과 개항장, 동구 동인천역을 잇는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 계획으로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그러나 규모가 너무 큰 탓에 2016년과 2017년 잇달아 사업자 공모에 실패하자 곡물창고만 따로 떼 ‘상상플랫폼’이란 이름으로 대부·사업자를 공모, 지난 7월 19일 CJ CGV를 선정했다.
CJ CGV는 인천시가 이른바 ‘도시재생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상상플랫폼에 영화관과 호텔, 카페, 펍(Pub), 바(Bar) 등을 넣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길이 270m, 너비 40m, 높이 20~27m, ‘기둥과 벽이 없는 아시아 유일의 건축 형태’인 내항8부두 곡물창고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 형태의 건물로 바뀔 예정이다. 인천시는 CJ CGV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게끔 국비 123억 원과 시비 273억 원, 총 396억 원을 들여 창고 부지를 매입하고 창고 외관 개보수를 진행해준다. 인천시와 CJ CGV가 손잡고 도시와 주민이 빠진 ‘대기업을 위한 도시재생’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인천시가 도시재생사업인 ‘상상플랫폼’ 운영사업자로 CJ CGV를 선정했다. 사진은 인천 내항8부두 곡물창고. 일요신문DB.
무엇보다 인천시가 CJ CGV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도시재생사업에서 중점을 둬야 할 공공기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수익기능을 높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인천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활성화계획’과 ‘상상플랫폼 대부제안서 평가위원회 개최 결과’에 따르면 인천시는 2017년 11월 38.4%(5660㎡)로 잡았던 내항8부두 곡물창고 도시재생 공공기능을 5개월 만인 2018년 4월 20%로 낮춘 뒤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CJ CGV는 제안서에 연면적 1만 2150㎡인 내항8부두 곡물창고를 지하1·2층으로 나눠 연면적 1만 8415㎡로 확장하면서 공공기능은 3640㎡를 활용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인천시가 당초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서 밝힌 면적보다 적은 것으로서, 인천시는 해당 공간의 연면적은 넓히고 공공기능은 오히려 축소하겠다는 CJ CGV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인천시는 도시재생 특성을 반영·부각하라는 국토부의 보완 요구에 따라 상상플랫폼 내 교육·체험, 연구·개발, 창업과 같은 공공기능을 넓혀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계획해 국무총리 직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음에도 실제 입찰에선 공공기능 면적과 구성을 줄여 사업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 통과는 곧 국비 지원 확정을 의미한다. 공공기능 확대를 위해 국비 123억 원을 지원하지만, 정작 CJ CGV는 상상플랫폼 전체 면적의 50.7%인 9205㎡를 수익기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 통과 당시 인천시가 계획서에 적시한 수익기능 비율 28.5%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서 그만큼 공공기능 비율은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인천시는 계획서에서 스타트업 공간 제공 및 지원 역할을 통해 경제기반산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사업자로 선정된 CJ CGV의 스타트업 지원은 푸드트럭과 같은 청년창업으로 한정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작성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 공용면적을 포함하지 않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인천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는 공공기능과 수익기능이 각각 38.4%, 28.5%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33.1%는 가변형 공간기획으로 구분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가변형 공간은 문화시설이라 수익기능으로 볼 수 있고, CJ CGV 제안서에서 복도·계단으로 표현된 공용면적은 사실 실내공원을 포함하고 있어 공공기능으로 봐야 한다”면서 “공공기능 20%는 CJ CGV뿐 아니라 입찰 참가업체에 모두 공통 적용된 사항”이라고 했다.
인천시는 2017년 11월 38.4%(5660㎡)로 잡았던 내항8부두 곡물창고 도시재생 공공기능을 5개월 만인 2018년 4월 20%로 낮춰 입찰을 진행했다. 일요신문
하지만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처음부터 인천시가 대기업인 CJ CGV를 선정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CJ CGV는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공기능 부분에 대한 평가인 ‘정성평가’에서 40점 만점 중 34.1점이라는 높지 않은 점수를 받았지만 ‘정량평가’와 ‘가격(대부료)평가’에서 각각 만점을 받으면서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인천시는 이번 도시재생사업 운영사업자 제안서 평가 배점을 정량평가 40점, 정성평가 40점, 가격 20점으로 했다. 이 중 정성평가는 건축, 문화·관광, 도시계획·경제, 소방 관련 전문가로 이뤄진 평가위원단이 하지만 정량평가와 가격평가는 시 도시재생과에서 직접 진행한다.
CJ CGV는 재무상태, 사업운영 기간, 납세실적, 종업원 수에서 A등급을 받으면서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기업신용평가등급을 기준으로 하는 인천시의 정량평가에서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 사업자는 사실상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인천시는 행정안전부 고시인 ‘일반 재산 대부시 지역영향평가 낙찰자 결정 기준’에 따라 정량평가를 진행했다. CJ CGV는 또 대부료에서 유효 입찰 기준인 연간 대부료 14억 9000만 원보다 9억 1000만 원이 많은 24억 원을 제출해 가격평가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CJ CGV가 받은 합계 점수는 94.1점.
상상플랫폼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모임에서 활동하는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CJ CGV가 도입한 20% 공공기능은 창작공간 7.4%, VR lab 3.1%, 푸드 청년창업 9.1%가 전부”라며 “너무나 빈약한 계획인 데다 문화시설마저 수익으로 만들 수 있는 CJ CGV를 도시재생사업자로 선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정성평가에 60점을 배분해 도시재생이 진정한 공공성을 갖췄는지, 지역주민과 상생이라는 도시재생 기조에 부합한지를 우선 평가하는데 인천시는 인천시민 호주머니만 노리는 상업시설을 도시재생사업자로 뽑았다”고 질타했다.
CJ CGV는 ‘상상플랫폼’에 영화관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은 많은 부분 공공성을 먼저 생각하는 스타트업 및 사회적 기업이 담당한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도시재생 스타트업 블랭크는 ‘청춘캠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실이나 사무실을 임대하기 어려운 청년에게 저렴한 가격의 일터를 제공하는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도봉구에서 서울혁신센터와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등 공공기관과 공간 조성을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 로컬디자인무브먼트는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 프리랜서, 예술가 등에 공간을 소개해 주민과 상생하는 도시재생을 진행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내항8부두 곡물창고 도시재생은 2016년 창조경제에 바탕을 둔 도시경제기반형 재생사업이다 보니 규모 면에서 크고 자본이 많이 투여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사업자 선정 방식에서 공유재산 운영기준 고시를 따랐을 뿐 대기업 특혜는 없다. 심사위원평가에서 대기업이 1등을 하지 못했다는 건 공정했다는 방증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또 “공공기능에 대해 CJ CGV가 제출한 방식을 그대로 하진 않을 것이며 재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J CGV의 분위기는 밝다. 사업자 선정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서정 CJ CGV 대표가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정성을 들인 사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서 대표는 상상플랫폼 도시재생사업자 선정에 대해 “컬처플렉스를 선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또 한 번의 문화 혁신을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CJ CGV는 공공기능보다 수익기능이 2배 넘게 많아 발생한 도시재생 기능 훼손 지적에 대해 “인천시가 입찰 공고한 공공기능에 벗어남 없이 준비했고, 사람이 모이는 문화공간으로서 공공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