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급급’ 위생·안전 관리 소홀 병원 적잖아…“의료과실 입증책임 주체는 병원이어야”
최근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사고 발생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최준필 기자
지난 9월 26일 인천 연수구 한 종합병원에서 40대 남성 A 씨가 주사를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설사와 복통,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A 씨에게 해열진통제 계열의 주사를 투여했다. 문제는 A 씨가 주사를 맞은 후 심정지가 오면서 의식을 잃은 것. A 씨는 근처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오전 10시쯤 끝내 숨을 거뒀다. 주사가 투여된 지 2시간 30여 분 만에 사망한 것이다.
인천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 상태”라며 “결과가 나와야 병원 등의 책임·과실을 따질 수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해당 병원이 과거 과잉 치료나 장기간 입원 등을 일부 환자에게 권한 바 있다며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주사 처방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은 인천 지역에서만 벌써 세 번째다. 9월 13일 인천 부평구 한 개인병원에선 50대 여성 B 씨가 수액 주사를 맞고 사망했다. 당시 의사는 장염 증상을 보인 B 씨에게 항생제와 외장약을 섞은 수액 주사를 투여했다. B 씨는 수액 주사를 맞던 중 심정지 증상을 보였고 주사 투여 1시간도 채 안 돼 숨졌다.
같은 달 3일 인천시 남동구 한 의원에선 영양제 주사의 일종인 ‘마늘주사’를 맞은 60대 여성 두 명이 패혈증쇼크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인근 큰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이 가운데 한 명은 주사 투여 4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인천시는 “혈액배양검사에서 ‘세라티아 마르세센스’ 균이 검출됐다”며 “이는 화장실 파이프, 샤워기, 시멘트 바닥 등 환경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의료진이 오염된 의료도구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주사 투여로 발생하는 이러한 의료사고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올라온 최근 8년 자료를 합산한 결과에 따르면, 주사 투여로 인한 합병증(공기색전증, 혈관합병증, 원인불명 합병증, 감염, 기타) 환자 수는 2010년 541명에서 2012년 793명, 2017년 1079명 등으로 급증했다. 2017년을 제외하면 주사 투여로 균에 ‘감염’된 환자 수가 매년 제일 높게 나타났다.
세로축 : 환자 수, 단위 : 명.
힐링법률사무소의 홍영균 의료전문 변호사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의료분쟁 조정신청 건수가 매년 증가한다는 점만 봐도 의료사고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이런 의료사고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고 내다본다. 의료진이 착오로 환자의 질환 치료에 적합하지 못한 처방을 내리는 경우, 의약품·도구 등에 대한 위생·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 적합한 처방을 내렸지만 의료진도 모르는 사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다. 홍 변호사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는 의료진이 몰랐다 해도 의료과실에 해당한다. 대부분 의료사고는 이러한 이유로 발생하는데 병원 측이 이를 자인하지 않다 보니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의료과실은 낮은 의료수가와 행위별 수가제(진찰·검사·처지·입원·약 비용 등을 모두 따로 책정한 뒤 이를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제도)를 의식한 국내 병원들의 과잉·과다 진료 등으로 줄곧 발생하고 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병원은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진료나 치료가 급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병원 규모가 커지고 시설이 좋아져도 의료과실이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간호사 C 씨는 “마늘주사, 백옥주사, 비타민주사 등은 업계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들이다. 결국 병원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며 “일부 병원들은 돈벌이를 위해 이를 남용, 일부 환자들에게 잘못 처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감염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점도 문제다. 간호사 D 씨는 “주사는 침습적 행위인 만큼 감염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지만, 일부 병원에선 개봉한 지 오래된 약을 사용하거나 투약 과정에서 무균 조치를 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네 병원의 경우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인력을 대체하면서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의료진의 부주의가 다수의 의료사고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약물, 수액세트 등을 중국·동남아로부터 헐값에 사들이는 행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병원들은 의료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저렴한 제품들을 구입해 사용한다. 앞서의 간호사 D 씨는 “의료 약품에 대한 정부의 품질안전관리가 소홀하다보니 이런 행태가 만연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의료진의 주의와 함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우리 사회는 병원과 환자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등을 포함한 의료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의학 기술·서비스만 개선하고 있다”며 “법률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태언 사무총장은 그 일례로 의료과실에 대한 입증책임 주체를 환자에서 병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강 사무총장은 “지금은 모든 의료 분쟁에서 병원의 의료과실을 환자가 증명해야 하는 구조다. 앞으론 병원이 직접 ‘우리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래야 의료 사고의 1차적 책임을 병원으로 귀결시켜, 의료진들이 진료 전반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